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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러브스토리,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1~12]

by 행복을찾아@ 2021.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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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1편

 

< 백조 >

더워 죽겠다. 내 방엔 에어컨도 없고...

다행히 엄마, 아빠가 계모임에 가서

안방에 가서 널부러졌다.

내 방에도 조그만 에어컨 하나 달자니까

엄마, 아빠가 내 돈으로 사서 달으랜다.

정말 치사해서... 빨리 시집을 가던지 해야지.

근데 보통 시집갈 때

가전기기는 신부가 해가던데

그럼 결국 내 돈으로 해가야 되는 거 아냐.

그 인간한테 방에 에어컨 있나 물어봐야 겠다.

남들은 여름이면 입맛도 떨어진다는데

난 애가진 여자처럼

왜 이렇게 이것저것 땡기는지 모르겠다.

냉장고에 먹을만한 것도 없구.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양파링을 하나 집어 먹었더니 열라 눅눅하다.

아우~ 성질나~~

하여간 엄마, 아빠는 이런 것 좀 먹고

남으면 봉지 입구 좀 잘 접어 놓으라니까...

접시에 덜어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

잠시 후 빠지직~ 하며 데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난 천재야.

빠삭한 게 첨 샀을 때 보다 더 맛있다.

TV를 보며 우걱우걱 먹어 치웠다.

근데...다 먹고 나니까 허탈하고 우울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란 생각이 든다.

이 인간은 이럴 때

날 즐겁게 해줘얄 거 아냐!

 

 

< 백수 >

식구들이랑 [퀴즈가 좋다] 를 보고 있었다.

보통 7~8 단계 까지는

나도 맞출 수 있는 문제가 나온다.

젤 열받을 때가 10단계 까지 갔을 때

나는 아는 문제가 나왔는데 출연자가 틀릴 때다.

꼭 내 돈 날린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그치만 요즘은 아는 문제라도 속으로만 이야기 한다.

괜히 정답 몇 번 이야기 했다가

식구들한테 눈치만 먹었다.

이젠 절대 말 안한다.

내가 생각한 정답과 일치하면 기양 씩 웃고 만다.

"오빠, 뭐가 좋아서 혼자 실실 웃고 그래?"

"어? 아냐. 갑자기 딴 생각이 나서..."

여동생이 이젠 완존히 갔구나 하는 눈길로 쳐다본다.

그 때 전화가 왔다.

그녀와 나를 만나게(?) 해준 친구였다.

"일요일인데 데이트 안하고 집에서 뭐 해?"

"어! 집인지 어떻게 알았어?"

"미안하다. 아픈델 찔렀구나. 나와. 밥이나 먹자."

"아냐, 아프긴.. 근데 둘이서?"

"걱정마, 니 앤도 불렀어."

"울 마누라랑 넷이서 술이나 한 잔 해."

 

 

< 백조 >

고기집에 들어갔더니

그 인간이 먼저 와서 씩~ 웃고 있다.

반가움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든다.

좀 지가 먼저 연락 하지.

암튼 오늘 밥도 부실하게 먹었는데 잘 됐다.

일단 먹는데 집중했다.

근데 "고기부페"라 그런지

소고기가 좀 질긴 것 같다.

아닌가? 내 이가 부실해 졌나..

젠장 술 좀 작작 먹고 다녀야 겠다.

먹는 걸 가만히 쳐다보던 친구가

너 이럴 줄 알고

부페 집으로 자리를 잡았단다.

하여간 저 년은 돈 쓰면서도 욕 먹는다니까...

암튼 짠돌이 짠순이 끼리 잘 만난 것 같았다.

 

 

< 백수 >

마구 먹는 그녀를 보니

그동안 고기 한 번 제대로

사주지 못 한것 같아 가슴이 찔린다.

아무래도 그동안 날 생각해서

그런 얘기를 안 했나 보다.

근데 저렇게 잘 먹으면 앞으로

고기값이 만만치 않게 들것 같다.

차라리 정육점을 하나 차릴까...

친구가 간만에 얼굴도 볼 겸

같이 휴가계획이나 잡자고 불렀단다.

"뭘, 지금도 매일 놀고 있는데" 라고 말 해 버릴뻔 했다.

그녀가 유심히 째리고 있었다.

제발 그런 자조적인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었다.

어디가서 자신없어 보이는거 정말 보기 싫다고.

"괜찮지! 어때 같이 가는데 불만 없지?" 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바로 그거야 라고 말하듯이 그녀가 웃는다.

