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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50

넌 달빛에도 충분히아름다운 사람이니까.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49958] "헤어졌어." 소주 잔을 비우며 넌 담담하게 말했다. "왜?" "그냥 서로 안 맞는 거 같아서." 실로 무난한 대답이었다. "어제도 인스타 보고 잘 만나고 있는 줄 알었는데." "해는 지기 30분 전에도 밝은 거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며 넌 진동벨을 눌러 소주 두 병을 더 시켰다. "누가 문과 아니랄까봐." 여느 사람들과 다르게 이별에 태연한 널 보며 놀랐지만, 이 놀라움은 금세 식을 수밖에 없었다. 소주 두 병을 모두 비운 네가 곧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미묘하게 달라진 연인의 카톡 말투, 데이트 때의 적막한 분위기 따위의 흔한 이별 징조들. 너에겐 보고 싶지 않은 노을이었겠지. 친구야, 지는 해에 너무 마음 쓰지 마. 넌 달빛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언젠간 널.. 2021. 3. 13.
등 뒤에 꽃다발을 숨기고 산다는 느낌 [한양대학교 대나무숲 - #20593 사자후] 등 뒤에 꽃다발을 숨기고 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 그 사람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사실 내 등 뒤엔 언제나 꽃다발이 있었어. 누굴 좋아한다는 거 그런게 아닐까? 앞에서 보면 그냥 뒷짐을 진거지만 사실은 크고 예쁜 꽃다발을 숨기고 있다는거. 사실 그 사람도 알거같아. 아무리 잘 숨겨도 향기는 날테니까말야. 그냥 모른척하는거겠지. 향기를 맡고선 '설마 얘가 나를' 하고 의심하면서.. 가끔은 그 사람한테서도 꽃향기가 나곤 했었어.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믿기로 했어. 우리 둘 모두 등 뒤에 꽃다발을 숨긴 채였던걸까. 그러면서도 서로의 향기를 모른척한걸까. 아니면 그냥 너의 뒤에도 꽃다발이 있길 바랐던걸까. 꽃다발은 예쁘고 향기롭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시들어버려. 그래서 너우 오랜 시간이 지.. 2021. 2. 21.
문득 엄마가 생각나네요. 우리 엄마는 이런 날 분명히 자랑스러워 해주실 거예요.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31906 - 과외] 연대숲 #31906번째 외침: 2015. 6. 19 과외를 하고 있었어요. 종종 과외비가 밀려서 힘들긴 하지만, 사정 어려운 것도 알고 무엇보다 아이가 똑똑해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면서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 낮에 전화가 왔어요. 어머님이에요. 과외를 더 못할 것 같대요. 알았다고 했어요. 밀린 과외비는 곧 넣어주시겠대요. 죄송하대요. 그것도 알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밤에 아이한테 전화가 왔어요. 선생님 죄송하대요. 이제 겨우 고등학교 2학년일뿐인 남자아이가 수화기 너머에서 가늘게 흐느꼈어요. 전화를 끊고 마음이 무거웠어요. 저는 그 아이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단 걸 알아요. 어머님이 혼자 어렵게 외아들을 키우고 있는것도 알아요. 보통 평균 과외비보다 훨씬 싸게 과외를 하고 있지만, 그것도 사실 .. 2021. 2. 8.
[연애혁명] "조교 오기 전에 이거베껴. 네가 예뻐서 주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연세대학교 대나무숲 #27769 - 과제] 연대숲 #27769번째 외침: 2015. 4. 18 ㅁㅊ 일주일전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앞자리에 앉은 여자분이 확인을 못하셨는지 과제를 못해오셨더라고요. 안절부절하고 있으니까 옆자리에 앉은 남학우가 그러길; "조교 오기 전에 이거베껴... 네가 예뻐서 주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여자분이 정말 고맙다며 풀이과정을 쓰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들어시고 출석 부르시고 과제를 걷기 시작하셨어요. 보니까 여자분이 다 베끼질 못하셔서 당황하신것 같았습니다. 그걸 눈치채셨는지 남자분이 지우개 달라고 하더니 자기 과제 윗 칸에 적어두었던 이름, 학번을 지우고 여자분에게 "이름. 학번?" 묻더니 그대로 적으시더니 앞에가서 당당하게 내고 오셨습니다. ㅋ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둘이 사귀고 있는 것 같아요. 남잔데.. 2021. 2. 8.
