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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러브스토리,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5 ~ 16]

by 행복을찾아@ 2021.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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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5편

 

< 백조 >

아.. 모하는 거야 빨랑 안오구.

닭도리탕 맛있게 해 놨는데...

분위기도 잡을 겸 해서 싸구려지만

포도주도 한 병 사 놨단 말이야.

어! 저기 군인 아저씨 한 명이 들어온다.

오~ 폼 좀 나는데.. 잘 했냐니까...

"으응.." 하고 힘 없이 대답한다.

아이... 정말 왜 그래?

멋있게 경례 한 번 붙이고,

영화처럼 모자는 나한테 씌워줄줄 알았더니.

하긴 이 인간이 그렇지 뭐...

근데 앉아서 밥 먹자니까

젓가락도 안 들고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왜 그래? 뭐 기분 나쁜일 있어?"

"아니. 없어"

"그럼 모오오~~~~~~~"

"맨날 화장실 청소만 시킨다고 툴툴 대더니

그것 땜에 삐졌구나? 암튼 쪼잔하긴..."

"......"

"가게 앞에서 너희 아버님 만났어."

".........."

 

 

< 백수 >

"자네, 이리 좀 와보게." 라고

그녀의 아버님이 말씀 하셨다.

뭐라고 이야길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도저히 입이 안 떨어졌다.

나이를 물어보시더니 한참을 "허허~" 하시다가

도대체 어떤 사이냐고 다그치셨다.

바보같이 왜 그랬지 모르겠다.

"그냥 친구" 사이라고 해 버렸다.

근처 다방으로 잠시 들어가자고 하시더니

깊게 담배를 들이 마시셨다.

한심하게도 아무말도 못하다가

직장이 이 근천데 저녁에 도와 주는 것 뿐이라고

간신히 변명 비슷하게 입을 뗐다.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정말 친구 사이라고 하더라도

다 큰 처녀총각이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뭉쳐서 일하는건 안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자네는 자네 일에만

충실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당장 가게로 쳐들어가지 않으시는걸 보니

생각이 깊으신 분 같았다.

당신의 딸에게 집으로 오라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하시며

가게에 가져다 주시려 했던 듯한 보따리를 전해주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근데 얘는 잠시 놀라는척 하더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군복 입은 것 좀 보셨다고 뭐 크게 문제될 게 있냔다.

"너희 아버님 군대 다녀 오셨지?"

"어, 해병대 주임원사로 제대 하셨는데."

"여기 붙은 이게 예비군 마크라는 거야.

군대 제대한 사람들만 다는 거란 말야."

"진짜야아?"

"왜 그때 군대도 안 갔다고 구라는 쳐 가지고..."

 

 

< 백조 >

아쒸... 딱 걸렸네.

젠장 집에 가서 모라 그러지.

하긴 뭐 언젠가 겪을 일인데..

근데 저 바보는 뭘, 걍 친구라고 얘길 했담.

지가 말을 잘해야 내가 집에 가서 어떻게 좀 해 볼텐데..

아.. 몰라! 일단 한 번 부딪혀 보는 거지 뭐~

건 그렇구 오늘 장사는 다했네.

아니 오늘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가게 걷어치라 그럼 어쩌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다.

엄마는 내가 무슨 인신매매단이라도

팔려 간 것 처럼 호들갑을 떨고 난리다.

"아우~ 엄마는 좀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라니, 너 그 남자애랑 사귀니?"

"어."

"얘가 아주 무서운 애네. "

"너 혹시 살림까지 차린거 아니니?"

"엄마아아~~"

"두 사람 다 조용히 안 해애애!!"

"....................."

역시 울 아빠는 박력있다니까...

자초지종을 얘기 하란다.

뭐 자초지종 이랄게 있나.

만난지 5개월 쯤 됐고

근처 학교가 직장인데

일 끝나면 가게로 와서 좀 도와주다가

집에 바래다 준다고 그것 뿐 이라고 그랬다.

물론 지금 다니는 직장이

임시직이란 얘긴 쏙 뺐다.

그럼 왜 그동안 얘기 안 했냐고 그리고

그때는 왜 거짓말 했냐고 엄마가 옆에서 껴든다.

