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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꽃 피워 봄

요양원에서 쓴 어느 어머니의 편지

by 행복을찾아@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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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구나, 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아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 같은

가난만 물려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단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비틀어진 젖꼭지 파고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말거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 몸 건사 잘하거라.

 

살아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 나의 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구나.

 

사랑한다 나의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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