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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아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 같은
가난만 물려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단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비틀어진 젖꼭지 파고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말거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 몸 건사 잘하거라.
살아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나의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구나.
사랑한다 나의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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