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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러브스토리,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5 ~ 6]

by 행복을찾아@ 2021.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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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5]

 

< 백수 >

아... 최종 면접에서 또 떨어졌다.

도대체 멀쩡하게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무슨 능력으로 합격했는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하긴, 내가 면접관이라고해도

취직시험보러 오는 놈들이 기왕이면 제 2 외국어로 일어도 좀 하고

또 왠만하면 중국어나 러시아어도 읽기 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거기다 나이는 어리면서, 사회경험은 많으면 금상첨화겠지.

씨바.....차라리 슈퍼맨을 뽑지 그러냐.....

왜? 학창시절에는 리더였음 더 좋고 군대는 장교출신에다

옵션으로 운동은 만능이었음 좋겠지? 아... 자신없다.

물론 나 자신이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했다.

학점 지랄 같은 건 내 잘못이지만 토익도 열심히 보고

한자 능력 검정시험도 보고 컴터도 남들 다루는 정도는 한다.

두들겨 맞으며 군대생활도 마쳤고 쫌만한 회사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열과 성을 바치며 사회생활도 했다.

근데......취직은.....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

다 좋은데, 제발 방송에서 일할 사람 없다는 얘기만 안 했음 좋겠다.

무슨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자릴 가린다고?

그러면서 TV를 통해서 공개구인 같은 걸 한다.

자기네 회사는 누구나 와서 꿈을 펼칠 수 있다고....

자기네 기준은 이미 정해놓고 무슨 사람이 없다고 난리람.

나이는 어리고 경력은 많은 속칭, 현장투입형이 그렇게 흔한감.

부모님은, 내가 배가 불러서 취직을 안 하는 줄 아신다.

아니다! 난 지금 배 고파 죽겠다.

젠장, 정말로 믿었던데서 떨어지니까 죽고싶다.

면접관 이 인간은 왜 쌔끈하게 웃으면서 기대를 줬담,

에이......화난다. 낼 그녀 만나기로 한 날인데.....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만사 귀찮다.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술 한 잔 먹을라 했더니 왜들 바쁜 척이람.

존심이 있지 백수 주제에 직장인들에게 시간 구걸할 순 없지.

그녀에게 전화를 해 볼까?

하루 당겨서 만나자고 해도 괜찮으려나?

 

< 백조 >

낮잠을 자다 가위에 눌렸다.

무슨 저승사자 비슷하게 생긴 놈인데 흰 턱시도에 검은 넥타이를 맸다.

그러면서 목을 누르는데, 아무리 꿈이지만 어이가 없어

피식피식 웃었더니 왜 웃느냐며 막 성질을 낸다.

그러더니 "너 백조지? 이 인간아."하고 히죽히죽 웃는 것 이었다.

아무리 꿈이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개쉐이가~ 니가 나 노는데 보태준거 있어!" 하며 죽탱이를 날렸다.

순간 삘릴릴리~ 하며 핸펀이 울렸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았다.

그 인간 이었다.

자다 받은 티를 안 내려고 일부러 저음으로 목소리를 깔았다.

왠지 그래도 눈치를 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눈치를 챈 것 같진 않지만 오늘 좀 보잰다.

낼 만나자면서요 했더니 낼은 낼이고 오늘 좀 만나잖다.

오~ 쎄게 나오는데....

근데 왠지 목소리의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었다.

암튼... 아씨~ 그럴거면 진작 얘기하지!

애들한테 낼 못 나간다고 얘기해서 욕 절라리 먹었잖아...

어쨌건 시청에서 만나기로 하고 후닥닥 준비를 했다.

근데 거울 앞에서 부은 눈과 산발한 머리를 보니

아무리 백조지만 오늘은 좀 튕길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배도 열라 고팠지만 참기로 했다.

가뜩이나 놀면서 붙은 군살이 괴롭기만 했다.

 

< 백수 >

우울했는데....

잘록한 허리를 흔들며 걸어오는 그녀를 보자 기분이 무척 밝아졌다.

물론 허리만 그랬다.

며칠 안 본새 얼굴은 더 좋아진거 같았다.

식사 했냐고 물어봤더니 "아, 예" 하며 들릴 듯 말 듯 대답했다.

여학생 많은 과를 다녀 경험상 안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대답할 경우 백푸로 쫄쫄이 타고 나왔다.