"그러니까 지금 얘기하자나아.."

"그래도 그렇지" 하며 엄마는 여전히 타박이다.

"어우~ 압빠아아~~~"

아버지가 잠시 생각하시더니

며칠 내로 집에 함 데려오란다.

대신 그 동안엔 가게에 출입시키지 말란다.

별 수 없지...

음...근데 이 인간이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백수 >

떨린다. 해병대...

그것도 30년을 넘게 근무하신 분이라구?

젠장, 군대 있을 때도 맨날 군기 빠졌단 얘길 듣던

나 같은 놈이 그런 분을 상대로

면접(?)을 잘 볼 수 있을지 걱정 된다.

뭘 사가야 되냐고 했더니 아버지는 술을

어머니는 등심(물론 한우)를 좋아 하신단다.

근데 막상 고기를 사려 했더니 쫌 그렇다.

아직 사위도 아닌데 처갓집 가는 것처럼

뻔뻔하게 구는 것 같아서 과일을 샀다.

아버지께 드릴 걸로는

고심끝에 발렌타인 17년산을 샀다.

거금 12만원이 들었다.

점심도 학생식당에서 천오백원 짜리 사 먹는데...

그래도 그 술이 그 가게에서 가격이 젤 만만했다..

어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언니까지 있었다.

아버님이 양주를 보더니 표정이 밝아 지시는 것 같다.

하여간 여전부전 아니 부전여전 이다.

인사를 제대로 다시 하고

이런저런 것들을 물으셨다.

그녀가 일러준대로 목소리에 힘을 넣어

또박또박 대답했다.

근데 참 아버님 성격도 급하시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술상 좀 봐오란다.

그러더니 나머지 사람들은 좀 비키란다.

남자끼리 할 얘기가 있다고..

무서웠다.

혹시 팔씨름이라도 하자고 하시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뚝에 아직 힘줄이 선명하신게

문신만 넣으면 조폭 팔뚝이었다.

그러더니 대뜸 군대 어디 다녀왔냐고 물으신다.

"수기사 다녀 왔습니다."

"수기사?"

"예. 저 그기 머시기냐. 맹호부대.."

"그래? 일단 한 잔 받어."

"넵! 감사합니다."

"군대서 뭐했나?"

"예, 포병 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넵! K-55 155mm 자주 곡사포병 이었습니다."

"난 내 딸은 해병대 나온 사람이랑 결혼 시키고 싶었거든."

"네? 아... 네."

딸만 있는 집안이라 그걸로 한을 풀으시려는 것 같았다.

그녀가 그러는데 두 형부 모두 해병대 출신이란다.

술이 싸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양주를 글라스로 드신담..

사온 양주를 후딱 비우시더니

바둑 둘 줄 아냐고 물으신다.

젠장 하필 모르는 걸 하자고 하신담..

"제가 바둑을 둘 줄몰라서.. 오목 두면 안 될.."

술이나 더 마시자고 하신다.

그러더니 베란다를 확 여시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베란다에 맥주랑 소주랑 박스로 쌓여 있었다.

군에 있는 후임들이 놀러 올 때마다 가져 온 거란다.

하긴 군대서야 술 값이 젤 싸니 그걸루 선물 했겠지.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했는데 그 놈의 술이 문제였다.

자꾸 혀가 꼬여 가는 느낌이었다.

점점 눈 앞이 희미해 져 갔다.

정신을 잃어갈 때쯤

"여보! 당신 미쳤어?"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하는 어머니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 왔다.

그리고 눈을 다시 떴을 때는 내 방이 아니었다.

길바닥인 줄 알았는데 너무 폭신했다.

그녀의 방인 것 같았다.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마루쪽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녀와 어머니의 대화였다.

무슨 소린가 듣고 싶었는데,

다시 잠이 밀려온다.

침대에서 베게에서 그리고 온 방에서

그녀의 향내가 밀려 온다.

까무룩 눈을 감았다.

너무나 달콤한 잠이다.

 

 

< 백조 >

하여간 이 인간..

내 방에서 정신 없이 자고 있다.

