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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

문득 엄마가 생각나네요. 우리 엄마는 이런 날 분명히 자랑스러워 해주실 거예요.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31906 - 과외]

by 행복을찾아@ 2021.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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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숲 #31906번째 외침: 2015. 6. 19

 

 

과외를 하고 있었어요.

 

종종 과외비가 밀려서 힘들긴 하지만,

사정 어려운 것도 알고

무엇보다 아이가 똑똑해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면서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 낮에 전화가 왔어요.

어머님이에요.

과외를 더 못할 것 같대요.

 

알았다고 했어요.

밀린 과외비는 곧 넣어주시겠대요.

죄송하대요.

그것도 알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밤에

아이한테 전화가 왔어요.

선생님 죄송하대요.

 

이제 겨우

고등학교 2학년일뿐인 남자아이가

수화기 너머에서 가늘게 흐느꼈어요.

 

 

전화를 끊고 마음이 무거웠어요.

저는 그 아이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단 걸 알아요.

 

어머님이 혼자 어렵게

외아들을 키우고 있는것도 알아요.

보통 평균 과외비보다

훨씬 싸게 과외를 하고 있지만,

 

그것도 사실 그 집엔

부담이란 것도 알아요.

왜냐면 저희 집도 그랬으니까요.

 

 

고등학교 때 엄마가

먹을 거 입을 거 아껴서

절 공부시켰어요.

 

모의고사 본 날

꼭꼭 고기 먹이면서도

엄마는 종종 점심을 굶으셨어요.

 

어느날 열어본 엄마의 도시락통에

말라빠진 김치만 들어있는 걸 보고

울음을 삼키며

학원을 갔던 기억이 선명해요.

 

 

그래서 아침에

아이한테 전화를 했어요.

밤새서 시험 공부를 한 덕분에

아이의 등교 시간에 맞출 수 있었어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수능 때까지 친한 누나 동생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보자고 말했어요.

 

까페는 돌아가면서 사자고 말했어요.

어머님이 걱정할수도 있으니까,

이건 비밀로 하자 그랬어요.

 

아이는 제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리고 이내 울기 시작했어요.

 

등치도 커다란게,

버스에서 울었어요.

고맙다고 몇 번을 반복했어요.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하늘만 봤어요.

 

나중에 꼭 갚겠다 그러는 아이한테

학교나 잘 다녀오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어요.

 

 

술 좀 덜 마시면 될 거예요.

잠을 좀 줄이고 다른 과외를

하나 더 하면 될 거예요.

 

괜찮아요 이정도는.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말하겠지만

괜찮아요.

 

배워서 남 주겠다고 다짐하면서

이 학교에 왔어요.

 

문득 엄마가 생각나네요.

우리 엄마는 이런 날 분명히

자랑스러워 해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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