입 맛은 없었지만 그녀를 위해 스파게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나는 것 같더니 배시시 웃었다.

너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동 쪽으로 걷고 있을 때였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앞을 가로 막았다.

"아니, 이게 누구예요?"

"어?"

"이야~ 군대 제대하고 얼마만 입니까?"

군대 있을 때 후임병 이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어.. 뭐 그냥.. 그렇지 뭐... 넌?"

"저, 이 근처에서 일해요."

녀석이 명함을 내밀었다.

부근 언론사 기자였다.

"난 명함이 없다. 미안하다. 야."

"에이, 뭐 그런 말씀을... 근데, 어떻게? 애인이세요?"

놈이 그녀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 그렇지, 뭐."

대충 얼버무리고 녀석과 헤어졌다.

초라한 기분이 드는 날이었는데 왠지 그녀 앞에서

더 작아진 것 같아 의기소침 해졌다.

그래도... 재미있게 해 줘야겠지.

 

< 백조 >

스파게티 집은 정말 좋았다.

대학 때 오던 데라는데 이 놈은 어디 먹으러만 다녔나 보다.

그 시간에 공부 좀 하지...

아무튼 분위기도 맛도 모두 Good! 이었다.

녀석이 자기 몫까지 밀어준 마늘 빵도 넘 맛있었다.

거기 주인 아저씨가 놈과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오랜 만에 왔냐고

같이 오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냐고 물으며 반겼다.

근데 다 여자 이름이었다.

음... 놈의 과거가 의심스러워졌다.

나는 이 인간이 데리고 온 몇 번째 여자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그렇고 얘는 왜 이렇게 다운돼 있을까?

특히 아까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더니 더 그런다.

얼핏 보니까 명함을 받으면서 기가 죽은거 같던데....

에이~ 모야, 도대체... 무슨 기자라도 되나?

내가 보기엔 프리랜서를 가장한 백수 같던데...

왕년에 명함 안 뿌리고 다닌 사람 있냐고!!!

식사 후 시킨 과일도 깔끔한게 좋았다.

어쨌건 가늘고 예쁘게 생긴 맥주잔으로 건배를 했다.

근데 이 인간이 오늘은 조금 진지하다.

오늘 갑자기 불러 죄송하다며 "괜찮죠?" 라며 히쭉 웃는다.

그럼, 안 괜찮다고 그러리? 아니, 안 괜찮으면 내가 나왔을까?

 

< 백수 >

친구 선배가 하는 가게에 오랜만에 왔다.

학교 다닐 때 후배들하고 종종 오던 곳 이었다.

나만 보면 넌 언제쯤 진짜 니 여자랑 함께 올 거냐고

농담섞인 핀잔을 주던 형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녀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것 같다.

뭐 안 좋은 일 있냐고 그녀가 물어 오는데

차마 취직시험에서 떨어졌단 얘긴 할 수 없었다.

좀 걷자고 했다. 바람은 선선했고 하늘은 맑은 오후였다.

그녀도 가끔씩 길게 숨을 고르며 늦은 오후의 거리를 즐기는 듯 했다.

창덕궁을 거쳐 창경궁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니 우울함이 가시는 듯 했다.

 

 

< 백조 >

씨... 아직 과일 많이 남았는데... 이 인간이 좀 걷잖다.

하긴 걷다보니 소화도 좀 되고 괜찮은 것 같았다.

근데 자꾸 트림이 올라와서 괴로웠다.

놈이 눈치 못 채게 입 안에서 삭여서 숨 쉬는 것 처럼 후~ 하고 내 뱉었다.

전혀 눈치채지 못 한 것 같았다.

근데 이 놈이 뜬금없이 무서운 얘기 해 줄까요?

하더니 예전에 술 먹고 밤에 여기를 걷다가 귀신을 봤단다.

뭐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가더라나...

황당한 놈이다. 대낮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람....

근처 점집 하는 여자가 바람쐬러 나왔겠지...

 

 

< 백수 >

오랜만에 이 길을 걸으니 예전 후배들과 함께 귀신을 봤던 일이 생각났다.

달빛을 받으며, 한복을 입은 여자가 미친듯이 길을 내달리는데...

얼마나 무섭던지.. 남자들끼리 껴안고 엉엉 울었다.

근데 그 얘길 해 줬더니 열라 깬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우씨... 진짜루 무서웠었는데....

