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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

네가 내 열아홉, 스무살을 빛나게 해줬다는걸 너는 알까? 이제 정말 안녕, 내 첫사랑.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이별]

by 행복을찾아@ 2021.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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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20 aprile 2016 ·

 

 

너와 이별한지 2년이 조금 넘은 지금,
나는 새로운 인연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

지난 2년여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난 새로운 사람을 좋아하는게 두려웠어.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짙게 머물고 있던 너의 존재가,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했거든.

새로운 만남에 대한 희망을 가지다가도,
어느 순간 그 사람에게서
너와 비슷한 구석을 찾아내려는
내 모습을 깨달았고 결국 그렇게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을 흘려보냈어.


그렇게 난 네가 없는
세 번째 봄을 맞이했어.

여느 때처럼 수업을 들으러
83동으로 걸어가는데, 화사하게 핀 꽃이 예뻐서
기분 좋게 웃다가 네가 생각났어.

근데 갑자기 눈물이 비집고나와 흘렀고,
벤치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펑펑 울었어.

왜 난 아직도 너와 함께하던 시절에
머물러있는걸까 하고.

그렇게 한참을 울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는데,
여전히 하늘은 맑았고 햇살은 따뜻하더라.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나만 이렇게 초라하게 울고 있는게
문득 억울해졌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창 밖을 내다보며 너와 함께 했던 시절과
작별해야겠다고 다짐했어.


지금 이 사람은 너처럼
책 읽는걸 좋아하지도 않고,
옆에서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지도않아.

너처럼 조심조심
보도블럭 선을 맞춰 걷지도않고,
내 팔에 머리를 부딪히지도않아.

하지만 내 옆에서 날 이해해주고,
애정의 눈빛으로 날 바라봐줘.
그 때의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어느 새 난
그 때의 내가 그랬던것처럼
설렘과 기쁨을 느껴.

너와는 오래 전에 작별했지만,
너와 함께했던 시절과는
이제야 작별하려나봐.

조심조심,
천천히 새로움에 발을 내딛어볼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를 좋아했던 그 때의 내 모습이 참 좋아.

너를 좋아할 수 있어서 기뻤고,
날 좋아해줬던 너에게 정말 고마워.

네가 내 열아홉,
스무살을 빛나게 해줬다는걸 너는 알까?

이제 정말 안녕,
내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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