그래, 자신있게 당당하게 살아야 겠다!!

 

 

< 백조 >

친구네가 휴가를 같이 가잖다.

뭐, 몇 번 미리 들은 이야기라 그러자고 했다.

이 인간... 교육의 효과가 나오는 것 같았다.

"얌마! 장소는 그 날 지도 펴놓고 침 딱 뱉어서 찍히는 데로 가면 되는 거지" 하며 자신있게 이야기를 한다.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였다.

뭐 돈이야 언제고 벌거고, 평생 놀건가?

자신있게, 어깨 딱 펴고 살라 이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도

"잘 먹었다. 형이 맥주 한 잔 살께" 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러더니 나보고 조용히

"너 돈 좀 있니." 라고 물어보긴 했지만...

차라리 그러는게 더 좋다.

다른 사람 앞에서 힘 없어 보이는 건 정말 싫다.

근데 2차 맥주집에 가서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고기를 너무 급하게 먹었나 보다.

왠만하면 참을라 그랬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팠다.

 

 

< 백수 >

배가 아프단다. 암튼 좀 천천히 좀 먹지.

화장실에 가서 힘 주고 오랬더니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란다.

손을 잡아봤더니 얼음처럼 차가웠다.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급체인 것 같았다.

일단 급한 대로 옷핀으로 손을 땄는데 별 차도가 없었다.

아무래도 집에 보내야 할 것 같아서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택시 안에서 엄지와 검지 사이를 계속 주물러 줬다.

아픈 듯 조금 찡그리긴 했지만

눈을 지긋이 감고 손을 내 맡기고 있었다.

차에서 내릴 때 쯤, 많이 괜찮아 진 것 같았다.

피식 웃다가 끅 하고 트림을 했다.

창피한지 말 시키지 말란다.

괜찮다고 하고 싶은 데로 내 뱉으라니까

입을 가리고 웃기만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몸이 괜찮아져서.....

 

 

< 백조 >

아씨~ 오늘 쪽 다 팔았다.

친구가 혀를 끌끌찬다.

알써, 이 년아. 애들한테 소문이나 내지마.

손따고 소화제까지 먹었는데도 효과가 없다.

넘 꽉 막히니까 머리까지 뱅뱅 돌았다.

그가 차 안에서 계속 손을 주물러 줬다.

열라 아팠지만 참았다.

손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암튼 손 잡을 거 일년치는 다 잡았을 거 같다.

집에 올 때쯤 거의 괜찮아졌다.

근데 결정적으로 그만 트림을 끄읔~ 하고 해 버렸다.

뭐가 좋다고 실실 웃는지.

사실 밑으로 새는 큰 가스는 간신히 참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에서 음악 크게 틀어놓고

부욱~~ 하고 시원하게 발사했다.

엄마가 왜 오밤중에

음악을 틀고 난리냐고 고함을 친다.

씨~ 그 목소리가 더 큰지도 모르고...

쪽 팔리고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기분좋기도 한 날이었다.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2편

 

<백수>

에휴~ 이 한여름,

더구나 휴가철에 어디가서 차를 빌린담.

예상에도 없는 인원이 두 명씩이나 불어나서

도저히 친구 놈의 소형 자동차로는 움직일 수가 없게 되버렸다.

나와 그녀, 친구 부부 거기에 그녀들의 친구 둘 까지

여섯 명이 가려면 차가 두 대가 필요했다.

그나마 추가 인원이 여자니까 참는다.

아~ 이 자식은 걍 렌트 하자니까

꼭 어디서 구해보라고 난리람.

사람들이 차랑 마누라는 빌려 주는게 아니라는데

도대체 이걸 어디가서 빌린담.

회사 다닐 때가 좋았는데.. 기름값 걱정도 안하고..

팔지 말았을 걸 하는 후회가 진하게 밀려든다.

문득 일가족이 모여 사는 친구 녀석이 떠 올랐다.

그놈거랑 형거랑 매형거랑 어쩌구 저쩌구 해서

집에 차가 3~4 대는 됐다.

형이랑도 친하고 하니까 말만 잘하면 될 것도 같다.

하긴 나 회사 다닐 때 그 자식이 나한테

바가지 씌운 것도 많으니까 완전 쌩은 못 까겠지.

 

 

< 백조 >

이년들은 할 일 없으면 집에 자빠져 있지

뭘 남들 쌍쌍으로 가는데 끼고 난리람.

