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7편]
< 백조>
토요일인데, 그 인간한테 연락도 없구. 젠장..
언니네 식구랑 월미도에 놀러갔다.
가면서 조수석에 앉았는데 형부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다.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러면 지네 과장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나이 얼마 안 먹었단다. 서른 아홉 이란다.
순간 핸들을 옆으로 돌려버릴려다 참았다.
<경인고속도로에서 일가족 사망> 하는 기사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뒷자리에 앉은 언니들이 더 얄미웠다.
"얘, 너 그러면 재취 자리 밖에 없다."
하며 자기들끼리 깔깔 거렸다.
조카들이 엄마 재취가 모야 하며 물어본다.
가족끼리 칼부림을 할 순 없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기로 했다.
삶의 모든 것이 스트레스다.
차라리 그 백수나 불러 낼 걸.
< 백수 >
아~ 심심하다.
아까 대학 후배들이 전화해서 나오랬는데 다른 핑계를 댔다.
주머니도 가볍지만
무언가 "빛나는 열매" 를 맺지 못한 자격지심 이기도 했다.
지원하고 기다리고... 그리고 실망하고...
그게 요즘 생활의 반복인것 같다.
그녀도 보고 싶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아니다.
어우~ 취직 시켜조오~~~~~
책상 한 구석에 처밖힌 핸펀이 불쌍하다.
자주 좀 울려 줬으면...
순간 거짓말 같이 핸펀이 울어댔다.
그녀였다!! 엥, 근데 울 동네라고?
잽싸게 꽃단장하고.. 뛰어 나가자!
< 백조 >
속상해서 낮술을 좀 들이켰더니 기분이 삼삼한게 죽여줬다.
근데 좀 급하게 먹었더니 세상이 헤롱거린다.@@
아... 이 여자들은 나랑 친자매가 아닌가 보다.
회를 먹으면서도 "넌 남자도 없니..." 하며 염장을 질러댔다.
술김에 그리고 홧김에..
"아씨 남자 이써~~~"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순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미친X 보듯이 한다.
형부가, 진짜야? 하더니 뭐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어본다.
될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백수야, 개백수!!" 했더니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어, 푸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우~ 얘는 우리가 자꾸 놀린다고 스트레스 받았구나."
"알았어 이제 안 놀릴께. 행여라도 그런 소리 하지마라. 얘."
"이모 화 내지 마요."
조카들까지 한 몫 거든다.
우씨... 진짠데... ㅜ.ㅜ
서울 초입에서 내려 달랬더니 형부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처제... 설마 아까 그 농담 진짜 아니지?"
"어우~ 당신은 재수없게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언니가 쌍심지를 켜고 형부를 째렸다.
"걱정마~~ 남자 팅구 만나고 금방 가꺼야."
생각과 달리 혀가 자꾸 꼬였다.
식구들의 애처로운 시선을 뒤로하고 벅벅 우겨 차에서 내렸다.
눈 앞에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서
그 인간한테 전화를 때리고 나니 잠이 쏟아졌다.
눈을 언제 감았는지 몰랐는데, 깨어나니...
그 인간이 옆에 앉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ㅠ.ㅠ
< 백수 >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그녀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깐 조는가 보다 하고 가까이 가니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또 어디서 술이 떡이 되서 왔는지 모르겠다.
가볍게 흔들어 봤더니 꿈쩍도 않는다.
앞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코는 골지 않았다.
근데 순간 그 녀의 입에서 흐르는 한줄기 물이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잽싸게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이번엔 고개가 자꾸 옆으로 떨어진다.
잠시 고민을 때리다 옆에 앉아 어깨를 기대줬다.
그녀가 내 어깨를 의지하고 잠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야릇한 감동이 흘렀다.
단 하나, 술만 안 취해서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삼십 여분을 있으니 나도 슬슬 졸려 왔다.
그녀에게서 나는 소주 냄새에 나도 취한 것 같았다.
눈꺼풀을 껌뻑껌뻑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백조 >
모... 이런 놈이 다 있담!!
술은 내가 먹었는데 왜 지가 곯아 떨어지고 난리람.
이 인간은 아무래도 세상 모두가 자기의 잠자린가 보다.
