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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하얗게 눈사람이된 두 사람은 서로를 닮아갔다. [사랑을 말하다 中]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by 행복을찾아@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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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볼이 점점 빨개지더니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러더니 스르르 잠이드는 것이다

 

하지만 '알퐁스도테'의 '별'에 나오는 장면과는

사뭇다른 분위기다.

 

그곳은 시끄러운 학교앞 주점이었고

테이블 맞은편에는 과친구들이 10여명 앉아서

 

최근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경제학개론 수업에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조용하게 말했다

 

"너 취했구나.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그녀는 순순히 일어서더니

불빛마저 비틀거리는 골목을 지나

굴다리를 지나고 자취방이 있는 동네로 걸어갔다.

 

그는 그녀의 가방을 들고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갔다.

 

그런데 그녀가 집앞에 도착하자

갑자기 휙 돌아서더니 이렇게 말하는것이 아닌가.

 

"선배! 날 좋아한다고 말해도 돼."

"기회는 매일 오는 게 아니니까."

 

두 사람은 10월이 가기전에

연인이 되었다.

 

11월이 되자 남자는 말했다

 

"첫눈이 오늘날 학교안에 있는 연못가에서 만나자" 라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꺼워지고 걸음이 점점 빨라질때

진눈깨비같은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교정을 올라가면서

다리보다 가슴이 먼저 뛰어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이게 첫눈일까?

 올라가던중에 그냥 비로 변하면 어떻게하지?

 그럼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되나?

 선배는 오고 있을까? 문자라도 보내볼까?'

 

연못까지 100미터정도 남았을때

눈이 북북뜯어낸 탈지면처럼 거칠게 떨어졌다.

 

그것이 눈이라는걸

누구나 똑똑히 볼 수 있을만큼 느릿느릿 내렸다.

 

그녀는 뛰기 시작했고

불안은 뒤에 남겨졌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때

연못 앞에 서있는 선배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말했다

 

"선배가 안와있을까봐 오는 내내 걱정했어."

"아직 나를 좋아하는지 자신이 없어서 항상 불안했어"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지난 여름에 혼자 등산하다가 발목을 약간 삐끗했거든.

 그래서 흐린날은 발목부터 깨."

 

"오늘은 유난히 발목이 많이 아프더라.

 그래서 눈을 뜨기도 전에 널 생각했어."

 연못에서 널 만나야지." 하고...

 

"이번엔 내가 말 할 차례인거 같아.

 너 같이 귀여운애 만날 기회는 항상 오는게 아냐."

 

두 사람이 다... 눈사람이다.

 

하얗게 눈사람이된 두 사람은

서로를 닮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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