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숲 #31906번째 외침: 2015. 6. 19
과외를 하고 있었어요.
종종 과외비가 밀려서 힘들긴 하지만,
사정 어려운 것도 알고
무엇보다 아이가 똑똑해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면서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 낮에 전화가 왔어요.
어머님이에요.
과외를 더 못할 것 같대요.
알았다고 했어요.
밀린 과외비는 곧 넣어주시겠대요.
죄송하대요.
그것도 알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밤에
아이한테 전화가 왔어요.
선생님 죄송하대요.
이제 겨우
고등학교 2학년일뿐인 남자아이가
수화기 너머에서 가늘게 흐느꼈어요.
전화를 끊고 마음이 무거웠어요.
저는 그 아이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단 걸 알아요.
어머님이 혼자 어렵게
외아들을 키우고 있는것도 알아요.
보통 평균 과외비보다
훨씬 싸게 과외를 하고 있지만,
그것도 사실 그 집엔
부담이란 것도 알아요.
왜냐면 저희 집도 그랬으니까요.
고등학교 때 엄마가
먹을 거 입을 거 아껴서
절 공부시켰어요.
모의고사 본 날
꼭꼭 고기 먹이면서도
엄마는 종종 점심을 굶으셨어요.
어느날 열어본 엄마의 도시락통에
말라빠진 김치만 들어있는 걸 보고
울음을 삼키며
학원을 갔던 기억이 선명해요.
그래서 아침에
아이한테 전화를 했어요.
밤새서 시험 공부를 한 덕분에
아이의 등교 시간에 맞출 수 있었어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수능 때까지 친한 누나 동생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보자고 말했어요.
까페는 돌아가면서 사자고 말했어요.
어머님이 걱정할수도 있으니까,
이건 비밀로 하자 그랬어요.
아이는 제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이내 울기 시작했어요.
등치도 커다란게,
버스에서 울었어요.
고맙다고 몇 번을 반복했어요.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하늘만 봤어요.
나중에 꼭 갚겠다 그러는 아이한테
학교나 잘 다녀오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어요.
술 좀 덜 마시면 될 거예요.
잠을 좀 줄이고 다른 과외를
하나 더 하면 될 거예요.
괜찮아요 이정도는.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말하겠지만
괜찮아요.
배워서 남 주겠다고 다짐하면서
이 학교에 왔어요.
문득 엄마가 생각나네요.
우리 엄마는 이런 날 분명히
자랑스러워 해주실 거예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