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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러브 스토리] 그 밤의 소풍

by 행복을찾아@ 202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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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 아담해서 참 좋다, 마음에 들어. 다음에 여기로 소풍 오자."
남자는 말했었다.

남자와 여자는 겨울의 시작에 만났다.
혹한의 날들이 계속됐지만 추운 줄을 몰랐다.

 

처음 공원에 갔던 건 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여자의 집 뒤에 있는 작은 공원이 마음에 든다며 남자는 피크닉 가방을 선물해주며 말했다.

"봄이 깊어지고 햇살이 따스해지면 우리 소풍 오자."

여자는 설레며 봄을 기다렸다.
궁리가 많았다.

"4월이면 될까, 5월이면 더 좋을까. 샌드위치가 좋을까, 김밥이 재미날까."

질문이 많은 여자를 남자는 재미있어했다.
아끼는 모포를 가방 안에 넣어두고 여자는 차곡차곡 소풍 준비를 했으나 봄은 차분하던 겨울과는 달랐다.

정신없이 지나갔다. 남자는 점점 더 바빠졌고, 여자는 투정이 많아졌다.

오늘도 남자의 퇴근이 늦었다. 잘 자라며 전화를 끊는데 마감 뉴스가 들려왔다.

제주에는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 전선이 올라오고 있다 했다.

" 소풍은 포기해야겠네. "

한숨을 쉬는 여자에게 남자는 말했다.

"우리에게는 다음 봄이 있잖아"

이상했다. 그 말에 안도가 되었다.

다음, 또 다음인 거냐며 계속 투정만 부렸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우리에게 아직 다음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네"라고 솔직한 마음을 말했다.

전화를 끊고 30분쯤 지났을까. 현관 벨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남자, 손에 커피와 샌드위치를 들고 서 있었다.
둘은 소풍을 나갔다. 밤 소풍이 좋았다.

피크닉 가방은 필요 없었다.
대단한 준비도 필요 없었다.

조금의 시간과 두 사람만 있으면 충분했다.

남쪽 섬에는 장마가 시작됐다지만
두 사람에게는 마침내 봄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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