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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때로
잊을 날도 있겠지요.
잊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무덤덤해질 날은 있겠지요.
그때까지 난
끊임없이 그대를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입니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간직하기 위해서.
살다 보면 더러
살 만한 날도 있겠지요.
상처받은 이 가슴쯤이야
씻은 듯이 아물 날도 있겠지요.
그때까지 난
함께 했던 순간들을 샅샅이 끄집어내어
내 가슴의 멍 자욱들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그대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대를 원망해서도 아니라
그대에 대해 영영
무감각해지기 위해서.
[씻은 듯이 아물 날 / 이정하 님]
어디까지 걸어야
내 그리움의 끝에 닿을 것인지.
걸어서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밤새도록이라도 걷겠지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버리고
나는 마냥 걷기만 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그냥 건성으로 지나치고
마치 먼 나라에 간 이방인처럼 고개 떨구고
정처없이 밤길을 걷기만 했습니다.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지만
짧은 이별일지라도 나는 못내 서럽습니다.
내 주머니 속에
만지작거리고 있는 토큰 하나,
이미 버스는 끊기고 돌아갈 길 멉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걸어서
그대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대의 마음으로 갈 수 있는
토큰 하나를 구할 수 있다면
나는 내 부르튼 발은 상관도 않을 겁니다.
문득 눈물처럼 떨어지는 빗방울,
그때서야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아아 난 모르고 있었습니다.
내 온 몸이 폭싹 젖은 걸로 보아
진작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진작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습니다. / 이정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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