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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

[사랑,이별] 우리, 더 이상 색이 아닌 빛이 되자고. 섞일수록 더 밝게 빛나는 빛이 되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대나무숲 #3641번 - 동화 같이 아름다운 글]

by 행복을찾아@ 202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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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나는 아직도 너를 처음 봤던

그 때를 기억한다.

 

너울거리는 흰 원피스와

처음 신은 듯,

유난히 새하얀운동화.

 

그때 너의모습은 하야디 하얀

흰색 그 자체였다.

 

너와 처음 만난 뒤,

나는 끊임없이 너를 생각했다.

 

그리고 너를 생각하면 할수록

나의 색은 계속해서

은은한 분홍으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나의 분홍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너에게 번져갔고,

마침내 너도

나와 같은 색을 띄기 시작했다.

 

 

너와 만나면서 나의 색은,

그리고 우리의 색은

수 만가지 색으로 변화했다.

 

너가 나의 서툰

고백을 받아주던 그 날에는

세상이 온통 행복한

노랑으로 가득했고,

처음 너와 손을 잡던

그 날의 색은 따스한 주황이었다.

 

그리고 너와 처음

입을 맞추던 날에는

온통 평화로운 녹색만이

우리 주위에 가득했다.

 

너의 말 한 마다,

행동 하나 하나는 붓이 되어

나의 색,

그리고 우리의 색을 물들였다.

 

 

모든 색은 섞일수록 어두운 색이 된다.

그리고 우리의 색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만남이 이어질수록

너와 나의 색은 그만큼 더 섞여갔고,

섞인만큼 더어두워졌다.

 

너와 다툴 때마다

어두운 색은 더 강하게

우리의 색을 물들였고,

나는 우리의 색을 지키기 위해

늘 필사적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우리의 색을지키기 위해 색을 덧칠할 수록,

우리의 색이 더 어두워질 뿐이라는 것을

그때의 난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끝내 우리의 색이

그 어떤 색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온전한 검정이 되었을 대,

너와 나는 우리의 끝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너가 떠난 뒤,

나의 색은 줄곧 검정이다.

그 누구의 색도 받아들일 수 없는

온전한 검정이다.

 

그 어떤 색이 다가와도,

내 안에 가득한 이 온전한 검정은

다른 색을 집어삼킬 뿐이다.

 

 

온전한 검정으로

혼자 남겨진 지금이 되어서야,

나는 너의 색을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

내가 보았던 색은 흰색이 맞았을까,

아님 다른 색이었을까.

 

또 내가 너를 만나며 보았던

수많은 색들을, 너도 보았을까.

 

아니면

나 혼자만의 색들이었을 뿐일까.

 

그리고 나는 너를 통해

어떤 색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만약그때의 내가 너의 색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면,

우리는검정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여전히,

그리고 조금도,

너의 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A 야.

너에게 단 한 번도 말한적 없었지만

나는 늘,

너에게 밝은 색이고 싶었다.

 

밝은 색의 나를 만나,

너가 너의 수 만가지 색을 뽐내며

그 누구보다 밝은 색으로

빛나길 바랐다.

 

너와 나의 이 온전한 검정이,

시간에 희석되어 조금씩 회색으로,

그리고 마침내 다시 흰색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때가 온다면

그때는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우리,

더 이상 색이 아닌 빛이 되자고.

 

섞일수록 더 밝게 빛나는

빛이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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