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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사랑을 말하다] 헤어진지 벌써 여러해. 친구가 남기고간 커피를 싱크대에 쏟아버리다가 난 이제야 네가 가여워서 눈물이 난다. 미안.

by 행복을찾아@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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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놀러온 친구가

일주일쯤 집에 있다가

오늘 아침에 떠났거든.

 

집처럼 편히 쓰라고 했더니

정말 자기 집처럼 막 지내더라구.

 

옷도 막 아무데나 벗어놓고

아무거나 꺼내먹고.

젖은 수건도 막 아무데나 던져놓고.

 

혼자 사는 게 워낙 익숙한 나라서

누가 집을 어지르는 게 좀 싫기도 했고

같은 공간에 지내는 것도 좀 불편했는데

막상 간다고 하니까 의외로 많이 서운했어.

 

'좀 더 있다 가지'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그런 말이 나오더라

 

친구는

'곧 다시 폐 끼치러 올게 조금만 기다려라'

그러면서 웃어 보이는데

난 기분이 이상해서 웃지도 못했어.

 

그렇게 친구를 공항 버스에 태워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30분 만에 집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어.

 

이 좁은 집이

이렇게 허전할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

 

소파 위에 엉켜있는 이불과 베게.

아침까지 친구가 쓰고 간 수건이며

마룻바닥에 놓여있는 물 컵.

 

급히 나가느라 내려놓기만 하고

마시지도 못한 커피는 아직 따뜻하고.

 

겨우 일주일인데

제일 친한 친구도 아닌데

싫을 만큼 허전했어.

 

난데없이 울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헤어지기 전 몇달간

우리가 멀리 떨어져 지내던 시간동안

우리 정말 많이 싸웠잖아.

 

넌 이상할정도로 예민해져서

별것도 아닌 일로 짜증을 내곤했지.

 

왜 머그잔에다가 콜라를 마시냐고

왜 리모콘을 여기다 뒀냐고

난 그런 너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결국은 화를 낼 수밖에 없었어.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왜 매번 사람을 지치게해?

내가 오는게 싫어?

그런거면 말을 해

내가 안 오면 되잖아.

 

한번만 내가 너를 보내봤다면..

떠나는 역할이 아니라

보내는 역할을 해봤더라면..

 

혼자 남겨진 빈 방에서

누군가가 남긴 물건들을

치우는 일을 해봤더라면

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았을텐데.

 

너는...

너는 화를 낸 게 아니었구나.

 

내가 가방을 챙기며

또 버스를 몇 시간이나 타야한다고

투덜거리는 동안.

 

너는 혼자 견뎌야할 허전함과

나 몰래 싸우고 있었구나.

 

너를 많이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런 너한테

화나 내는 남자친구 였구나.

 

친구를 보내고도 이렇게 휑한데

넌 매번 내가 떠나간 다음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헤어진지 벌써 여러해.

친구가 남기고간 커피를

싱크대에 쏟아버리다가

 

난 이제야 네가 가여워서

눈물이 난다.

 

미안.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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