이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이고, 이 사람의 슬픔이 내 슬픔이라 느껴지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놓치지 말고 함께하세요.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24309 - 청혼] 연대숲 #24309번째 외침: 2015. 2. 5 1학년 때 한 남자를 만났어요. 외모에 관심 없고 엄마가 사오면 다 고분고분 입는 것 같은 그런 남자요. 처음엔 찌질하다 생각했는데, 하도 저만 좋다고 따라다니길래 받아줬어요. 우리의 집은 두 시간 거리였어요. 다음날 시험이어도, 아파도, 차가 끊길 것 같아도 항상 절 바래다줬어요. 멍청해보여서 너 자신 생각도 좀 하고 그냥 집에 가라고 소리를 질러봐도, 제가 데려다줘도 또 제 뒤를 따라와서 제 방에 불이 켜지면 그 때서야 집에 갔어요. 처음 싸운 날은 제가 울었는데, 화들짝 놀라더니 자기가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구요. 저를 울게 해서 미안하다면서요. 이 때만 운 것도 아니고, 제가 아프기만 해도 울었어요. 이 사람은, 난 괜찮은데 왜 우냐니까 자기는 안 .. 2021. 2. 8.
[이별] 나는 아직도 네가 꿈에 나온다. 아직도 울음속에 네가 섞여서 흘러나온다.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6645 - 연애를 오래 했다.] 2015년 4월 1일 - #6645번째 외침 연애를 오래 했다. 너를 두고 군대를 가면, 너를 잃을까봐. 부모님께 군대미루는 핑계를 대기위해 팔자에도 없는 동아리 회장도 하고 학회에서 액팅도 했다. 미룰수있는건 뭐든했다. 그렇게 늦게 간 군대를 나는 너에게 힘들면 언제든 헤어져도 된다고 했었다. 너는, 그게 무슨소리냐며 너는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 전역하는 날 부대 앞에서 네가 해줬던 그 포옹과 네가 흘렸던 그 눈물을 한평생 잊을수가 없다. 우린 6년을 사귀면서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서로 밖에서는 자존심 세고 불같은 사람들이었지만, 우린 서로가 너무 소중했다. 내 불같은 성격에 네가 데이는게 너무 두려웠다. 너도 마찬가지였겠지. 그런데, 그렇게 사귀었어도, 이어지는 것은 둘의 생각 뿐으로는 안되더.. 2021. 2. 8.
겪었던 아픔 받은 은혜, 절대 잊지 않고 내가 겪었던 그 탁한 병실에 갇혀있는 그들을 위해 희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응원해주세요.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13348] 2015년 12월 10일 - #13348번째포효 자려고 자려고 하고있지만, 잠들 수 없는 밤이네요. 내일이면, 내일 병원을 가면 만12세부터 10년을 줄곧 달고 살아온 병 완치 판정을 받습니다. 초등학교 때 뭣 모르고 놀러 갔다온 스키장에서 신장이 얼었고, 그렇게 신장병을 안고 살게 됬어요. 시골의 엄한 병원에서 병을 키워서 한동안 신장투석기 없이는 사람 노릇 못 했고, 신장이식 이야기도 오고 갔습니다. 신장이식은 신중히 결정 내리자며 향한 서울대학 어린이병원에서 만성질환 판정을받고 고생한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힘들거라는 주치의 선생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시골기지배가 느끼는 서울에 살고있다는 흥분과 설렘을 무시할만큼 병원생활은 힘겨웠고, 큰딸이였던 제가 가족에게 짐이된다는 마음의 부담이 버거웠어요. 그.. 2021. 2. 8.
그런 나의 어머니를 앞에 두고, 감히 젊은날 고생은 해봐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린 꼭 아파야 청춘인 걸까.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나는 서자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2015년 11월 22일 나는 서자다. 조선시대도 아닌 현재,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는 나는 서자다. 나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의 나의 어머니를 사랑했다. 나의 어머니도 그를 많이사랑했겠지. 그에게 이미 가족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나의어머니의 뱃속에는 내가 자라고 있었다. 어머니는나를 지우는 대신 평생을 홀로 외롭게 사는 길을 택하셨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혼인 신고를 하지 못 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호적에 오르지 못 했다. 대신 큰아버지의 호적에 올라 지금의 성씨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호적을 빌려주었다는 명분으로 여전히 나의 어머니는 큰집에 인사를 한다. 명절이면 양 손 가득 과일을 사들고 큰집에 인사를 간다. 돌아오는 건 없다. 돌아오는 건 어머.. 2021. 2. 8.
