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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나무숲8

언젠가 그랬지. 날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난 빛날 준비가 되어있으니 이제 내게 와줘.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42829 - 전역을 축하해] 2019년 4월 21일 · #42829번째포효 전역 축하해. 제대와 전역 둘 중 뭐가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에게 좋은 날이란건 변함 없으니 내게 익숙한 단어를 썼어. 연락이 끊긴지 한참이라 어떻게 알아볼까 고민하던 찰나 다행히도 네 인스타에 글이 하나 올라와있더라. SNS에 글을 올리는게 영 어색하다며 아무 글도 올리지 않던 너라 팔로우만 해놓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꽤 기념비적인 날이라 너도 글을 올렸나봐.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채로 활짝 웃는 너, 어머니와 꽃다발을 들고 어색하게 웃는 너, 군복사진, 휘황찬란한 모자까지. 그 사진들 중 내가 없는게 어쩌면 넌 더 익숙할 수 있겠지. 이제는 무슨무슨 병장님이 아니라 형이라고 부르겠다는 사람들, 축하한다는 너의 친구들, 그리고 나는 쓰지 못했던.. 2021. 2. 7.
네가 올 지 안 올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기 이 자리에서,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을게.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 #36219]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 #36219번째 포효 나 얼마 전에 증명사진을 찍으러 갔었어.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고서.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앉았어. 그리고 사진사분의 말대로, 머리도 한 번 더 정리하고. 고개는 좀 더 왼쪽으로, 어깨는 내리고. 그리고 카메라를 응시했지. 이제 자연스럽게 웃으라고 하셨어. 그런데 표정을 못 짓겠는 거야. 순간적으로 웃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어. 사실 요 며칠동안 웃을 일이 없었거든. 큰 시험을 준비한다는 거 생각보다 힘든 일이더라. 하루종일 힘들게 공부하고 돌아오면 유일하게 날 반기는 것은 불 꺼진 좁은 방뿐이야. 아무리 외로워도 주위 사람들과의 연락은 부담스럽고, 부모님께 투정부릴 나이도 지났잖아. 세어보니까 나 하루에 다섯마디도 안 하더.. 2021. 2. 7.
기도하겠다. 네가 이제는 너를 구속하던 모든 것에서 벗어나 늦은 청춘을 즐길 수 있도록. 가슴 아린 사랑을 내게 가르쳐주어 고맙다.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4181] 2016年12月14日 · #24181번째포효 너를 처음 만난건 2014년 여름이었다. 아직도 그 날 네가 입고 온 옷, 짓던 표정, 내게 하던 질문 하나하나가 선명히 기억난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너 때문에 내 심장은 오랜만에 뛰기 시작했고 너는 시범강의를 하는 내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네가 나를 마주해 앉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숨이 막히고 정신이 멍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너를 가르치는 동안 내 심장이 버텨줄지 궁금했다. 우여곡절끝에 너를 가르치게 되었다. 인간은 역시 익숙해지는 존재인지 시간이 지나며 네 아름다움은 익숙함에 묻혀갔다. 그러나 너는 내가 네게 익숙해졌다 느낄때마다 나의 한계를 시험이라도 해보듯 내 심장을 자꾸 때렸다. 말과 행동에서 드러나는 네 지극한 순수함과 배려는 나를 점점.. 2021. 2. 6.
나는 주말을 반납했을 뿐이었지만 우리 엄마, 한평생 쉬지도 못하고 떠날까 두려워.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4136] 2016年12月13日 · #24136번째포효 엄마, 있잖아. 나 사실 엄마가 생각하는 철든 딸이 아니야. 나 실은 그냥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야. 고등학생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것도 그렇게 안 하면 가난을 그대로 물려받을 것 같아서,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이 공부 밖에 없어서 그렇게 이 악물고 한 거야. 엄마의 자랑거리였던 내 성적표는 꼭 가고 싶은 대학과,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내 발버둥이었어, 엄마. 엄마, 미안해. 나 사실 엄마가 생각하는 착한 딸이 아니야. 내가 수능이 끝난 시점부터 단 하루의 주말도 없이 계속 아르바이트를 한 이유는, 조금이라도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기특한 생각에서 한 게 아니야. 그냥 나도 평일에는 부유하게 살고 싶어서 .. 2021. 2. 6.