힘겹게 놈의 머리를 밀어내고 화장실에 가서 재정비를 했다.
생각해보니 전화를 걸고 내가 잠깐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럼 흔들어서 깨우든가 하지, 왜 지가 세상 모르고 쿨쿨 자냐고!
자리에 가보니 그새 잠이 깼는지 다리를 덕덕 긁으며 눈꼽을 떼어내고 있었다.
저런 인간을 모가 보구 싶어서 왔는지... ㅠ.ㅠ
< 백수 >
일어나서 그녀가 어디갔나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쌔끈한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월미도에 다녀오다 잠시 들렀다며
왜 안 깨웠느냐고하며 샐쭉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순간, '야, 너 침 흘렸어." 그럴래다가 너무 잔인한 거 같아서 참았다.
괜찮냐고 했더니 멀쩡하단다. 잠시 피곤해서 졸았단다.
더 뭐라고 하려다 여자의 남은 자존심을 지켜 주기로 했다.
바람 쐬며 머리도 식힐 겸 한강에 가자고 했다.
좀 창피한지 군말 없이 따라왔다.
얘는 술만 줄이면 참 괜찮은 앤데....
< 백조 >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니 한결 나아졌다.
아픈 머리가 가라 앉으니까 이번엔 뭔가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강가에 앉아 컵라면을 나누어 먹는 커플들을 보니
위장이 미친 듯이 발악을 했다. 아~ 너무나 먹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회라도 많이 먹어둘 걸.
근데 뜨끈한 컵라면 국물 얘기를 하면
아무래도 놈이 날 술꾼으로 볼 것 같아 차마 얘기를 못 하겠다.
마시고 싶다~ 컵라면 국물~~~
근데 이 인간은 무슨 자전거를 타자고 난리람.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더니 덥석 2인용 자전거를 빌렸다.
아~ 기운 없어 죽겠는데 이 무슨 노가다람... ㅜ.ㅜ
분위기는 나중에 잡고, 난 지금 해장이 필요하다고~~~~
딴건 먹고 싶지도 않다고~~~ Only 컵라면!!!!
< 백수 >
아무래도 가볍게 땀을 흘리면
술도 깰 것 같고 해서 자전거를 빌렸다.^^V
강변을 유유히 달리니 기분 캡 이었다.
해가 기우는 강변의 경치도 멋있었다.
근데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녀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괜찮아?" 했더니 그냥 힘 없이 웃는다.
아무래도 술이 덜 깼나 싶어 그만 타자고 했다.
쓰린 속을 무얼로 달래줄까 했더니
의외로 여기 앉아서 소주 한 잔 하잔다!
아무래도 얘는 알콜중독 인가 보다.
무슨 술을 또 마신담... ㅠ.ㅠ
나보고 자리 깔고 앉아 있으라더니
지가 냅다 술과 컵라면 따위를 사왔다.
< 백조 >
자전거를 타며 이 인간의 뒤통수에 대고 열라 씨부렁 거렸다.
내가 지금 자전거 탈 힘이 있냐고~~ ㅜ.ㅜ
뒤돌아 보면 웃고, 앞을 보면 씨바씨바 거리다 결국은 걸렸다.
내 표정을 보고 눈치를 깠는지 그만 타잖다.
뭐, 개운한 거라도 먹으러 가잖다.
순간 그만, 너무나 간절한 마음에
여기서 컵라면에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해 버렸다.
절라 벙 까는 표정이다. 하긴 나라도 어이가 없겠다.
안면 몰수하고 이것 저것 사와서 자리를 깔았다.
괜찮겠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왜 이런것도 좋잖아 하고 대답했더니 피식 웃는다.
웃어도 좋다. 왜 오늘따라 라면이 이리 더디게 익는담.
마침 이 인간이 화장실에 간단다. 기회는 이때다!
국물을 쭈우우욱~ 하고 원샷으로 마셔 버렸다.
위장에서 오케바리~~를 외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라면은 면발밖에 안 남아 있었다.
< 백수 >
칠칠치 못하긴.....
화장실에 다녀오니 그만 라면 국물을 엎질렀단다.
내 걸 건네 줬더니 찔끔찔끔 마신다.
복스럽게 먹는 여자가 이쁘다고들 하지만
저렇게 먹는 것도 예뻐 보이긴 했다.
