감성(感聲) 공감
생의 절반 [이병률 님]
행복을찾아@
2021. 2. 1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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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잊는데
삼십 년이 걸린다 치면
한 사람이 사는데
육십 년이 걸린다 치면
이 생에선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되나니
당신이 살다 간
옷들과 신발들과
이불 따위를 다 태웠건만
당신의 머리칼이
싹을 틔우더니
한 며칠 꽃망울을 맺다가
죽은 걸 보면
앞으로 한 삼십 년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아는데
꼬박 삼십 년이 걸린 셈
이러저러한 생의 절반은
홍수이거나 쑥대밭일진대
남은 삼십년
그 세월 동안
넋 놓고 앉아만 있을
몸뚱어리는
싹 틔우지도
꽃망울을 맺지도 못하고
마디 곱은 손발이나 주무를 터
한 사람을 만나는데
삼십 년이 걸린다 치면
한 사람을 잊는데
삼십 년이 걸린다 치면
컴컴한 얼룩 하나 만들고
지우는 일이 한 생의 일일 터
나머지 절반에
죽을 것처럼 도착하더라도
있는 힘을 다해
지지는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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