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주라. 나 그냥 그사람한테 갈게"
벌써 몇 시간째
그녀는 그를 설득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그녀 역시 그에게서 보내준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다.
"네가 그러라고 하지 않아도 나 그냥 갈 수 있는 거 너도 알지?"
"근데 나는 꼭... 네가 날 보내줬으면 좋겠어."
"가서 행복하라고, 그렇게 말해주면 안돼? "
어이없는 요구라는 것쯤
그녀가 더 잘 알고 있다.
세상 어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것도 다른 남자에게 가겠다는 여자에게
그래 니 마음 알았으니 보내주마 하겠는가?
그의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냥 이렇게 가버리면
그 사람에게도 편하게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마음에 한 가득 짐을 떠안은 채로
그 사람과 다시 시작하고 싶진 않았다.
"나 이렇게 이기적인 애야. 못됐다고."
"지금도 내 마음 하나 편하자고 너 이렇게 괴롭혀"
"내 마음이 이미 널 떠났는데 넌 뭘 더 바라는 거야?"
"네가 이대로 날 안보내 준다 치자."
"그런다고 다시 며칠 전처럼
내가 온전히 너한테 돌아갈 것 같아?"
"그럴 수 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어?"
다시 한번..
그녀는 마지막 진심을 담아 그에게 부탁했다.
"우리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자. 응?"
"제자리? 너 말 잘했다."
"너 처음에 그 자식한테 버림받고 나한테 왔을 때..
네가 뭐라 그랬는지 알아?"
"여기 내 옆이 니 자리인 거 같다고 너 그랬어."
"여기가 니 자리라고 그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제 자리고 돌아간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
그럼 난 그동안 너한테 뭐였는데?"
"그자식 다시 너한테 돌아오게 하기 위한 도구였어?"
"나랑 만나는 몇 달 동안 그 자식 언제 돌아오나
그것만 기다렸던 거야? 아니라고 말하지마."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사람 맘이 변해?"
"나랑 보낸 시간이 너한테 뭐였는데? 그냥 시간 때운거야?
"그자식도 진짜 웃긴다.
못 견딜거면 진작 못 견뎠어야지."
"너랑 헤어지고 몇 달 동안 어떻게 견뎠대?"
"왜 이제 와서 남의 집 앞에 찾아와서
울고불고 너 없이 못 산다고 난리야?"
"그걸 받아주겠는 넌 또 뭔데?"
"내가 여기서 널 그냥 이대로 보내 줬다고쳐."
"그럼 너 내가 몇 달 뒤에 너한테 찾아가서
그 자식이랑 똑같이 울고불고
너 아니면 죽겠다고 그러면 다시 나한테 올래?"
"대답 안 하네. 대답 못하는 이유가 뭐야?"
"그 자식은 되고 나는 안 되는 이유는 뭔데?"
"나 너 못 보내. 안 보낼 거야."
"내 말 못 알아 들었어?"
"너 안 보내 준다고."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짓인지
니가 알 때까지 두고두고 너 괴롭힐 거야."."
"내 앞에 앉아있는 너 누구야?"
"내가 사랑했던 사랑 진짜 맞아?"
"그렇든 아니든 넌 못가. 제자리? 웃기지 마."
"여기가 니 자리야."
"내 대답 듣고 간다고 했지?"
"이게 내 대답이야. 이제는 네가 알아서 해"
끝내 붙잡고 있었어도 내 것은 아니었던
그러니 잡으려고 했어도 잡을 수 없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다
푸른밤, 문지애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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