근데 그만 입을 데었나 보다.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한다.
그러면서 뭐 차가운 것 없냐고 한다.
매점에 가서 "아줌마~ 차가운 맥주요." 하고 맥주를 사다줬다.
그녀는 맥주를 나는 소주를... 해지는 강변에서 나누어 마셨다.
기분좋은 저녁이다.
< 백조 >
아~ 입천장이 그만 홀라당 까져 버렸다.
화장실에 가서 억억 거리며 뜯어 냈더니
무슨 뱀 허물 벗듯이 껍질이 딸려 나왔다. ㅠ.ㅠ
그래두 이 인간이 사다준 찬 맥주를 마시니 금새 괜찮아졌다.
어두워지는 강변의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졌다.
그가 자신이 입고 온 조끼를 벗어 주었다.
얇은 조끼였지만 그 정성과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천천히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밤이 온전히 찾아 올때까지
우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별은 보이지 않았고 긴 대화는 없었지만,
그냥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도란도란....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8]
< 백수 >
넘 덥고 힘들다.
밤이 됐는데도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의류 땡처리를 하는 친구가
넘 바쁘다며 일주일만 도와 달랬다.
오늘이 6일 째...
안산으로 의정부로 경기도 일대를 돌아 다니며
집에도 못 들어가고 물건들을 세고
진열하고 거둬 들이고 있다.
안 할라 그랬는데 친구놈이
50만원을 준다는 말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50만원이 어디람.
돈을 받으면 그녀에게 무엇을 해 줄까 하는 상상에 빠졌다.
커플링을 해 줄까. 아니 그건 너무 이른가?
아님 멋진 옷 한벌?
음.. 옷이라면 여기에도 천지에 깔렸는데...
아님 정동진 바닷가라도 한 번?
그건 넘 속 보이는 것 같고.. 어쩐다...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얌마! 옷 안 나르고 뭘 해!!" 친구 녀석이었다....
"어? 응, 해야지."
"빙신 같이 왜 혼자 실실 웃고 지랄이야."
그래도 좋다!
낼이면 난 그녀에게 간다~~
아흥~ 신난다.
< 백조>
아웅... 곤란하다.
며칠 전, 친구 애 돌집에 갔었는데
거기서 친구 남편네 쪽 사람중의 하나가
날 한 번 소개시켜 달랬단다.
첨엔 싫다고 했는데
이 기집애가 한 번만 만나보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다.
정말 싫다고 짜증을 부렸더니..
"너, 만나는 남자도 없으면서 뭐 그렇게 팅겨"
하고 부아를 긁는 것이었다.
남 약점 잡는데는 도가 튼 년 이었다.
"어우~ 있어!! 있으니까 그만해."
"누구? 누군데 그래?"
"너 혹시 지난 번에 은미네 집들이서 본 그 사람 만나니?"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 했다.
내가 나쁜 년이다. ㅜ.ㅜ
제발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는데
어쩔수 없이 반승낙을 했더니
그만 오늘로 날짜를 덜컥 잡아 버렸다.
자기 남편 회사 선임이라 그런다고
자기 사정을 한 번만 봐달라는데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그한테 미안함을 지울 순 없었다.
이럴때 곁에 있으면 좀 좋아.
자기 사정도 급한 사람이
친구 일을 거들어 준다며 다니는게 화가 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나.
사람이 좋은것과
미련스러운 것은 구분했음 좋겠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게 뭐람.
어쨌건 약속장소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 백수 >
샤워를 마치고 수고했다고
고기나 먹으러 가자는 친구에게
돈부터 달랬더니,
"아~ 그 자식" 하며 면박을 준다.
"야아~ 빨리 돈 조오~"
"알았어, 안 떼어 먹을 테니까 한 잔 하고 가"
"나 급하게 갈 때가 있다니까."
"아... 치사한 색끼. 알았어, 여기 있어"
빳빳한 10만원권 수표 다섯장 이었다.
야호!! 백화점으로 직행했다.
뭘 사야 될지 몰라서 갈등을 때리다
목걸이를 사기로 하고
이것저것을 둘러 보았다.
음.. 근데 가격이 만만찮다.
