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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50

[짝사랑] "너를 보면 녹는 눈사람이었다"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58437 - 짝사랑 했던 오빠에게 보내는 글] 2018. 2. 19 오후 9:33:28, 연대숲 #58437번째 외침: 나 사실 지하철 타는 거 정말 싫어해. 차창 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싫고, 만원지하철에서 한껏 바쁜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밀쳐지는 것도 싫고, 어렸을 때 큰 소리를 무서워했는데 스크린도어가 없던 시절 지하철이 들어올 때 나던 소리에 귀를 꼭 막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그것도 싫어. 대신 나는 이어폰을 꽂고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게 너무 좋아서 버스를 타는 게 지하철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곳을 가도, 전광판에 뜬 예상 도착시간이 터무니없이 길어도, 차가 아무리 막혀도,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언제나 버스를 타. 그러니까 눈 내리던 그 날, 눈이 와서 아무래도 찻길은 막힐 것 같다느니 집에 빨리 가야 한다느니 .. 2021. 2. 6.
[사랑] 강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에, 잠깐 한 순간만 마음이 달라져도 좋아요. 한 번만 같이 걸어줄 수 있나요.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34951번] #34951번째포효 3월, 날씨가 풀리지 않았다면 4월쯤 당신과 한강을 걷고 싶어요. 밤이 되면 꽤 쌀쌀할테니 가벼운 가디건이나 자켓을 챙기고 과자 몇 개, 캔맥주 여러 개를 들고 여의나루역에 내리고 싶어요. 한강을 따라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 그 날은 단화나 운동화를 신고 나오는게 좋지 않을까요.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아마 나는 깔끔한 로퍼를 신고 올 것 같긴 해요. 밤이 돼서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고 누군가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옆 사람과 행복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속삭이겠죠. 역에서 내려 한강을 바라보면 뭔가 가슴 속에서 뭉클한 것이 차오르지 않나요. 갑자기 기계에서 폭신한 솜사탕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탁 트인 강을 봐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가까운 서울 안에서 당신과.. 2021. 2. 6.
[사랑] 그녀의 전 남자친구에게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어떻게 하면 그녀가 더 행복할까 또다시 고민하고 반성합니다. 그녀의 기준이 되어버린, 이길 수 없는 당신에게 지지 않기 위해.] 그녀의 전 남자친구에게. 그녀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처음 그녀를 보던 날,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체 했지만 이미 속으로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었는지도 모릅니다. 배꽃처럼 밝게 웃는 모습에도, 딱 부러지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에도,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그녀의 신념에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우연히 그녀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쳤을 때 제 마음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역시 서클렌즈는 위대한 무기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신입생 때부터 서로의 첫사랑으로 3년 반을 만났다는 당신과 그녀는, 참 아름다운 사랑을 했나 봅니다. 헤어진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생각에 잠기는 그녀를 보면 말입니다. 마음을 숨기는 것에 익숙한 나에게는 .. 2021. 2. 6.
[사랑,이별] 우리, 더 이상 색이 아닌 빛이 되자고. 섞일수록 더 밝게 빛나는 빛이 되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대나무숲 #3641번 - 동화 같이 아름다운 글] 작년 여름, 나는 아직도 너를 처음 봤던 그 때를 기억한다. 너울거리는 흰 원피스와 처음 신은 듯, 유난히 새하얀운동화. 그때 너의모습은 하야디 하얀 흰색 그 자체였다. 너와 처음 만난 뒤, 나는 끊임없이 너를 생각했다. 그리고 너를 생각하면 할수록 나의 색은 계속해서 은은한 분홍으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나의 분홍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너에게 번져갔고, 마침내 너도 나와 같은 색을 띄기 시작했다. 너와 만나면서 나의 색은, 그리고 우리의 색은 수 만가지 색으로 변화했다. 너가 나의 서툰 고백을 받아주던 그 날에는 세상이 온통 행복한 노랑으로 가득했고, 처음 너와 손을 잡던 그 날의 색은 따스한 주황이었다. 그리고 너와 처음 입을 맞추던 날에는 온통 평화로운 녹색만이 우리 주위에 가득했다. 너의 말 한 .. 2021. 2. 5.
