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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

[사랑] 강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에, 잠깐 한 순간만 마음이 달라져도 좋아요. 한 번만 같이 걸어줄 수 있나요.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34951번]

by 행복을찾아@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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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51번째포효

 

 

3월, 날씨가 풀리지 않았다면

4월쯤 당신과 한강을 걷고 싶어요.

 

밤이 되면 꽤 쌀쌀할테니

가벼운 가디건이나 자켓을 챙기고

과자 몇 개, 캔맥주 여러 개를 들고

여의나루역에 내리고 싶어요.

 

한강을 따라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 그 날은 단화나

운동화를 신고 나오는게 좋지 않을까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아마

나는 깔끔한 로퍼를 신고 올 것 같긴 해요.

 

밤이 돼서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고

누군가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옆 사람과 행복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속삭이겠죠.

 

역에서 내려 한강을 바라보면

뭔가 가슴 속에서

뭉클한 것이 차오르지 않나요.

 

갑자기 기계에서 폭신한 솜사탕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탁 트인 강을 봐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가까운 서울 안에서 당신과 이렇게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한 몫 했을 것 같아요.

 

정신없이 날아오는 전단지를

정신없이 챙기며,

어느새 내가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처럼

두 손 가득 전단지를 들고 있겠죠.

 

적당한 잔디밭을 찾아

돗자리를 깔고 노래를 틀어요.

김댕, 태리의 지금뭐해 라는 노래는

내가 먼저 틀게요.

 

한강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요.

 

풋풋하게 썸을 타는 남녀의 설렘이,

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해

손을 잡아도 될까 고민하는 사람의 떨림이,

 

만난 지 꽤 지난 커플들의 여유와

편안함 같은 것들이요.

 

나는 당신과 함께

뭘 흘려 보낼까요.

 

약간 쌀쌀하네 라며

몸을 움츠린 당신에게

내 가디건을 덮어주며

 

난 하나도 안 춥다고 했던 거짓말은

들키기 전에 얼른

떠내려 보내는게 좋을 것 같네요.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마냥

걷기는 힘들겠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겠죠.

 

우리 그 때가 되면

같이 한강을 걸어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도 같이 해보고,

버스킹 하는 사람들의 노래를

나지막히 같이 따라 불러보기도 해요.

 

캔맥주 몇 캔에

볼이 빨개져도 괜찮아요.

조명들이 몰래 가려줄테니까.

 

작년 봄과 달라진 건

당신과 나의 사이인데,

한강은 달라지지 않았겠죠.

 

한 번만 더 같이

걸어줄 수 있나요.

 

강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에,

잠깐 한 순간만 마음이 달라져도 좋아요.

 

속아 넘어간 거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그 감정에 빠져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내 손을 잡아줘도 좋아요.

 

그러니까 딱 한 번만,

한 번만 같이 걸어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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