좀 맘에 드는 건 30~40만원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어차피 이 돈은 그녀를 위해 쓰기로 맘 먹은 거니까
아낌없이 쓰기로 했다.
백화점을 나올 때 이미 주머니는 개털이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이제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할 일만 남았다.
가자, 그녀의 집 앞으로!!
< 백조 >
간만에 와보는 호텔 커피숍이었다.
갠적으론 꼭 선 볼 때만 오는 것 같아서
호텔 커피숍은 별루다.
남자는 그런데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다만 내가 그 사람에게
별 호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 밴 듯한 매너와 예의도 왠지
그의 많은 맞선 경력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다.
친구가 자리를 비켜 준 후
늘 그렇듯 비슷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내가 맞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불편했다.
그냥 반바지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 백수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졌다.
커피만 마시고 오고 싶었지만
친구 얼굴을 봐서 식사까지 하기로 했다.
무슨 스카이 라운지로 데리고 갔다.
오늘 이 녀석 월급을 뽕빨 내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식사 후 그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백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받지를 않는다.
우씨~ 이 인간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 바쁘담.
취직을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던지.
암튼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다.
< 백수 >
집 앞에 와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쫌 아까 전화를 안 받았더니 삐졌나?
그거야 깜짝 놀래줄려고 그런 거지.
암튼 이 속 좁은 여자 같으니라구
내가 지 줄라구 이쁘게 포장도 해 왔는데...
어디 딴데 가 있나?
하긴 백조라고 꼭 집에 있으란 법도 없지.
혹시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건 아닐까.
한 번 더 해보니 아예 꺼져있다.
쫌 있다 해야지 하구 골목길에 주저 앉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 백조 >
그냥 지하철 타고 간다니까
그건 예의가 아니죠 하며 기어이 차에 태운다.
지네 집 가는 방향이라는데
더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별루 맘에 없는 사람이랑 먹은
저녁식라 그런지 속이 부대낀다.
그 백수랑 골뱅이에 쏘주나 먹었으면...
근데 차 안에서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곤란했다.
내려서 할 맘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누구한테 온 전환데 안 받냐고 묻는다.
난 원래 모르는 전화번호는 안 받는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전화해도 안 받을거냐고 물어 온다.
당근이지, 앞으로 너에게 맞는 여자 찾아서 잘 살아라.
골목 어귀에 내려 달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차 트렁크에서 꽃다발을 꺼내 건네준다.
드라마를 좀 보긴 했나보다.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다.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
버리긴 아까워,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집 앞에 왠 이상한 사람이 문에 기대서 쿨쿨 자고 있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나오라고 할려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였다.
우선 꽃을 던져버리고...
반가움과 화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모해~" 하며 흔들어 깨웠더니
잠이 들깬 헤멀건 눈으로 쳐다본다.
< 백수 >
전화도 꺼 놓구 어디서 모하는 거람.
앉아 있으니까 슬슬 졸음이 왔다.
지난 일주일간 새벽까지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 다녔더니 좀 지친 것 같다.
깜빡 잠이 드는 것 같았는데 누군가가 깨웠다.
정장을 차려 입은 디게 이쁜 여자였다.
누군지 저 여자 앤은 디게 좋겠다
생각하며 눈을 비비니... 그녀였다.
근데 막 화를 낸다.
어디있다 왔냐고, 연락도 안 되고,
남 좋은 일만 해주고 다니냐고...
씨...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지야 말로 어디있다 왔는지 연락도 안 되고...
근데 선물을 건네 줬더니 그녀가 운다.
화 내다가 울다가...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앞으론 깜짝쇼를 하지 말아야겠다.
우는 모습도 물론 예쁘지만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사랑스럽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내가 만들고
그리고 지켜 주어야 겠다.
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 백조 >
기대고 자느라 뭉개진 꽃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준다. 예쁜 목걸이였다.
가격이 만만찮아 보이는 목걸이를 보니
이걸 줄려고 그동안 수고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은 남자다.
사정 뻔히 아는데 이런 걸 해줄려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고생을 한담.
고마움과 안스러움에 목이 메였다.
그가 어정쩡하지만 따스하게 날 안아줬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입에 매운 골뱅이를 떠 넣어주며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가 나의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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