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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러브스토리,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3 ~ 14]

by 행복을찾아@ 2021.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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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3편

 

< 백조 >

그래서 내 계획을 얘기했다.

조그만 까페 비스무리한 걸 꼭 해보구 싶다구.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함께 하겠단다.

괜찮다니까, 없는 돈을 어쩌라구...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데굴데굴 하구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인간아, 빨랑빨랑 움직여야지. 나와."

"왜, 취직이라도 됐어?"

 

 

< 백수 >

임시직이지만 어쨌든 기뻤다.

학교 홈 페이지 공고란에

이름이 떠 있는 걸 봤을 땐 순간,

입학시험 붙었을 때처럼 흥분됐다.

월급이 80만원 밖에 안되고

후배들 보기가 쫌 민망할거 같긴 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암튼 뭐든지 저지르고 보기로 했다.

놈이 아직 결혼을 안한게 다행이었다.

나도 결혼한 애들한테 꾸어달랄 정도로

눈치없는 놈은 아니다.

이자쳐서 갚을 테니까

걍 잊어버리고 있으라 그랬다.

그래도 이런 친구도 있으니

30년 인생 헛 산것 같진 않았다.

내 마지막 비상금 2백을 합해서 건네 줬더니

고맙다며 울먹울먹 할라 그런다.

 

 

< 백조 >

소개비 아낄라고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여기저기 돌아 다녔더니

원래 가늘지도 못한 다리가 퉁퉁 부었다.

부동산에 갔을 때는

얼마 갖고 시작할 거냐고 해서 한 삼천...하면

그 돈 갖고는 대학가에서 장사 못 한다며

엄마는 여자가 무슨 술집이냐고

이제 시집은 다 갔다고 엉엉 울며 펄펄 뛰었다.

물론 벽지랑 의자가 동네 닭 집 수준이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그는 6시 정도면 퇴근해서 함께 일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희망이 보일 것도 같다.

근데 그가 넘 피곤할 것 같다.

그냥 이 가게 같이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어차피 낮에 손님도 없을 텐데

놀면 뭐하냐고 하면서

요즘 넘 놀았더니 힘이 남아 돈다며

알통에 힘을 준다.

그에게 잘 해야겠다.

 

 

< 백수 >

카운터엔 컴터도 갔다 놨다.

여동생이 집에 있는 PC 를 들고 나올 때

입에 칼을 물고 막아섰지만

임시직이라 컴터도 내가 가지고 가야 한다고

눈물로 구라를 쳤다.

후배 놈들이 그녀에게

"형수니임~" 하며 너스레를 떤다.

하여간 이 자식들은... 아주 잘했어!

잘될까 하는 염려도 물론 된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더욱 새롭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 백조 >

청소하고 페인트칠 하니까

그런대로 밝아 보인다.

의자와 탁자도 청계천에 가서

중고품 중에 깔끔한 걸로 들여왔다.

그가 컴터로 음악 틀으라며

자기 집에 있는 있는 PC도 가져와서

스피커랑 연결해 놨다.

암 생각없이 사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였나 보다.

근데 여동생한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모르겠다.

오후에 주문한 간판이 도착했다.

Some Where 란 영문이 시원했다.

섬웨어... 섬웨어....

다시 한 번 되뇌어 봤다.

손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읽을수록 정감이 가는 것 같다.

가게 이름을 뭘로 할까 하고

물어봤더니 그가 제안한 상호였다.

난 Why not? 으로 할라 그랬는데

들어보니 그게 더 괜찮은 거 같았다.

어딘가에, 우리가 생각한

미래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어딘가에" 있을리란 생각이 든다.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4편

 

< 백수 >

시작은 까페였지만

갈수록 호프 집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암튼 그럭저럭 손님은 들었지만

솔직히 인건비 나오는 것도 빠듯했다.

어쨌건 바쁘니까 별 고민이 없어서 좋았다.

 

 

< 백조 >

아직 돈은 크게 안 벌리지만 만족한다.

첨 소문 내는데는 그의 힘이 컸다.

선후배를 비롯한 동문들에다가

교수님들까지 모시고 왔다.

그런데 이 바보가 늘 돈 받을 때면

미안해 갖곤 우물쭈물 한다.

그래서 내가 잽싸게

다른 일을 시키곤 늘 계산을 받는다.

모 그럴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며칠 전에는 그렇게 오지 말라고 말려도

엄마 아빠가 다녀갔다.

아무래도 조만간 뽀록 날 거 같다.

 

 

< 백수 >

솔직히 나도 엄청 수강변경 많이 했었다.

첫 시간에 교수님 인상 딱 봐서

답이 안 나올거 같은면 밥 먹듯이 바꾸곤 했다.

후배들이 나중엔 나보고

들어야 할 선생님과 안 그런 선생님을

찍어 달라고까지 했으니 사실 할 말 엄다.

다행히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 가는 거 같다.

얘가 워낙 싹싹하게 인사도 잘하고

그러니까 동네 분들도 좋아하고 그러신다.

가끔 술먹고 "누나~~ 사랑해요!!" 하는

놈들만 없으면 딱인데...

그치만 핵생들이라 글케

크게 꼬장 피는 녀석들도 거의 없다.

그러고 보니까 낼이 예비군 훈련이네.

우~ 군대 다시 가는 느낌이다.

몇 시간 안되는데도 넘 받기 싫어진다.

학교 같으면 별 생각 없이 빠질텐데..

그래도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눈 딱 감고 받아야지 모.

그녀에게 내 군복 입은

늠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어.

 

 

< 백조 >

계산기 두드리다 보면

늘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최대한 아끼면서 벌면 1년이면

보증금이랑 권리금은 빠질 것도 같고...

그럼 1년만 더하면

좀 큰 가게로 옮기고

그후엔 적금도 하나 더 들고...

하여간 상상은 돈이 안 들어서 좋다니까...

이 인간이 낼은 예비군 훈련을 간다는데,

물어보니까 올해가 마지막이란다.

그렇게 들으니 인간 나이 엄청 먹은거 같네.

요즘 연하를 잡아야 능력있는 여자라는데

내가 넘 싼 값에 팔려가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암튼 군복 입은 모습을 함 보고 싶다.

낼 훈련 끝나면

옷 갈아입지 말고 오라고 신신당부 했다.

하여간 군복 입었는데도

자세 안 나오기만 해 봐라.

 

 

< 백수 >

하여간 8시간이 왜 이렇게 긴 거야.

왜 군복만 입으면 이렇게 시간이 더디 가는지.

그래도 그녀가 어젯밤에 싸준 김밥이 있어

올해는 행복한 훈련인거 같다.

예전엔 훈련 들어와서 "도시락 안 살 사람" 하면

손 드는 남자들을 보면서 솔직히 부러웠었다.

근데 올 해는 당당히 내가 손을 들게 됐다.

어제 싸 놓은 것이긴 했지만

금방 해준 것 처럼 넘 맛있었다.

철조망 통과를 할 때도 군복 구겨질까봐

엄청 요령피우며 신경썼다.

멋있게 보여야 되자나...

사격 할 때도 집중해서 했다.

잘 쏴서 과녁지를 그녀에게 보여줄려고.

근데 과녁지 교체할 때 보니까 넘 깨끗했다.

"어? 이상하다." 하고 있는데 옆에서 쏜 사람이

"모야? 왜 이러케 많이 맞았어?"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훈련 끝나고 군복에 묻은 먼지 자알 털고..

가게로 향했다.

가게가 저 앞에 보이는 순간...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아버님이 나를

놀란듯이 쳐다보고 계셨다!

나의 군복에 붙어 있는 예비군 마크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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