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나무숲 이야기

[첫사랑, 이별] 4년 8개월의 짝사랑 후기 - Part 2 남자의 글 (여자의 마음을 2년 뒤에 알게 된 남자가 그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by 행복을찾아@ 2021. 2. 3.
728x90

2019. 12. 10. 오후

 

< 사랑 >

 

 

안녕.
벌써 우리 연락 끊긴지도 2년이 되어가네.


나는 니 도움을 받아

취직도 잘했고, 결혼도 잘했는데
너는 잘 지내는지 알 방법이 없다.

 

오래전에 니가 쓴 글이

얼마나 오래 돌고 돌았는지..
정작 나는 얼마 전에 읽었어.

 

내 얘기가 맞는지

세 번은 읽었는데 아직도 긴가민가해.


나는 니가 나를 그렇게

오래 좋아했을거라고 생각도 못했어.


근데 내 얘기가 맞다면,

왜 내 결혼식에 안왔는지

 

오랜 친구를

왜 그렇게 쉽게 끊어냈는지..

툴툴거리며 원망하던

내가 좀 부끄러워지겠다.

 

너는 인터넷에 익명으로

가볍게 쓴 한탄이었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널 오해하고 욕하더라.

 

혹시 그거에 상처받았을까봐

걱정스러워.


내 짧은 글도 돌고 돌아서

너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야.

 

4년 8개월이라고 이렇게

문자로 쓰니 긴 시간이네.

 

나에게 너는 은인이고

되게 고마운 친구인데
내가 똑바로 행동하지 못한 것 때문에

마음 고생시켜서 미안해.

 

니가 힘들어하는지도 모르고

니 앞에서 히히덕거리며

가벼운 추억 취급한 것도 미안해.

 

사실 우리 처음 만난 학부생시절에

난 너한테 관심도 호감도 있었어.

그래서 내가 먼저 말도 열심히 걸고

널 챙기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했어.


솔직히 너랑 사귀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

근데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어.

변명하자면 넌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나 되게 흙수저야.


학교도 사배자전형으로 들어왔고

등록금은 지원금 반 빚 반으로 냈어.

지금보면 어린 나이인 21살 때

집에 돈 벌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학교 끝나면 알바하러 달려가

주말도 휴일도 없이 일했는데

한달에 내가 쓸 수있는 돈은

5만원도 안됐던 그런 때야.

 

난 그런거 부끄러워하거나

싫었던적 없었는데 이상하게

너랑있으면 내 현실이 너무 싫었어.

 

넌 돈이 많다고 자랑하거나

허세를 부린적없었지만

 

20살의 나이에 좋은 차를 몰고다니고

신용카드를 쓰고 항상 좋은 가방과

좋은 옷을 입고 비싼커피를 마셨잖아.

 

그게 잘못되거나 그런게 아니라,

너의 잘못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내가 열등감을 못이겨냈어.


너는 모두에게

악의없이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나는 평생 그런거 못가질거 같아서
열등감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는

내가 너무 쪽팔렸어.


그래서 차 타고 같이 등교하자는 너한테

괜히 화나 내고 성질이나 내고

 

그래도 짜증내지 않는 너 때문에

못이기는척 아침에는 일찍 나와

도로를 살피며 널 기다리고

 

기름값 한 번 주지못할 나를 아니까.

집에서 도시락이나 몇 번 싸오고
니가 먹던 커피나 몇 잔 쥐어주고

니 생일엔 남은 돈이 없어서 선물을 못샀어.

 

그래도 나름대로 선물도 해주고 싶어서

알바하던 곳에서 얻은 커피찌꺼기로

방향제를 만들었는데

 

생일선물로 받은

백만 원짜리 목걸이를 하고도

그걸보고 웃어줬잖아.

 

그게 되게 고마웠긴했는데
반대로는 고작 그것밖에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너는 감정이 표정에 그대로 다 드러나서

사실 니가 나 좋아하는거 알고있었는데
나도 너랑 사귀고 싶었지만

도저히 사귈수가 없었어.


이런 찌질이와 너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

영영 안어울릴거라는 생각밖에 안들어서.


나는 내 열등감을 이기지못해서

현실을 이겨낼 만큼 너를 좋아할수 없었어.

 

그래서 계속 내가 먼저 끊어내고 밀어냈는데도
끝까지 끝까지 손을 내밀어줘서 고마웠어.


내가 군대 다녀왔을 땐 복학도 도와주고

알바자리도 알아봐주고
정말 고마운 널 다시 좋아할뻔 했지만

 

다시 현실을 보면

그럴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아서
그래서 애매하고 애매한 내 행동에

니가 더 힘들어했나봐.

 

그러고나서 우리

되게 좋은 친구로 지냈잖아.


내가 힘들고 지칠때마다

니가 항상 도와주고

내가 어려울때 니가 항상 도와주고.


가끔 내가 술 먹은 날에

불쑥 너에게 호감을 표시해도

너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어서


나는 니가 표정을 숨길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는걸 잊어 먹고

너에게 이젠 내가 그냥 친구인줄만 알아서


그래서 나는 완전히 너를

좋아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어.

 

이런 소중한 친구를 잃기 싫어서

그리고 나는 니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준

지금의 와이프와 연애를했어.


첫 연애라서 많은 걸 쏟아붓고나니

되돌려받는 사랑에 감격하고


내가 고생을 좀 했더니

이렇게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해지는구나 하고
니마음도 모르고

나혼자 되게 행복하게 살았네.


이제서야 왜 내 결혼식에

너가 안왔는지 이해가 가.

철없이 징징거려서 상처준거 미안해.

 

지금 와이프는 내가

너 잠깐 좋아했던거 알아.

 

이렇게 길게 고생한줄도 모르고

가벼운 추억으로 소비해서 미안해.


지금와서 그때 나도 너 좋아했는데

이런 얘기나 하려고

글을 쓰는건 아니고

 

그냥 내 철없는 행동과 마음때문에

내 은인이고 오랜 친구인 널

너무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지금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꼭 좋은사람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어.


몰라서 그랬어는 이제 변명이 안되니까

그냥 사과하고 싶어.

상처줘서 미안하다고.

 

넌 나 힘들때마다 나에게

도움을 주던 소중한 친구니까.


어디서 지금 누구랑있던지

꼭 행복했으면 좋겠어.

 

오랜시간 나를 좋아해줘서 고마웠어.

더는 마음고생 하지마.

 

 

너에게 전해지려면 글을

어디다가 올려야할지 모르겠어.


우리가 처음 만나고 졸업한 학교

대나무숲으로 편지를 넣으며...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