은미 이 년이 더 밉다.

지는 결혼 했다 이거지?

왜 지가 발 벗고 나서서 같이 가자고 설레발이야~

기집애들...

애인들 없으면 지네끼리 가서 현지조달을 하던지.

암튼 내색도 못하고 출발 날짜는 다가왔다.

근데 이 인간은 차 구해온다 더니 왜 이렇게 연락이 없담.

전화를 했다.

"여기 지금 다 모여 있거든, 차 구했어?"

"어? 어... 지금 가는 길이야."

"차종이 뭐야?"

"넌, 잘 모를거야. 라보라고. 다마스 사촌 쯤 되는거."

"라보? 우리나라에 그런 차도 있어?"

"응. 있어. 그런게. 암튼 다 왔으니까 끊어."

들어본 것도 같은데 뭐더라? 외제찬가?

다마스는 알겠는데...

그럼 그것도 승합찬가? 아님 뭐지?

은미 신랑 한테 물어봤더니 "라보요?"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잠시 후 표정이 일그러진다.

뭔데요? 하고 다시 물어 보는데 빠앙! 하고 경적이 울렸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0.5톤 미니 트럭이었다!

 

 

< 백수 >

역시나 였다.

차 멀쩡한 거 같은데 뭐 쇼바가 나갔네 어쩌네 하며 핑계람.

그러면서 지가 납품 때문에 며칠전에

중고로 산 트럭이 있는데 그거라도 빌려가겠냔다.

낡고 귀엽지도 않은 라보(LABO) 트럭이었다.

무슨 물건 팔러 가는 것도 아닌데 난감했다.

물론 나야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여자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는 승용차에 타고

나만 이차에 타면 될 것 같았다.

뒤에는 짐도 싣고... 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거라도 빌려 주는게 어디람.

역시나 사람들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그문 어카라구!!

 

 

< 백조 >

솔직히 조금 실망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저사람 주변머리에

차를 빌린것만 해도 대견하단 생각도 들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치만 그때 속마음은 그 차에 타고 싶은 맘이

안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가 "넌 편하게 저 차 타고 와." 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래도 될 까?" 라고 말해 버렸다.

아주 잠시 쓸쓸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러엄~~" 하고 이내 밝게 웃으며

나를 승용차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타는 순간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할 때부터

그가 우리 차 앞뒤를 오가며 손을 흔들어 댔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어서 흔들며

빵빵 경적도 울려댔다.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친구들은 연신 깔깔댄다.

짐칸에 아이스박스와 온갖 짐을 실은 채

밝은 얼굴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고단한 일상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외로운 가장 같았다.

어쨌건 지금 앉아 있는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친구 신랑이 길 안 막힐 때 쉬지 말고 가자는 걸

화장실이 급하다며 쉬어가자고 졸라서 휴게소에서 내렸다.

화장실 앞에서 그가 "너 급했구나?" 하며 놀린다.

트럭에 타겠다니까 불편하다며

눈치없이 자꾸 밀어낼라 그런걸 밀치고 올라탔다.

다시 서해안으로 향하는 길...

의자는 다소 불편했지만

마음은 세상 어느 곳 보다도 편했다.

 

 

< 백수 >

고속도로에서 왔다갔다 하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데 영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왜 그런지 물론 알것 같다.

그래서 그런 기분 안들게 장난을 친건데 반응이 없었다.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를 보니 눈이 빨개졌다.

미안하다.

좀 좋은 차를 빌려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에어컨이 가스가 떨어졌는지 잘 안 나와서

창문을 열지 않으면 무척 더웠다.

이 자식이 부채랑 수건을 갖다 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가 창문을 거의 올리더니 대신 부채질을 해 줬다.

시원했다.

어느덧 <무창포 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야아아~ 바다다~~"

 

 

< 백조 >

얼마만에 와보는 바닷가인가.

바닷가 앞 방갈로 비스무리한데다가

자리를 잡자 마자 물로 돌진했다.

물도 깊지 않고 놀기에 딱 좋았다.

뒤에서 이 인간이 물을 뿌리며

"오~ 수영복 잘 받는데~" 하며 놀린다.

이 늑대들..

하긴 내가 며칠 전부터 몇끼를 굶었는데...

엄마는 내가 밥을 안 먹으니까

처지를 비관해서 그러는 줄 알고

중매 서 줄테니까 너무 그러지 말랜다.

엄마야~

이 인간이 물 밑에서 갑자기 목마를 태우며 일어섰다.

