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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50

나는 금수저다. 아니, 금수저 이상이다. 한 다이아수저쯤? [동국대학교 대나무숲 #37915 - 나는 금수저다.] #37915번째뿌우 - 2017. 11. 21 오전 12:24:58 나는 금수저다. 아니, 금수저 이상이다. 한 다이아수저쯤? 너무 많은 걸 가진 인생과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 덕분에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집은 30평 남짓이다. 방은 두 개고 화장실은 하난데 방 하나는 부모님 방이고 하나는 나랑 여동생이 같이 쓰는 방이다. 이 집은 여름에도 춥고 겨울엔 완전 춥다. 우리 방은 특히 침대가 창가에 있어서인지 잘 때 춥다. 겨울에 자다 깨면 몸이 얼어서 부서질 것 같다. 그러면 부스스 일어나서 안방으로 간다. 엄마와 아빠 사이엔 이미 동생이 낑겨 자고 있다. 추워서 왔겠지. 나도 그 사이에 눕는다. 엄청 좁지만 훨씬 따뜻하고 잠도 잘 온다. 자다가 새벽에 엄마가 일어나는 기척을 느끼고나.. 2021. 2. 7.
언젠가 그랬지. 날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난 빛날 준비가 되어있으니 이제 내게 와줘.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42829 - 전역을 축하해] 2019년 4월 21일 · #42829번째포효 전역 축하해. 제대와 전역 둘 중 뭐가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에게 좋은 날이란건 변함 없으니 내게 익숙한 단어를 썼어. 연락이 끊긴지 한참이라 어떻게 알아볼까 고민하던 찰나 다행히도 네 인스타에 글이 하나 올라와있더라. SNS에 글을 올리는게 영 어색하다며 아무 글도 올리지 않던 너라 팔로우만 해놓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꽤 기념비적인 날이라 너도 글을 올렸나봐.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채로 활짝 웃는 너, 어머니와 꽃다발을 들고 어색하게 웃는 너, 군복사진, 휘황찬란한 모자까지. 그 사진들 중 내가 없는게 어쩌면 넌 더 익숙할 수 있겠지. 이제는 무슨무슨 병장님이 아니라 형이라고 부르겠다는 사람들, 축하한다는 너의 친구들, 그리고 나는 쓰지 못했던.. 2021. 2. 7.
사랑 받을 줄은 몰랐던 지난 날의 상처 안에 소심해진 나에게, 사랑 받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줘서고마워요, 정말.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 #35411 베텔게우스 만큼] 2018년 3월 13일 · #35411번째포효 ”베텔게우스 만큼.”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한 너의 특이한 답변이었다.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로 구구절절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정체 모를 별의 이름이었다. 온갖 수식어구를 붙여 감정을 전달하는 나와 달리, 너는 모든 감정을 하나의 단어로만 표현하였다. 무뚝뚝한 공대생 아니랄까, 과학이랑 담 쌓은 나는 인터넷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베텔게우스는 오리온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지금까지 알려진 거대한 별 중 하나이다. 이 붉은색 별을 태양의 위치에 놓으면 목성 근처까지 팽창해 있는 셈으로, 현재 엄청나게 팽창해 있다. 나를 향한 마음이 굉장히 밝고 크다는 것으로 지레짐작 해본다. “특이해.” 우리를 소개해 준 그 친구가 너에 대한.. 2021. 2. 7.
한 사람이 모든 깨달음을 가져다주는데 제가 어떻게 그에게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 #58696]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 #58696번째 외침: 2018. 3. 14 오후 1:09:39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냥 관용적으로 썼던 표현들의 의미를 와닿게 해주는 사람들. 가령 '코끝이 찡하다' 라는 게무엇인지, '가슴이 아리다' 라는증상은 어떤 것인지, '시간이 멈춘 듯하다' 는느낌은 진짜인지, 또는 '보고있어도 보고싶다' 라는것은 어떤 심정인지. 다 직접 경험해보면이런 표현들이 괜히생긴게 아니구나 싶잖아요. 한 사람이이 모든 깨달음을 가져다주는데 제가 어떻게 그에게'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2021. 2. 7.
