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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

이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이고, 이 사람의 슬픔이 내 슬픔이라 느껴지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놓치지 말고 함께하세요.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24309 - 청혼]

by 행복을찾아@ 2021.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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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숲 #24309번째 외침: 2015. 2. 5

 

 

1학년 때

한 남자를 만났어요.

 

외모에 관심 없고 엄마가 사오면

다 고분고분 입는 것 같은 그런 남자요.

 

처음엔 찌질하다 생각했는데,

하도 저만 좋다고

따라다니길래 받아줬어요.

 

우리의 집은

두 시간 거리였어요.

 

다음날 시험이어도, 아파도,

차가 끊길 것 같아도 항상

절 바래다줬어요.

 

멍청해보여서

너 자신 생각도 좀 하고

그냥 집에 가라고 소리를 질러봐도,

 

제가 데려다줘도

또 제 뒤를 따라와서

제 방에 불이 켜지면

그 때서야 집에 갔어요.

 

처음 싸운 날은 제가 울었는데,

화들짝 놀라더니 자기가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구요. 

저를 울게 해서 미안하다면서요.

 

이 때만 운 것도 아니고,

제가 아프기만 해도 울었어요.

 

이 사람은,

난 괜찮은데 왜 우냐니까

자기는 안 아픈데 제가 아파하니까,

대신 아파줄수 없고

안쓰럽다면서울더라구요.

 

제가 슬퍼하면

자기도 슬프다고 울고,

제가 행복해하면 자긴 그게

가장 좋다면서 행복해했어요.

 

달랑 외투 두 벌 가지고

겨울을 나면서도,

제가 지나치면서 예쁘다한 물건은

돈을 아끼고 모아서 기념일에 선물해줬어요.

 

제가 행복해야

자기도 행복하다면서요.

 

지나가다 술 취한 행인이

돈 달라고 시비를 건 적도 있는데,

키도 작으면서

제 앞을 막아서더라구요.ㅋㅋㅋㅋ

 

싸워서 손도 찢어졌는데,

또 제가 놀랐다고

기어코 집에 바래다 주고 갔어요.

 

제가 알바를 하다

알바비를 떼어먹힌 적도 있었는데,

기어코 자기가 찾아가서

다 받아내줬어요.

자기일마냥 화를 씩씩 내면서요.

 

 

 

이렇게

5년이란 시간을 보냈어요.

 

지날수록 보고만 있어도

너무 바보같고 답답해서,

계속 고민하다가 이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 먹었어요.

 

대학원생이라

모아둔 돈이 없어서,

집에서 보태줄 돈도 없어서

머뭇거릴 성격인거,

 

더 좋은 남자 만나겠다 하면

보내줄 사람인 것도 잘 알아서...

그게 너무 답답해서,

 

그래서 제가 청혼했어요.

 

사귄지 7년째 되는 날에,

처음 고백 받은 저희 집 앞에서요.

 

결혼 하자고,

안하면 평생 키스 안해줄거라 했어요. ㅋㅋㅋ

 

돈은 내가 벌고 있으니 몸만 오라했더니,

멍하니 있다가 저를 꽉 껴안는데

또 몰래 울고 있는 게 느껴져서

 

왜 우냐면서 저도 같이

한 시간동안 울었어요. ㅋㅋㅋㅋ

 

 

 

그렇게 저희 오는 3월에 결혼해요!

 

가진 것 없이 월세부터 시작해도

이 사람이 저의 전재산이나 다름 없기에

앞으로의 생활을 상상하면 웃음만 나오네요.

 

학교를 떠난지 오래 된

곧 30대를 바라보는 늙은 선배지만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해 준

학교가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글 보내봅니다!

 

 

 

후배님들, 살다가

이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이고,

이 사람의 슬픔이 내 슬픔이라

느껴지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놓치지 말고 함께하세요.

 

그 어떤 사랑보다 고차원적인,

평생을 거쳐도 만나기 힘들

사랑이라고 제가 자부할게요

 

모든 후배님들의 사랑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저희도 아름답게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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