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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

네 인생에서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는 건, 사실 이제 막 다른 길에 들어섰다는 것뿐이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막다른 길인가봐요.]

by 행복을찾아@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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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2015년 11월 17일


"막다른 길인가봐요 형."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술자리에서 대뜸 말했다.

"막다른 길?"

"네. 그 동안 옆도 막혔고 뒤로 갈 수도 없는
골목길 같았는데.. 이제 앞도 막힌 기분이에요.
노력은 엄청 했는데.. 왜 이렇죠?"

그렇게 말하고는 말없이
소주잔을 만지작, 만지작, 하고 있었다.

"너 보도블록 놀이 해 본적 있냐?"

"네? 그게 뭐에요."

"어렸을 때 해봤을걸. 빨간 블록만 밟기라던가,
회색 블록 안 밟기... 뭐 그런거."

"아 네 ㅋㅋㅋ 해봤죠."

"그 놀이가 집까지 이어지든? 아마 아닐거야.
어떻게 한 색깔 블록으로만 쭉 이어진 길이 있겠냐.
결국에는 심판의 시간이 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블록 사이의 거리."

"얼마 전에 5살쯤 되는 꼬마가 똑같은 짓을 했어.
그땐 심지어 꼬마가 밟기로 결정한 것 같아 보이던
빨간색 블록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고,
그래서 되게 신나 있었어."

"그런데 아예 회색 블록으로만 덮인 길이
쫙 펼쳐지는거야.
어린 마음에 주저 앉아서 울더라구."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그때 그 녀석 엄마랑 꼬마랑 같이 걷고 있었어.
갑자기 주저앉아 우니까 물어보셨겠지. 왜 그러냐고.
설명 다 듣고 나시니 웃으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그럼 우리 회색 블록 밟기 놀이 할까?"

그랬더니 꼬마가 뚝 그치고 번뜩 일어나서,
앞으로 깡충깡충 달려나가는 거야.
.
.
.
난 가끔 있지, 우리 인생은
보도블록 밟기 게임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직 많이 여리고 약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밟아왔던 블록의 갯수니,
다른 것 안 밟고 버틴 시간이니,
블록 색깔이니, 하는 것들에 집착하게 되지.

근데 그러다 보면,
꼭 막다른 길이 와.
다른 블록을 만나거든.

그럼 처음에 우린
점프할 수 있을까를 재 보기 시작해.
그러다 안 될거라는 걸 아는 순간
주저앉아 버린다고.

5살 꼬마가 아닌데 엉엉 울기도 해.

그런데 실은,
이건 그냥 보도블록 게임이야.

우린 계속 걸어 나가면 되고.
어쨌든 도로는 죽 앞으로 놓여있듯이,
우리 시간도 결국엔 흘러가.

그 색깔이 바뀌는 선들을 넘을 때마다,
새로운 놀이를 시작한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충분히 인생은 재밌는 게임이라구.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어머니처럼

'산다는 건,
애초에 점수를 내는 게임이 아니란다.'
보도블록 색깔만 쳐다보면서 걸어가다간
다칠 수도 있단다.'

'땅만 보지 말고 하늘도 쳐다보고,
오늘 날씨 좋네 같은 생각도 좀 해보렴.'
보도블록 색깔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같은 것도 깨달을 수 있겠지.
.
.
.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 같다고 했지.

네 인생에서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는 건
사실 이제 막 다른 길에 들어섰다는 것뿐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다른 색깔 보도블록, 그 이상도, 이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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