네가 올 지 안 올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기 이 자리에서,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을게.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 #36219]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 #36219번째 포효 나 얼마 전에 증명사진을 찍으러 갔었어.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고서.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앉았어. 그리고 사진사분의 말대로, 머리도 한 번 더 정리하고. 고개는 좀 더 왼쪽으로, 어깨는 내리고. 그리고 카메라를 응시했지. 이제 자연스럽게 웃으라고 하셨어. 그런데 표정을 못 짓겠는 거야. 순간적으로 웃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어. 사실 요 며칠동안 웃을 일이 없었거든. 큰 시험을 준비한다는 거 생각보다 힘든 일이더라. 하루종일 힘들게 공부하고 돌아오면 유일하게 날 반기는 것은 불 꺼진 좁은 방뿐이야. 아무리 외로워도 주위 사람들과의 연락은 부담스럽고, 부모님께 투정부릴 나이도 지났잖아. 세어보니까 나 하루에 다섯마디도 안 하더.. 2021. 2. 7.
다음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인하대학교 대나무숲 -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인하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2019년 6월 15일 다음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안녕.너에게 건네는 인사가 이제는조금 낯설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아마 이번 인사가정말 마지막 일 수도 있어서 그런가 보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웃는 모습에 반했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따뜻한 온기에 반했고 그렇게 정신차리고 보니 나는이미 너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더라. 나는 태생이 평범하지 못해항상 평범한 삶을 원해 왔고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하게 사랑하고 늙어가는그런 인생을 꿈꿔왔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내가 안쓰러웠는지 신은 나에게너라는 기회를 주었다. 다행히도 나는 그 기회를 잡았고내 삶에 있어 가장행복한 일 년을 보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동시에 바라보는 일이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나는너의 .. 2021. 2. 7.
나는 주말을 반납했을 뿐이었지만 우리 엄마, 한평생 쉬지도 못하고 떠날까 두려워.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4136] 2016年12月13日 · #24136번째포효 엄마, 있잖아. 나 사실 엄마가 생각하는 철든 딸이 아니야. 나 실은 그냥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야. 고등학생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것도 그렇게 안 하면 가난을 그대로 물려받을 것 같아서,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이 공부 밖에 없어서 그렇게 이 악물고 한 거야. 엄마의 자랑거리였던 내 성적표는 꼭 가고 싶은 대학과,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내 발버둥이었어, 엄마. 엄마, 미안해. 나 사실 엄마가 생각하는 착한 딸이 아니야. 내가 수능이 끝난 시점부터 단 하루의 주말도 없이 계속 아르바이트를 한 이유는, 조금이라도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기특한 생각에서 한 게 아니야. 그냥 나도 평일에는 부유하게 살고 싶어서 .. 2021. 2. 6.
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나도 견디고 있으니 당신도 좀 만 견뎌달라고.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3797] 2016年12月1日 · #23797번째포효 자랑은 아니지만, 난 어렸을때 부터 꽤 힘든 삶을 자라왔다고 자부한다. 태어난 시기에 아빠 회사가 부도가 났고, 아빠는 나보다 두살 많은 언니의 분유값을 들고 놀음에 빠졌다. ( 아, 이건 뒤늦게 안 사실이다. ) 엄마는 지방에서 아빠대신 언니와 나를 키웠다. 자연스레 내게서 아빠란 존재는 잊혀져 갔고, 엄마한테 얼핏들은 바로는 아빠는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난 엄마, 언니와 함께 지방생활을 하다 아빠를 몇년 만에 처음 만났다. 철없던 어린애였던 나는 그저 아빠를 만난다고 좋아했다. 엄마와 아빠는 외식 사업을 시작했다. 작지 않은 규모의 냉면집이었고, 나름 장사가 잘된다고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지만... 나중에 커서야 알게 되었는데, 우리집에 검은양복.. 2021. 2. 6.