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나도 견디고 있으니 당신도 좀 만 견뎌달라고.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3797] 2016年12月1日 · #23797번째포효 자랑은 아니지만, 난 어렸을때 부터 꽤 힘든 삶을 자라왔다고 자부한다. 태어난 시기에 아빠 회사가 부도가 났고, 아빠는 나보다 두살 많은 언니의 분유값을 들고 놀음에 빠졌다. ( 아, 이건 뒤늦게 안 사실이다. ) 엄마는 지방에서 아빠대신 언니와 나를 키웠다. 자연스레 내게서 아빠란 존재는 잊혀져 갔고, 엄마한테 얼핏들은 바로는 아빠는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난 엄마, 언니와 함께 지방생활을 하다 아빠를 몇년 만에 처음 만났다. 철없던 어린애였던 나는 그저 아빠를 만난다고 좋아했다. 엄마와 아빠는 외식 사업을 시작했다. 작지 않은 규모의 냉면집이었고, 나름 장사가 잘된다고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지만... 나중에 커서야 알게 되었는데, 우리집에 검은양복.. 2021. 2. 6.
[사랑] 우린 그렇게 헤어지고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4023 and #24648] 2016年12月10日 · #24023번째포효 겨울이 다가오면 너한테서 나던 은은한 담배냄새가 너와 함께 피어 오른다. 소개팅으로 만난 넌, 처음부터 나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했다. 넌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우리가 들리던 모든 가게의 종업원들에게 꾸벅꾸벅 감사한다며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 내가 말할 땐 시선을 한 번도 흐트리지 않고 나만 바라봐주던 모습이, 내 고민에 마치 네 일인양 하루종일 고민해 조심스레 해답을 내놓는 모습이 좋아서 너의 손을 잡았었다. 넌 사귀고 나서도 그 모습을 단 한 번도 잃지 않았다. 그래서 너가 어쩌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담배얘기로 돌아가자면, 난 솔직히 흡연자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빠도, 오빠도 담배를 피우지만 비흡연자인 .. 2021. 2. 6.
[사랑, 그리움] 난 누날 다 지워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나봐요. 난 아직 6월의 여름 안에서 누날 찾으며 헤메이고 있나봐요.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2022] 2016年9月25日 · #22022번째포효 누나, 있잖아요, 며칠 전에 우리학교 수시원서 접수가 끝났대요. 그래서 반수할 때가 문득 생각 났는데, 다시 누나가 아른거려서 큰일이에요. 누나, 작년에 다니던 학교에서 누나랑 같이 2인1조로 팀플을 했죠. 누난 재수를 해서 나보다 한 살이 많았고,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나를 보고 제발 말 좀 놓으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놓지 못했던 것도 기억나네요. 사실 누나가 엄청 저한테 관심을 줬잖아요. 밥도 같이 먹자 하고, 옷도 골라달라 하고, 나 소개팅 나가지 말까? 라고 묻기도 하고, 오늘 길에서 누가 번호를 물어봤다며 던져놓고 내 눈치를 흘끔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누나, 난 키가 작고 잘생기지도 않아서 그렇게 예쁘고 인기도 많은 누나를 안을 자신이 없었어요... 2021. 2. 6.
[사랑] 강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에, 잠깐 한 순간만 마음이 달라져도 좋아요. 한 번만 같이 걸어줄 수 있나요.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34951번] #34951번째포효 3월, 날씨가 풀리지 않았다면 4월쯤 당신과 한강을 걷고 싶어요. 밤이 되면 꽤 쌀쌀할테니 가벼운 가디건이나 자켓을 챙기고 과자 몇 개, 캔맥주 여러 개를 들고 여의나루역에 내리고 싶어요. 한강을 따라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 그 날은 단화나 운동화를 신고 나오는게 좋지 않을까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아마 나는 깔끔한 로퍼를 신고 올 것 같긴 해요. 밤이 돼서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고 누군가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옆 사람과 행복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속삭이겠죠. 역에서 내려 한강을 바라보면 뭔가 가슴 속에서 뭉클한 것이 차오르지 않나요. 갑자기 기계에서 폭신한 솜사탕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탁 트인 강을 봐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가까운 서울 안에서 당신과..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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