궁에서 일하던 여자 일거라고 우리끼리 얘기했었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쳐져서 그런지 잼있게 얘길 못 했나 보다.

정신차리자! 취직은 다시 알아보면 되지 뭐.

근데.....취직이 되긴 되려나?... ㅠ.ㅠ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6]

 

< 백조 >

음... 재미 없어도 좀 무서운 척 이라도 할 걸 그랬나..

금새 풀이 죽은 것 같다.

담부턴 황당한 얘기라도 호응 좀 해 줘야 겠다.

놈이 커피 한 잔? 하더니 금새 "아니, 포켓볼 한 판 어때요?" 하고 물었다.

포켓볼 좋다. 직장 다닐 때 남자 직원들한테 좀 배웠다.

이 인간들이 꼭 2차 술내기로 당구를 치러 가는 바람에

매번 점수만 계산 해 주기 싫어서 홧김에 배웠다.

근데 이 늑대들이 꼭 손가락 마디마디를 잡아가며

가르치려 드는 바람에 고생깨나 해 가며 배웠다.

암튼 이를 악물고 배운 덕분에 여자들 사이에서는 쫌 치는 편이다.

이 놈아... 너도 그 걸 이용해서

손 한 번 잡아보려는 거려면 헛다리 집었다.꿈깨라.

 

< 백수 >

대학로의 분위기 괜찮던 커피숍을 생각했다가 기분전환도 할 겸

눈앞에 보이는 당구장을 가리켰더니 의외로 좋단다.

하긴 요즘 포켓볼 한 번 안 쳐본 여자가 어딨담.

그녀와 함께 당구장에 들어서니 구석에 짱박혀 인생 절단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대던 복학생(추정) 녀석들의 눈길이 일제히 날아왔다.

모야~ 씨.. 하는 놈들의 눈길에서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얘들아.... 넘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지금의 내가 미래의 너희들 이란다.

삶의 회한이 담긴 듯 당구공을 조져대는 녀석들을 보니 다시 우울해지려고 한다.

옷~! 근데 얘는 무슨 당구를 이렇게 잘 친담!!

내가 갈켜줄만한게 없었다.

음... 손은 담에 잡아야 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극장이나 가자 그럴 걸.

이 여자... 실력이 나랑 삐까삐까 했다.

갑자기 학교 다닐 때 남들 당구칠 때 술먹었던게 후회가 됐다.

그래두 오히려 경기는 재미 있었다.

 

< 백조 >

아... 넘 예뻐도 이렇게 피곤하다니까.

무슨 남자 녀석들이 당구는 안치고 나만 쳐다본담.

하여간 이쁜건 어디가도 표가 난다니까...

놈... 내 포켓볼 실력을 보더니 놀란 모양이었다.

혹시 당구장에서 카운터 봤냐고 물어본다.

음... 아직 성격 드러내면 안 되겠지.

대신 씩 웃으며 맥주내기 한 판 어떻냐고 했다.

좋다고? 넌 오늘 죽음이다.

3대 1까지 앞섰는데 놈이 내리 두 판을 따라 잡았다.

아~~ 자식이 내기에 목숨 걸고 그러냐...

그리고 운명의 마지막 판.

이 잔인하고 치사하고 쪼잔한 자식!!!

숨도 안 돌리고 마지막 8번 공을 넣어버렸다.....ㅠ.ㅠ

더러운 노무시키. 매너 없는 시키.

글케 나를 이기고 싶었냐?

우씨~ 알았다! 술 산다! 술 사!!

 

< 백수 >

검은 민소매 옷을 입고 날렵하게 큐질을 하는 그녀를 보니

혹시 이 여자 언니가 미국에 있는 쟈넷 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게 생긴 여자 애가 당구도 잘 치니까 남자들이 자꾸 흘끔흘끔 쳐다본다.

이 자식들아... 니네 공에나 신경써라. 자꾸 삑사리 내지말고.

근데 한게임 치고나서 필이 오는지 술내기로 치잔다.

갑자기 타짜한테 꼬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초반은 그녀가 앞서갔다.

어떻게 쌔복이 따라줘서 동점까진 갔다.

근데 눈 빛을 보니 아무래도 져 줘야 될 것 같았다.

모... 그 정도 매너는 나도 있다.

근데... 티 안 내고 안 들어가게 치려고 했는데

그만 실수로 공이 홀랑 구멍에 빠지고 말았다.