아~ 제발 일년이 오늘 같기만 하여라.

 

 

< 백수 >

그녀가 당당하게 비키니를 입고 나왔다.

솔직히 아랫배가 살짝 나왔지만 그런게 더 보기 좋았다.

넘 비쩍 마른 여자는 왠지 쫌 부담스럽다.

친구네 부부랑 서로 목마를 태우고 기마전을 하며 놀았다.

음... 이 여자 그동안 친구한테 쌓인게 많았나 보다.

무슨 남자들 보다 더 격하게 덤벼들더니 일격에 무너 뜨렸다.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근데 그녀의 친구들이 외로워 보인다.

그런 눈빛을 예전에 본적이 있다.

대학 때 MT를 갔을 때였다.

조용한 동네 였는데 우리 옆에는 모 여대 학생들이 왔었다.

술 먹고 담날 오전에 강가에서

서로 물에 밀어 넣고 보트도 뒤집어가며 놀았는데

그 때 그녀들이 강가에 앉아

우리과 남여 학생들이 깔깔 거리던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 보던 기억이 난다.

 

 

< 백조 >

삼겹살에 무슨 꿀이라도 묻혀놨나 보다.

왜 이렇게 달게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그가 번개탄에다가 철망을 올려서

구워내는 삼겹살은 정말 예술이었다.

이 인간 아무래도 한 두번 놀러 다닌 솜씨가 아니었다.

캔맥주도 뜨끈한 것을 아이스 박스 얼음에 대고

문지르더니 금방 얼음같이 차갑게 만들어서 내놓았다.

이 정도면 나중에 부려 먹고 살기 괜찮을 것 같았다.

저녁에 물이 빠진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잡는 재미도 쏠쏠했다.

천천히 손을 맞잡고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백수 >

삼겹살 세 근이 어디로 없어 졌는지 모르겠다.

좀 남으면 낼 아침에 볶아 먹을라 그랬는데..

보통 여자들이 남자보다

속이 깊다고 하는데 크고 넓기도 한 것 같다.

조개도 좀 줍고 산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음주가무에 들어갔다.

술 먹이기 게임을 했는데

대학 때 써먹던 이런저런 방법으로 했더니

나한테는 술을 마실 기회가 오질 않았다.

결국 오늘도 시체 처리 전담반 역할을 해야 했다.

 

 

< 백조 >

바닷길이 열린다. 오, 놀라워라!

그래서 이 인간이 여길 오자 그랬구나.

화장하고 있는데 빨리 나오라고해서 나가봤더니 장관이었다.

조개랑 소라, 고동 등을 잡는 재미에 술이 덜 깬 아픔도 잊었다.

근데 이 인간 겁 되게 많았다.

조그만 게도 손으로 못 잡고 물까봐 벌벌 떨었다.

아.. 나이가 몇 갠데 그런 것도 못 만지고...

"오빠 개구리 같은 것도 손으로 못 잡지?" 했더니

"어." 그런다.

아무래도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요리는 잘한다.

조개탕을 끓여 주었는데 개운한게 아주 그만 이었다.

가게 차리면 주방장은 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 백수 >

여자들의 실체를 보고야 말았다.

빨리 나오라니까 무슨 세수도 안 하고 화장을 한담.

"나 이뻐?" 하고 물어봐서

'으응" 하고 어정쩡하게 대답했다가 바로 한 대 걷어 차였다.

앞으로 몸조심 해야할 거 같다.

그녀가 겟벌에서 게를 덥썩 잡더니

'맛있겠다. 그치?" 하며 나에게 건네준다.

근데 못잡고 떨어뜨리니까 엄청 깬단다.

그런 것도 손으로 못 잡느냐고..

하긴 내가 생각해도 가끔씩 내가

군대 다녀온거 맞나 할 때가 있다.

씨.. 못 만지는 걸 어떠카라구.

조개국을 후룩후룩 퍼 마시며

"캬~" 하는 폼이 딱 우리동네 술꾼 아저씨들 같았다.

이제 조금씩 본 모습을 드러나려나 보다.

 

 

< 백조 >

사흘 째 되는 날 딴데로 옮기자고 빨리 짐을 싸랜다.

귀찮은데 걍 한 군데 있지..

강원도 영월 서강으로 간단다.

혹시 동강 아니냐고 했더니 그 옆에 서강이 있단다.

하여간 별 이상한 데를 다 알고 있다니까...