깨워서 출근 시켜야 되는데

너무 정신 없이 자니까 깨우기가 좀 그렇다.

하여간 어제 밤에 아빠랑 둘이

죽이 맞아가지고 잘들 놀더라.

하긴 주는 잔을 거절할 수가 없었겠지.

다 좋은데..

왜 직장이 임시직이란 얘긴 왜 한거야.

"아버니임~ 제가 지금 다니는 직장도 임시직이고 가진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따님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전 말이죠, 싸나이 대 싸나이의 약속을

저버릴 만큼 나쁜 놈이 아닙니다아~" 하면서...

그놈의 사나이 한 번 더 찾다간

둘다 병원에 실려가겠다.

암튼 도저히 집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엄마는 어이가 없는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날 믿으라고

늦은 밤까지 달래야 했다.

 

 

 

 

< 백수 >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그동안 우리의 생활도 많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어쨌건 임시로라도 백수의 생활을 벗어났고
가게도 그럭저럭 운영이 되 가는 것 같다.
그녀가 워낙 깔끔하게 장사를 잘하니까
남학생들의 주머니는 거의 털어내고 있었다.
가끔씩 내가 언제 백수였었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게 정식 직장이 아니니 불안하긴 하지만.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으면
팔짱을 낀 커플들이 오가는게 보인다.
이제 더 이상 그런 모습이 부럽지 않다.
나에게도 사랑스러운 애인이 있으니까..
암튼 그녀와 결혼을 하고 싶다.
근데 아직 그녀와 거기까지 진지하게 얘기해 본 적은 없다.
물론 별 탈이 없다면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만
기왕 하는 거 걍 지금 하고 싶다.
주위에서 친구들도 자꾸 부추긴다.
"얌마, 여자는 언제 맘 바뀔지 모르는 거야. 지금 결혼 해 버려."
"마! 좋아하면 하는 거지, 아직까지 말도 못 꺼내 봤다는 게 말이나 돼."
물론 그녀가 맘이 바뀌고 그럴 여자는 아니라는거 안다.
그치만 솔직히 쬐끔은 불안한 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집에서도 그런다.
얼마전에 인사를 시켰더니 엄마는 그녀의 손을 잡고 꺼이꺼이 울라 그런다.
무슨 큰 은혜라도 입은 듯이 고마워 한다.
엄마는 내가 여자친구가 있는게 믿기지 않는지 있을 때 얼른 하란다.
딸라빚이나 사채를 얻어서라도 전세방 한 칸은 마련해 준다면서...
여동생은 한 술 더뜬다.
지금 언니가 잠시 눈에 뭐가 씌인 상태일 때 잡아야 한단다.
그리고 이제 얼굴 보기도 질리니까 나가서 살란다.
...나가기 전에 꼭 한 대 때리기로 마음 먹었다.
근데... 아우~ 어떻게 얘기하지....
그리고 그녀 집에서도 내가 임시직인거 아는데 좋아할리도 없구..
그 때 괜히 술 취해서 그런 얘기는 해 가지구... ㅠ.ㅠ


< 백조 >
며칠 전 일요일 날 큰 맘 먹고 쉬면서 고궁엘 갔다.
초가을 인데도 결혼 사진을 찍으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솔직히... 너무 부러웠다.
뭐가 그렇게들 좋다구 헤벨레~ 하면서 웃는지... ㅜ.ㅜ
이 인간은 암말두 않구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농담이라두 "우리도 결혼 할까?" 하고 물어봐주면 좀 어때서.
물론 "꿈깨셔~~!!" 하면서 한 대 날렸겠지만..
생각해보니 해서 안 될 것두 없을 거 같은데..
그의 어머니랑 집안 식구들도 모두 좋으신 분이고..
근데 이 인간이 그 비슷한 얘기도 없으니...
그건 그렇구 이 인간은 요즘 왜 이렇게 넋 나간 사람처럼
멍~ 하니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담.
물론 내가 이쁜거야 알지만,
그럼 이쁘다고 말을 하던가...
아닌가, 얼굴에 낀 기미를 알아챘나.
나이 먹어가니가 자꾸 얼굴에 잡티 같은 것만 늘어나구..
암튼 꼭 X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쳐다 보기만 한다.
내가 "모~ 할 말 있어?" 하면
"아니...." 하면서 한숨만 폭 쉬고...
혹시 나 몰래 바람이라도 났나?
물론 그랬다간 그자리에서 사망이지만.
아냐, 정말 그럴지도 몰라.
남자들은 믿을수가 없어.
하긴 학교에 어린 여자애들이 좀 많어.
괜히 잘해주는 척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하면서
접근할 수도 있는거 아니겠어?
암튼 그랬다간 나도 어린 놈이랑 맞바람이니까 알아서 해라.


