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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너 만나는 동안 좋아하고 사랑하고 이렇게 헤어지기까지 나 엄청 컸어. 그래서 고맙다고! 니가 잘됐으면 좋겠어.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4403]

by 행복을찾아@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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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年12月21日#24403번째포효

 

 

유난히 더웠던 올해,

푹푹 찌던 여름
미팅에서 너를 만났다.

 

사실 처음 단체카톡방에 초대되었을때
너의 프로필사진을 보고 너랑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조금 품고 나갔었다.

 

예상대로 너는 귀여웠고,

니가 내 립밤을 골라

우리는 파트너가 됐다.

 

집에 함께 오는 내내 술에 취한 내가

행여나 다칠까 머리에 손을 대주는 너에게,

 

내 가방에 맡긴 너의 이어폰으로

다음 약속을 잡는 귀여운 수를 쓰는 너에게

나는 마음을 뺏겨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서너번의 만남,

일주일간의 짧디짧은 썸을 끝내고

나는 밀당이랄것도 없이

너와 사귀게되었다.

 

여느커플처럼 집앞하천을 걷기도,

집앞 놀이터에서 꽁냥거리기도
작지만 소소한 데이트를 즐겨하곤 했다.

 

1학년, 눈코뜰새없이 바쁜 너에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랬던걸까?


내가 바라는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너는 왜 내 마음과 같지 않느냐고

그저 어린마음에 너에게

잔뜩 투정을 부리고 말았다.

 

좋아하는 만큼 내 마음은

서운해져버렸고,

좋아하는 만큼 너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너는 지쳐갔고

니 입에서 결국

이별이란 단어가 나오고 말았다.

 

너와 전화하는 동안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울다가

그렇게 3일을

눈두덩이가 부르터지도록 울었다.

 

하루라도

너의 얼굴을 보지 않을 수 없었고

너의 일상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와 헤어지는 것보다 힘든 건

없을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널 붙잡았다.

 

잠잘 시간도 부족한 너,

매일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너,

 

그런 너에게 맞추려 내 일상을

바쁘게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너의 모든 것을 이해하다보니

우리의 싸움은 흔치 않은 일이 되었다.

 

하루하루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에

나의 그릇이 커져감을 느꼈던 날들.

 

더없이 좋은줄만 알았던 날,

집앞이라는 니 말에

한걸음에 달려나갔던 그 날.

 

갑작스럽게 너는 내게

두 번째 이별을 통보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연애 초기 시절,

코인노래방에서 연신 불러 댔던

권진아의 끝.

 

이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는 헤어졌다.

 

너에게는 우리가 그동안 사랑하고

노력해온 날들이 고작

일주일이라는 시간으로 끝맺어지는구나.

 

여느때와 다름없이 전화로

사랑을 속삭이던 너.

술취한 채 나에게 안기던 너.

 

어쩌면 그동안

기약된 이별을 뒤로한채
나를 대했던것일까?

 

나를 한번 꼬옥 안아주고는

그만하자던 너의 눈빛에

나 아무말도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애썼다.
너에게 내 힘든 모습을 들키기 싫었다.

 

너를 찾아가 울부짖더라도

착한 너는 나를 위로해주고

미안하다는 말로 돌려보낼것을 알기에..

 

내가 할수있는게

없다는 것을 알기에..

 

 

길을 걷는 것이 겁이 났다.
길에는 온통 니가 서있었다.

 

우리가 함께걸었던

길의 간판만 보아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일만큼,


휴대폰 배경화면에 글귀를 써놓고

하루하루 마음을 다잡아야 할만큼,

 

빈방에 혼자 있을 수 없어

추운 겨울 서리 낀 창문을

열어놓고 있어야 할만큼,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울음을 참아야 할만큼 힘이 들었다.

 

용기내 밖으로 내딛은 발걸음,
너의 흔적이 없는 곳에서도 니가 느껴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함께 사랑함에도
너는 연애가 너를 지치게 하는것이라면

사랑을 끝낼수 있을만큼 이성적이었고

 

나는 내가 망가져감에도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관계를

지속할수있을 만큼 감성적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달랐고

서로를 완전히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진 않았다.

 

이제서야 말해
사실 나도 니가 처음이었어.

 

서로에게 서툴렀던

서로를 이해하자.

 

너 만나는 동안

좋아하고 사랑하고

이렇게 헤어지기까지

나 엄청 컸어.

 

그래서 고맙다고!

니가 잘됐으면 좋겠어
내 첫사랑아.

 

 

스무살의 여름부터 겨울까지

내 청춘을 함께해준

나의 첫 남자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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