절라 벙 깐단 표정이다. 이씨... 그문 어떠카라구!!

그타고 일부러 안 맞게 쳤다고 얘기 할 수도 없고..

모... 승부의 세계가 그런거 아닌가?

넘 그런 눈으로 보지마라.술 내가 사면 되잖아!!

 

< 백조 >

놈은 아무래도 선수였나 보다.

어떻게 놈이 델구 온 술집은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담.

즐겁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술 한잔 먹더니 놈이 이실직고를 한다.

사실 아까 져 줄라 했는데 그게 맘 대로 안 됐대나.

술 자기가 살 테니까 너무 노여워 하지 마시란다.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더니 좋다고 헤~ 하고 웃는다.

순진한 건지 모자른 건지 모르겠다.

암튼 나쁜 놈이 아닌 것 만은 확실했다.

그러면서 오늘 믿었던데서 또 떨어져서 아까 좀 우울했단다.

근데 날 보니까 기분이 풀렸다나.

음... 그랬었군. 그 기분 내가 잘 알지.

어쨌건 나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니 좋은 얘기겠지. 뭐

어차피 서로가 노는 사람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길 털어놨다.

2년 넘게 다닌 회사였는데 사정이 어려워져서

사다리를 타서 자르기로 했는데 그냥 자기가 나왔단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정이 있는 기혼자라

차마 그 순간까지 갈 순 없었단다.

잘은 모르지만 그게 이 사람의 있는 그대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백수 >

안주가 맛있다며 그녀가 웃었다. 바보 같았다.

담부터 맛있는 집만 델구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니 벌써 피곤해진다.

사이좋게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허심탄회한 이야길 나눴다.

어쩌다 보니 그녀에게 회사를 나온 이야길 해줬다.

과 선배분이 하시던 의류회사 였는데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의 비애를 겪어야만 했다.

차마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찍어낼 수 없다고 사다리를 타자고 했다.

모두 기혼자 아니면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데려와 놓고 못 할 짓을 한 것 같다며

미안해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랑은 아니지만 후회는 없다.

다시 그 순간이 오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녀는 나보다 사회생활이 길었다.

4년 가까이 일한 회사였단다.

그녀 역시 매일매일 옥죄어 오는 정리해고의 불안함을 견디지 못해

권고사직의 형식을 빌어 회사를 나왔단다.

아쉽긴 하지만 그녀도 후회는 없단다.

그러고 보니 둘다 뒷일을 생각 안 하는건 비슷한 거 같다-.-

한 번 더 시원하게 건배를 외쳤다.

 

< 백조 >

어찌보면 놈과 나는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았다.

나도 후회는 없다.

아니 없는게 아니라 후회를 한다고 해도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을 어떻게 다시 되돌이 킬수가 있을까.

대신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며 놈과 건배를 했다.

근데 젠장 취직이 되야 그러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아무튼 즐거운 술자리였다.

내가 "저겨, 제가 오빠라고 할까요?" 했더니

"아유~ 뭐, 다 늙어서 만나서...뭘요~" 그런다.

다 늙어서 라니....

아니, 우리가 무슨 경로당 커플이라도 되남.

싫으면 관둬라!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인간 같으니라구!

 

< 백수 >

그녀가 싱긋싱긋 웃더니 오빠 라고 부른댄다.

주저주저 했더니 "싫어요?" 하고 묻는다.

아니 모 싫은 건 아니지만... 토라졌나?

자리를 끝낸 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합정동 이니까 우리 집이랑 멀지도 않고 가는 길이라 좋았다.

밤기운이 부드럽고 따스했다.

도시의 불 빛도 화사했고 시간은 천천히 코 끝을 스쳐갔다.

다소 어색한 웃음으로 그녀를 떠나보낸 뒤 전철에 몸을 기대어 섰다.

흐뭇함과 아쉬움으로 오늘을 회상하고 있을 때였다.

삐링~ 하고 문자 메세지가 들어왔다. 그녀였다!

오늘 너무 즐거웠구요.

집에 가서 좋은 꿈 꾸세요.

그리고 담부턴 말 놓으세요. 꼭이요

그럼 안녕~ 오빠!! ^^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넘쳐나는 감동을 억제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내가 오바이트를 하는 줄 알고 자리를 피했다.

신난다! 아, 오늘은 간만에 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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