[감동글] 당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나를 지킨 엄마. 감히 내가 한줄기 햇살이 될 수 있기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6079번째포효]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6079번째포효 ​ 태어날 때부터 난 아빠가 없었다. 할머니는 조그만 일곱살배기 뺨을 후려치면서 나한테 '내 딸 인생 망친 더러운 피'가 흐른다고 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울지도 못했다. 할머니는 나를 싫어한다. 엄마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바람 소리가 무섭다고 하면 꼭 안아줬다. 하지만 가끔은 한없이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 인생엔 물음표가 많았다. 왜 엄마는 나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할까. '간단히 말하자면', 스무살 때 강간을 당했고 그렇게 나를 가졌다고.. 엄마의 잃어버린 청춘에 엄마가 마주했을 두려움에 이를 악 물었다. 벽지가 뜯어진 곳엔 바람이 들었고 항상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지만 그 콘크리트 벽도 내가 마주한 현실의 벽보다 차갑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2021. 2. 5.
[러브 스토리] “야, 걔 결혼한다며?” “진짜? 생각보다 엄청 빨리 하네.”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36095번째포효 - 난 너에게 사랑을 배웠다.] 2018年4月15日 - #36095번째포효 “야, 걔 결혼한다며?” “진짜? 생각보다 엄청 빨리 하네.” “축의금 얼마 내야 되냐? 일단 우리는 다 가는거지?” “난 아직 졸업도 안 했는데.. 3만원은 좀 그런가?” 드디어 너의 사랑이 결실을 맺나싶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억지로 시간을 내 참석했던 고등학교 동창회가 아깝지 않았다. 너가 결혼을 하는구나. 웨딩드레스를 입겠구나.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고 싶다던 너가 몇 년뒤에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겠구나. 기다림 끝에, 우리 연애가 그랬던 것처럼, 너가 결혼을 하는구나. 14살, 막 중학교에 입학했던 때였을거다. 그 때는 소개팅이나 맞선이라는 이름 대신 남소, 여소라는 말을 쓸 때였다. 그닥 친하지는 않았던 친구가 쉬는 시간에 우리반을 찾아와 .. 2021. 2. 5.
[첫사랑, 설레임]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에 대해 배워간다는 건 행복이란 단어를 표현하기에 참 충분하다고 생각 합니다.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유차차 4편 종합) #21116번째포효 중학생 때부턴가, 대학이름을 15개정도 댈 수 있을 때부터 내 목표대학은 신촌의 Y대였다. 이게 무슨 어그로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핑계거리는 나름 타당하다. Y대출신 아버지, 같은 지역 E여대 출신 어머니, 역시 Y대로 진학했던 나이차가 꽤 나는 친형, 친가와 외가에도 Y대 출신 친척 분들이 꽤 많으셨고, 집도 신촌 근처였다. 그래서일까, 명절날마다 난 꼭 공부 열심히 해서 Y대를 가라는 말을 들어왔고 어머니와 아버지도 그것을 은근히 원하는 눈치였다. 형이야 뭐, 만날 때마다 Y대 가라! 라고 소리쳤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남들의 부탁은 어느새 내 의지로 바뀌어있었다. 그래, 어디 한 번 가보자. 드디어 소문으로 듣던 고3이 될 때까지 난 단 한 번도 다른 대학을 생각한 적이 .. 2021. 2. 4.
[사랑고백] 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동성애 고백에 난리 난 글과 그에 대한 답장) 연대숲 #66777번째 외침: 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스무 살이어서 그렇겠지, 새내기라서 그렇겠지. 내가 처음 접한 대학이라는 곳은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로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하니까, 모든 게 다 설레고 즐거우니까, 한때 지나가는 순간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밤을 지새우는 건, 그 밤을 지새우는 시간이 1년이 넘어가는 건, 밤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이 감정이 강렬해지는 건 당연한 거겠지. 언니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감정이 강렬해지지 않을 수 있겠어. 새내기 오티 때 늦으면 큰일 난다는 건 누가 알려 준 걸까. 탁 트인 백양로에서 건물 하나를 못 찾아 잔뜩 울상이 된 나를 언니는 어떻게 봤을지, 그런 내가 언니에겐 어떻게 보였을지, 아직도 궁금해. 마침 같은 과 선배였.. 2021. 2. 4.
