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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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