< 백수 >
아... 도저히 말을 못하겠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 정말로 입이 안 떨어진다.
어떻게 하지.. 안 되겠다.
편지를 써야겠다.
며칠에 걸쳐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찠어버린 것만 해도 수십장은 될 거 같다.
워드로 친다음 손글씨로 베껴 적으려 했는데
그렇게 할려니까 도저히 감정이 잡히지 않는다.
나중에는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쓰는지도 헷갈릴 정도다.
일요일, 손님이 없을 때 그녀에게 이야기 하려 했다.
근데 젠장 갑자기 단체 손님 왔다고 빨리 나오란다.
어쩔 수 없이 몇 시간을 꼼짝 못하고 음식을 날라야 했다.
간신히 치루고 났더니 그녀는 피곤한지 의자에 기대어 잠이 들어 버렸다.
곤히 자는 걸 깨워야 되나 어쩌나...
자니? 하면서 흔들어 봤더니 "어우~ 피곤해." 하면서 짜증을 낸다.
밖으로 나왔다.
저녁이 내리고 있었다.
잠시 동네 산책을 했다.
곱창집을 지나치는데 밖에 모여 계시던 동네 분들이 손짓을 하셨다.
"색시는 어따 두고 혼자서 뭘 해?"
"예...지금 피곤해서 잠시 자거든요."
"양복 쏙 빼 입으니까 새신랑 같네. 한 잔 받어"
"저.. 괜찮습니다."
"받어! 이 사람아, 일요일이라 손님도 없잖아."
"예, 그럼 한 잔만."
한 병을 넘게 마셔버렸다.
알딸딸 했다.
젠장 이 정신으로 확 얘기해 버릴까...
아냐 낼 얘기하자.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돌아갔더니
어디서 술 먹고 들어오냐며 화를 낸다.
안 풀린다. 안 풀려....


< 백조 >
생리중이라 기분도 안 좋은데 이 인간이 속을 뒤집어 놓네..
단골인 풍물패 애들이 예약을 해서 일찍부터 나와야 했다.
근데 늦게 나와서는 또 슬슬 눈치만 보고 있었다.
"왜~ 할 말 있음 하라니까."
"아냐, 너 피곤해 보여서..."
"양복은 왜 입었어? 어디 가?"
"아니 아까 친척 결혼식 갖다 오느라구."
"그런 얘기 없었잖아."
"응 갑자기 생겼어."
"무슨 없던 결혼식이 갑자기 생겨."
"아니 오늘 알게 됐다구."
정말 나한테 말 안하는 무슨 꿍꿍이가 있나 보다.
단체 손님이 나간 후 머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그새 나가서 술을 마시고 왔다.
"혼자 그렇게 술이 잘 먹혀?"
"어쩔 수 없었어. 동네 분들이 자꾸 권해서."
"뭐 그렇게 고민거리가 많아서 술을 마시는데?"
"무슨 고민거리?"
"아유 몰라, 짜증나니까 오늘 먼저 들어가."
"뭐가 그렇게 짜증나는데?"
"먼저 들어가, 나도 금방 들어갈거야."
떠밀듯이 해서 먼저 들여 보냈다.