[사랑, 우정] 나는 더 이상 너랑 친구 못할 것 같아.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4046] 2016年12月11日 · #24046번째포효 너는 내 오랜 친구였다. 또한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는 이야기가 술자리의 주제로 오르면 내가 당당하게 제시하던 반례이기도 했다. 였다. 했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난다. 한 여름, 우리는 교복을 입고 일렬로 강당을 가득 채워 앉아 있었다. 나는 네 뒤에 앉은 친구에게 꽝꽝 언 쭈쭈바를 던져 주려다 네 머리를 맞췄다. 너는 네 또래의 남자애들이 으레 그랬듯 인상을 찌푸리고 욕설을 뱉는 대신, 크게 웃었다. '이거 나 먹어도 되냐' 하면서. 그 날부터 너는 이름 모르던 수 많은 남자 아이들 중 하나에서 내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부끄럽게도 그 때 난 정말 입이 험했다. 너는 그 버릇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없이 말을 .. 2021. 2. 6.
[사랑, 그리움] 난 누날 다 지워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나봐요. 난 아직 6월의 여름 안에서 누날 찾으며 헤메이고 있나봐요.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2022] 2016年9月25日 · #22022번째포효 누나, 있잖아요, 며칠 전에 우리학교 수시원서 접수가 끝났대요. 그래서 반수할 때가 문득 생각 났는데, 다시 누나가 아른거려서 큰일이에요. 누나, 작년에 다니던 학교에서 누나랑 같이 2인1조로 팀플을 했죠. 누난 재수를 해서 나보다 한 살이 많았고,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나를 보고 제발 말 좀 놓으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놓지 못했던 것도 기억나네요. 사실 누나가 엄청 저한테 관심을 줬잖아요. 밥도 같이 먹자 하고, 옷도 골라달라 하고, 나 소개팅 나가지 말까? 라고 묻기도 하고, 오늘 길에서 누가 번호를 물어봤다며 던져놓고 내 눈치를 흘끔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누나, 난 키가 작고 잘생기지도 않아서 그렇게 예쁘고 인기도 많은 누나를 안을 자신이 없었어요... 2021. 2. 6.
[사랑, 연애] 동아리에서 대학생활 내내 같이 지냈지만 후배 그 이상 이하로도 느껴지지 않던 너였어.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2207] 2016年10月1日 · #22207번째포효 동아리에서 대학생활 내내 같이 지냈지만 후배 그 이상 이하로도 느껴지지 않던 너였어. 그렇지만 함께 4년의 대학생활을 했기에 좋은 사람인 건 알았지. 둘 다 시험종류는 다르지만 졸업할 때 즈음인가 고시생이 되었고, 빡세게 공부해야 할 고시생 첫 해에 우린 바보였는지, 사랑에 눈이 멀어서인지 이성이 조절이 안되서인지, 선후배 관계에서 더 진전된 관계가 되었어. 첫 남친을 고시생 첫 해에 사귀게 된 나,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지. 늘 같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자리는 따로) 같이 점심 저녁 먹고, 하교하고.. 고시 생활 3년이 흘렀고 둘 다 원하던 시험에 합격했어. 직업군은 다르지만 누군가에게, 누군가를 위해 말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점에선 같았지. 동아리 .. 2021. 2. 6.
[사랑, 이별] 보름 뒤에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과 결혼을 한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충분히 그녀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아 마땅한데 여태 이를 부정했던 것이다.] 보름 뒤에 전 여자친구의 여동생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슬픈 한 편의 영화이다.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날, 전 여자친구를 처음으로 만났다. 왁자지껄한 행사 분위기와 달리 붙임성이 부족했던 나는 홀로 야구중계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때였다. “ 작년에 한국시리즈 7차전 봤어? 난 가족끼리 잠실가서 나지완이 끝내기 홈런 치는 거 봤어! ”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 옆자리에 앉았던 그녀였다.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당황한 나는 대답을 얼버무렸고, 우리의 첫 만남은 이렇듯 무척 싱겁게 끝나버렸다. 다음날, 나는 다짜고짜 초코라떼 한 잔을 사서 그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하루가 지났다고 평생 없던 숫기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컵에 ‘어제 너무 미..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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