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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 이야기

[슬픈 러브 스토리] 고려대 대나무숲 여학생의 가슴 아픈 사연 (이와중에 넌 자는 얼굴이 너무 예쁘다. 그 여자도 정말 예뻣어. 지금 니 꿈에 가 있는 건 아니겠지. 난 어떻게 해야할까?)

by 행복을찾아@ 2021.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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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남자친구
야, 너, 니
뭐 그런 호칭으로 부르다가 남자친구라니
조금 어색하기는 하다.

 

너는 내 옆에서 자고 있고
나는 밤을 꼬박 새고 이 글을 쓰고 있네.
감성 터진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잘 모르겠다.

 

오늘 본 그 여자분, 진짜 예쁘시더라.
니가 매일 말하던
그 향기, 그 분위기. 딱 알겠더라.
못나게도 나는, 밉더라.

 

내가 남자였어도 호기심 생겼을 법한
아니, 그냥 솔직히 말하면
인생을 걸어도 후회안할 여자더라.
참 괜찮은 여자더라.

 

예쁘고 눈이 크고 머리가 길고
그 긴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길 때
진짜 내가 반한 것 같아.
인위적이지 않고 은은한,
딱 그런 잔잔한 사람.

 

이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조금 과장해서 내가 먼저 다가가서
너무 예쁘신데 친구라도 하면 안될까요?
했을 정도로.

 

니가 운영하는 카페의 단골손님.
세련된 옷차림에 세련된 얼굴로
그와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들만큼
두꺼운 책에 예쁜 책갈피를 끼워두는 사람이랬지.

 

작년엔 유학을 간다고 떠났다던
그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한편으론 니 카페의 단골손님이라 그런지
몸 건강히 나쁜 일 없이
건강히 돌아오시기를 바랐던.

 

귀국하셨다더니 너랑 연락까지 하는 사이였는지
옷장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니가 낯설기도 했어.
불안하다가도 내가 불안해 해도 되는건지
의심 안하려다가도 이제 의심을 좀 해야하는건지.

 

바깥 얘기 조잘조잘 하는 편도 아니면서
찔리는게 있는것처럼
그 여자를 만나서 어쩌구저쩌구.
한 번도 만취해서 비틀거리는 모습 보인적 없으면서
그분이 너네 카페 알바생 다 데리고 회식시켜줬다며.

 

걱정도 많이 했고 의심도 조금 했고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먼저 널 차야하나 고민했고
내가 울었단 걸 알고 잠든 척 하면서 나한테 안길 땐
진지하게 얘길 해야하나 넘어가야하나 수천 번씩.

 

 

 

 

그러다 갑자기 셋이 얼굴 보자더라.
우리 둘이 사귀어, 이러면 어쩌지.
물이라도 한 컵 뿌려주고 와야지.
혹시 물을 맞을수도 있으니 화장 단단히.

 

그런데 너무 좋은 사람이더라.
나 자신이 너무 조잘 것 없고 초라해질 만큼
정말 괜찮은 사람이더라. 부럽더라.
그래서 더 작아지더라. 그사람도 알아챘겠지.

 

확실히 알겠더라. 그 사람 너 좋아하더라.
그래도 내 앞에서 티 안내더라.
너한테도 티 안냈을거라 확신들더라.
좋은 사람이더라.

 

또 한 가지 확실히 알겠더라.
너도 그 사람 좋아했더라
그래도 내 앞에서 티 안냈잖아.
그 여자한테도 티 안냈을거 알아.
너도 좋은 사람이야.

 

우린 꼬박 삼 년을 만났고
새로운 사람에 어떻게 떨림이 없겠어.
앞서가던 사람이 출입문이라도 잡고 기다려주면
그것도 설렘이던데 어떻게 아니겠어.

 

다음엔 너 빼고 둘이 만나자고 푼수도 떨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같은 곰인 척 일어났는데
그 여자한테 할 말이 있다고 달려가더라.
마지막 인사를 했겠지, 생각해.

 

그 여잔 분명 아직 그 자리에 있고 우릴 보고 있어.
너도 자꾸 시선을 못떼는게 느껴지는데
나는 그냥 모르는 척 했어.
그래, 너도 긴 연애에 이런 추억 한 편 정도는.

 

내가 좀 더 미련하고 소심하고 바보였으면 좋겠어.
열등감덩어리라서 너랑 헤어질까 무서워서
말 한 마디 못꺼내고 이렇게 지나치는 사람이면
그러면 참 좋겠어.

 

나는 너무 빠릿하고 당차고 바보취급 당하는 게 싫어.
니가 없어지는 건 참 무서운데
그런 니가 내 옆에 누워있는 건 더 싫어.
그래서 또 결국 내가 너무 싫어.

 

삼 년 동안 속 한 번 썩인적 없는,
내 눈에서 안좋은 의미의 눈물은 한 번도 뺀 적 없는
참 괜찮은 남자친구의 아름다운 추억 한 편도
쿨하게 모른 척 넘어가줄 수 없는 내가 너무 싫어.

 

이와중에 넌 자는 얼굴이 너무 예쁘다.
그 여자도 정말 예뻣어.
지금 니 꿈에 가 있는 건 아니겠지.
난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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