술 먹은 사람이랑 얘기해야 나만 피곤해지지.
혼자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으니까 왠지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좀 심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기분도 그렇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정리하다보니 그가 가방을 놓고 간게 눈에 띄였다.
학교로 첫 출근 할 때 내가 사준 것 이었다.
그가 어린아이 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근데 문득 가방을 열어보고 싶어졌다.
그 왜 드라마 같은 거 보면 꼭 그런데서 바람피우는 사람들은
증거물을 남기고 그러지 않던가.
별 건 없었다.
껌, 라이타, 복권... 하여간 그 놈의 복권은...
응 이건 뭐지.. 노래 테잎인데..
열창 노래방?
이 인간이 누구랑 노래방엘 갔었지.
오디오에 넣고 틀어 보았다.
"아아 마이크 시험 중, 어때 잘들려?"
그의 목소리였다.
"편지로 쓰려 했는데 잘 안 되네.

그래서 이렇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나 지금 너에게 청혼 하는 거거든.

많이 쑥스럽고 그러네.....
삶이 그리고 사랑이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란 거 물론 잘 알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밝게 그리는 것처럼

나 역시 나의 앞날을 꿈꾸고 있고

그 미래를 너를 향해 걸고 싶어.
물론 때로는 너에 대해 싫증이나

짜증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건, 너도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이것 만은 약속 할 수 있어.
어떤 순간이 닥쳐 오더라도 너를 위해 약속한
너의 남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저버리지 않을게.
기쁜 순간은 물론 슬픈고 힘든 순간에도 난 니 옆에 있을 거야.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고 어디로 가지도 않을 거야.
나와 결혼 해 주겠니?
좀 더 멋진 말을 해 주지 못 해 미안하네. 내가 좀 그렇잖아...
대신 너를 위해서 노래를 준비했어. 잠깐만...
어,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란 노랜데 아는지 모르겠네..

언젠가 그대에게 준
눈부신 꽃다발
그 빛도 향기도 머잖아
슬프게 시들고
꽃보다 예쁜 그대도
힘없이 지겠지만
그때엔 꽃과 다른 우리만의 정이
숨을 쉴거야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말없이 약속할게
그대 눈물이 마를 때까지
내가 지켜준다고
멀고먼 훗날 지금을 회상하며
작은 입맞춤을 할수 있다면
이 넓은 세상위에
그 길고 긴 시간속에
그 수많은 사람들중에
오직 그대만을 사랑해
이넓은 세상위에
그 길고 긴 시간속에
수많은 사람들중에
그댈 만난걸 감사해."
눈물이 조용히 흘렀다.
손님이 들어오다가 울고 있으니까 깜짝 놀란다.
"죄송합니다. 지금 문 닫으려고 하거든요."


< 백수 >
일이 왜 이렇게 안 풀리는지 모르겠다.
하긴 괜히 혼자 술 먹고 들어가니까 화 낼 만도 하지.
오늘은 일찍 자고
낼 다시 마음을 정리해야겠다.
엥! 근데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화가 안 풀렸나? 무섭다...
"나 지금 오빠네 집 앞이야."
"어? 지금 왠 일로? 들어와."
"아니 잠깐만 나와 봐."
아무래도 한 대 맞을 거 같다.
어휴, 할 수 없지 뭐, 싹싹 빌어야지...
가로등 아래에 그녀가 서 있다.
"가방 두고 갔더라."
"어.. 갑자기 나오느라구."
"그리고 이것도."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테잎을 손에서 펼쳐 보였다.
"....들었어?"
말 없이 땅만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뭐라고 해야 할지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오빠 나한테 할 말 없어?"
"그렇게....해 주겠니...?"
부끄러운 표정으로 보일 듯 말 듯 웃는다.
그렇게 어색하게 웃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 백조 >
그의 앞에서 귓 볼까지 뜨거워질 정도로
부끄러운 건 오늘이 처음이다.
한참을 서로 피식 거리며 웃고 있는데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작고 예쁜 시계였다.
손목에 채워주며 그가 말했다.
"이거 비싼 거 아냐, 하지만 이 바늘이 너의 손목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시간 동안 나도 늘 너의 곁에 있을게."
"약 떨어져서 멈춰서면?"
분위기 깬다며
그가 쥐어박는 시늉을 한다.
"그럼 그 잃어버린 시간만큼 내가 채워주지."
그러더니 집에다 대고

"엄마~며느리 왔어요~" 하고 소리를 친다.
하여간 못 말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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