[감동글] 오늘 태어나서 처음 아웃백에 갔다. (눈물나게 감동적인 이야기 - 이런 사람들이 성공해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연대숲 #67450번째 외침: 오늘 태어나서 처음 아웃백에 갔다. 나는 엄마 얼굴을 잘 모른다. 내가 5살이 되던 해, 엄마가 죽었다. 빠듯했던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식당 일을 나가고 돌아오던 길에 차에 치였다고 한다. 엄마가 죽고 난 후 일용직 노동자 소위 말하는 노가다꾼인 아빠는 8살배기, 5살배기 딸 둘을 혼자 키웠다. 우리를 없게 키우지 않기 위해 아빠는 피눈물을 흘렀지만, 애석하게도 아빠의 피눈물의 대가는 크지 않았다. 그냥 나와 내 언니와 아빠, 세 식구가 죽지 않고 살 정도였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너무나도 예쁜 원피스를 입고, 공주같은 구두를 신고, 누군가가 잔뜩 신경 써 준 머리를 하고 등교했던 내 짝의 외모에 홀려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집에 놀러갔다. 그 때 많은.. 2021. 2. 4.
무슨 거짓말을 해도 좋아요. 그 말을 뱉는 눈동자에 내가 비치면 나는 함빡 속아줄게요. 하루 종일을 난 그 거짓말 속에서 헤엄을 칠 테니 당신은 내게 세상을 주세요. 온갖 거짓말을 해주세요. 세상을 다 준다던가. 별도 달도 따다 준다던가. 무슨 거짓말을 해도 좋아요. 그 말을 뱉는 눈동자에 내가 비치면 나는 함빡 속아줄게요. 하루 종일을 난 그 거짓말 속에서 헤엄을 칠 테니 당신은 내게 세상을 주세요. 정말 홀딱 반할테니까요. 옆에 있어주세요. 그러면 난 내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글을 써 줄게요. 세상에 당신만을 위한 글을 써 줄게요. 내가 아는 단어 중에 제일 예쁜 단어들만 골라서 내가 가진 펜 중에 제일 예쁜 펜으로 써 줄게요. 이건 정말 오롯이 당신 거야. 너무 예뻐요. 진짜 어떻게 하면 좋아요. 그렇게 예쁘면 무슨 느낌이에요. 이건 코고 이건 눈이에요. 나도 가지고 있는 건데 근데 당신의 것은 더 특별해. 내 것보다 훨씬 더. 계속 보고 싶다. 갖고 싶은.. 2021. 2. 4.
[사랑, 응원] 미치게 살아봐요. 뭔가에 홀린 것처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응원글 - 당신. 누군지는 몰라도 당신 되게 멋있어요.) 미치게 살아봐요. 뭔가에 홀린 것처럼. 새벽이 넘어가도록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저 벤치를 달굴 해가 뜨는 모습도 지켜봐보고, 씻지 않은 채로, 아무도 상관하지 않고 집 앞 커피숍에 잠깐 들러 혼자 커피도 마셔보고, 좁고 더러워도 좋으니 한번도 안가본 길에 신발이 닿도록 말이죠. 중요한 시험이 있던 전날, 아니 그날, 공부도 끝나지 않았지만 밖에서 캔맥주 하나 따본 그날. 마음에 품고 있던 내 짝사랑과의 첫 대화, 만남, 그리고 이별. 공모전을 위해 날밤을 새면서 과로사 하기 직전 팀장이 사온 치킨을 뜯던 희열, 스펙 쌓으려고 노력하다 힘듦이 극에 악받쳤을 때 받은 부모님 전화에 펑펑 울기. 산다는 건, 기쁨과 슬픔을 떠나 미친듯 무엇을 하는 것의 일상이에요, 별 것 없죠! 과제하다 친한 친구랑 가벼운 캔맥.. 2021. 2. 3.
[사랑, 이별] 나의 첫 연애는 CC였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달달한 첫사랑 이야기) 나의 첫 연애는 CC 였다. 그것도 우리 과에서 처음 탄생한 CC. 공교롭게도 첫 연애인 건 내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CC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무게감을 가진 건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손부터 잡았다. 우리의 어리버리한 연애는 금방 티가 났고, 곧 모든 과의 사람들이 우리의 연애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페이스북에 연애 사실을 공표해버린 날, 나는 내 생애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고, 그제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성급한 공개연애를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조용히 연애를 했다. 같은 수업을 듣긴 했지만 옆자리에 묵묵히 앉아있었을 뿐이었고, 데이트의 유혹을 누르고 과 친구들과 다같이 학식을 먹은 것도 여러번이었다. 아주 쉬운 일이었다. 우린 원래 친구였으니까, 그냥 친구처럼.. 202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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