근데 도착해 보니 무척 좋았다.

단종이 유배 됐었다는 청령포라는 곳 부근이었는데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것이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이 기지배들.. 트럭 몰고 왔다고 비웃었었지?

트럭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시골길에서 트럭 뒤에 타고

"오빠~ 달려~" 를 외쳤더니

기지배들 얼른 옮겨 타고 신났댄다.

솔직히 서울에서야 이런 걸 어디서 해본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이 기분...

최고다~~~

 

 

< 백수 >

민박집 아저씨한테 인사를 드렸더니

귀에다 대고

"야 넌 어떻게 올 때마다 여자가 바뀌냐?" 하고 묻는다.

대학 동창들이랑 후배들이랑 몇 번 왔는데

이 아저씨는 여자는 무조건 애인인 줄 안다.

여자들... 트럭 뒤에 타라고 했더니...

첨엔 싫다고 빼더니 한 번 타보더니 완존히 맛 들렸다.

시도 때도 없이 태워 달란다.

무슨 오토바이도 아니고 "빠라바라밤~" 이 뭐람.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길을 오가며 하루해를 넘겼다.

 

 

< 백조 >

서강에 도착한 담 날..

아침 먹고 둘이 산책을 하고 오니 이것들이...

트럭을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온다며

"니넨 안 태워줘~" 하고 약올리며 도망을 가고 있었다.

거봐~ 트럭 좋잖아...

근데 우릴 빼놓고 지네끼리 가다니.

내가 어떻게 좀 해보라고 닥달을 했더니

잠깐만 기다리란다.

어딘가로 후닥닥 뛰어가더니

잠시 후...

경운기를 몰고 왔다!

 

 

< 백수 >

군대 있을 때

병장 생활은 대민지원 밖에 생각이 안난다.

포도나무집, 배나무집, 고추밭, 조경원,

모내기, 벼베기 심지어 돼지 돈사 청소...

거의 전원일기를 찍고 왔다.

덕분에 새하얀 서울나기가 농촌맛도 조금 봤다.

경운기 운전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다.

아저씨가 태연하게 경운기를 내주며

오는 길에 담배 좀 사오란다.

저만치에 일행이 내려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릴 보고 기절 할 듯이 놀란다.

"어이~ 아가씨들. 태워줄까요?" 했더니

신난다고 달려든다.

단체로 "오빠 달려~" 를 외친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평화스러운 시간이다.

 

 

< 백조 >

기집애들~ 재밌지?

역시 울 남친이 최고야.

오후엔 모두들 한가한 낮잠을 즐겼다.

바람소리 풀소리에 아슴아슴 잠에 취해 있는데

그가 날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응... 왜?"

"쉿~ 조용히... 이리 와봐."

이 늑대가 혹시 엉큼한 생각을 하는건 아닐까?

손목을 잡고 강가로 이끌었다.

이 사람은 알라딘의 <지니> 인가 보다.

언제 갔다 놨는지 고무보트가 있었다.

잠이 덜 깨서가 아닌데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 백수 >

아저씨는 참 고마운 사람이다.

가끔씩 울적해 질 때면

혼자도 오다 보니 이젠 친삼촌 처럼 대해 준다.

함께 보트를 강가까지 짊어다 주셨다.

이번엔 확실히 애인 한 명 만들란다.

그녀가 무척 좋아한다.

조용한 강가에 보트가 미끄러지 듯 나아간다.

내일이면 다시 한숨 나오는 일상으로 돌아 가겠지만

그녀가 함께 있어서 힘이 날 것 같다.

그녀를 위해

이런 평온한 행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 겠다.

 

 

< 백조 >

문득 강물을 보고 짓궂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

어머니와 내가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거냐고 물어봤다.

당근 둘 다 구할 거란다.

한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떻게 할거냐고 다시 물었다.

잠시 강물을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그럼 두 사람을 구하고 자신이 물에 빠지 겠단다.

우문(愚問)에 이은 현답(賢答) 이었다.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강물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럼 말 나온 김에 한 번 빠져볼까!!" 하더니 물로 확 뛰어 든다.

"살려줘~" 하며 손을 내밀길래

깜짝 놀라 손을 잡았더니 물로 확 나꿔 챘다.

가슴 깊이 밖에 안 오는 곳 이었다.

번듯한 콘도도 아닌

값비싼 일류호텔도 아닌 곳에서의 휴가였지만

이 기억을 가슴 깊이 함께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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