네 인생에서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는 건, 사실 이제 막 다른 길에 들어섰다는 것뿐이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막다른 길인가봐요.]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2015년 11월 17일 "막다른 길인가봐요 형."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술자리에서 대뜸 말했다. "막다른 길?" "네. 그 동안 옆도 막혔고 뒤로 갈 수도 없는 골목길 같았는데.. 이제 앞도 막힌 기분이에요. 노력은 엄청 했는데.. 왜 이렇죠?" 그렇게 말하고는 말없이 소주잔을 만지작, 만지작, 하고 있었다. "너 보도블록 놀이 해 본적 있냐?" "네? 그게 뭐에요." "어렸을 때 해봤을걸. 빨간 블록만 밟기라던가, 회색 블록 안 밟기... 뭐 그런거." "아 네 ㅋㅋㅋ 해봤죠." "그 놀이가 집까지 이어지든? 아마 아닐거야. 어떻게 한 색깔 블록으로만 쭉 이어진 길이 있겠냐. 결국에는 심판의 시간이 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블록 사이의 거리." "얼마 전에 5살쯤 되는 꼬.. 2021. 2. 7.
네가 내 열아홉, 스무살을 빛나게 해줬다는걸 너는 알까? 이제 정말 안녕, 내 첫사랑.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이별]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20 aprile 2016 · 너와 이별한지 2년이 조금 넘은 지금, 나는 새로운 인연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 지난 2년여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난 새로운 사람을 좋아하는게 두려웠어.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짙게 머물고 있던 너의 존재가,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했거든. 새로운 만남에 대한 희망을 가지다가도, 어느 순간 그 사람에게서 너와 비슷한 구석을 찾아내려는 내 모습을 깨달았고 결국 그렇게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을 흘려보냈어. 그렇게 난 네가 없는 세 번째 봄을 맞이했어. 여느 때처럼 수업을 들으러 83동으로 걸어가는데, 화사하게 핀 꽃이 예뻐서 기분 좋게 웃다가 네가 생각났어. 근데 갑자기 눈물이 비집고나와 흘렀고, 벤치에 앉아 고.. 2021. 2. 7.
이제는 너를, 너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빵 굽는 냄새를 사랑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너는 어떤 향기를 제일 좋아해?]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2016년 2월 12일 “너는 어떤 향기를 제일 좋아해?” “향기? 갑자기 향기는 왜?” “우리 곧 1주년이잖아. 향수 사주려고. 내가 조금 알아봤는데... 플로럴향, 시트러스향을 많이 쓴대." "아쿠아향은 바다를 떠올려주는 상큼한 향이 나고, 그린향은 4월의 풀 향을 맡을 수 있대. 그리고..” “있잖아.” 마치 명동 로드샵의 판매원이 된 것처럼 이런저런 향의 종류를 늘어놓는 내 말을, 너는 끊었다. “응.” “나는 향수 안 좋아해.” “왜?” “향수의 진한 향이 싫어서. 독해.” “음.. 그래도 남들은 다 향수 선물 같은 거 하던데? 그래도 좋아하는 냄새 하나쯤은 있지 않아?” “있어.” “뭔데?” “빵 굽는 냄새.” 멋이 없었다. 그때는 한창 로맨틱한 걸 좋아하던 나이였으므로.. 2021. 2. 7.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한 권리.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없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운동화만 신는 친구]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2016년 1월 5일 · 운동화만 신는 친구 최근 한 교수님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교수님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요새 무얼 하고 사느냐고 질문하셨다. 막 기말고사가 끝나 지쳐있던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 하는데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알바나 과외 같은 걸로 용돈을 번다고 대답했다. 우리의 대답을 들은 교수님은 혀를 끌끌 차셨다. 요새 아이들은 참 낭만이 없다고 했다. 시험기간이 되어 공부하는 건 이해한다고 해도, 바쁘지 않을 때에도 스마트폰만 뒤적이고 카페에서 노닥거리기만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방학에 여행이라도 떠나라고 하셨다. 훗날 떠올리면 여행했던 날들만 기억에 남지, 이렇게 공부나 하고 알바하며, 커피마시고 카톡 하며 빌빌대는 삶은 다 부질없다고 하셨다. 나도 교수님의 말씀에 ..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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