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여자친구의
친구들을 소개받는 자리
아니, 처음으로 그 친구들에게
소개되는 자리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남자는 아침부터 무척 들떠있었다.
드디어 남자친구의 지위를
정식으로 인정받는 기분.
"네가 말한 거 이거.
이 옷 맞지? 괜찮아?
아, 그럼 오늘은 양말도
제대로 신고 왔지 볼래?"
어젯밤 여자친구가 내린
지령에 따라 옷도 제대로 차려입고
"참, 나 현금도 진짜 많이 가져왔다.
야, 혹시 카드 안되는데 갈까봐. 나 잘했지?
지갑도 두둑하게 준비하고."
그런 남자를 보며
여자친구는 흐뭇한 얼굴로
남자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그러면 이 남자는 또
신이나서 들썩 들썩.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무엇보다 여자친구의 친구들은
리액션이 매우 훌륭했다.
"저, 뭐든지 드시고 싶은 거 다 시키세요."
남자의 한마디에도 그녀들은 열광적인 반응.
"진짜요? 어머 다 시키래 꺄!"
그리고 어색할 틈을 주지 않는 질문공세
"근데 얘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첫눈에 반한 거에요?"
남자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니... 첫눈에 반했다기보다는요. 왜...
그 운명 같았다고나 할까.
그 왜 소울메이트라는 거 있잖아요."
그 대답에 친구들은 파도소리 같기도 하고
귀신소리 같기도 한 비명소리.
"우~~ 소울메이트래. 소울메이트. 웬일이야."
요란한 리액션 후 다시 이어진 질문.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운명이었는데요?"
여자친구가 묘한 눈길로 자기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느끼며
남자는 최대한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도 그런 거 잘 안 믿었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얘가 자꾸 눈앞에 보이더라구요."
"제가 운동하러 가면 거기 운동하고 있고
지하철 타러 가면 또 거기 있고
아 맞어 벨소리도 똑같았어요.
이 노래 벨소리 하는 사람 거의 못 봤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날 갑자기 눈이 와서
진짜 제가 갑자기 전화를 했거든요
근데.. 커피 한잔 하자 그랬더니
희한하게 딱 바로 근처에 있는 거에요.
그래서 뭐.. 그때 만나서 뭐.. 그렇게 됐죠."
이제 친구들은 부러워하기도 지친다는 표정.
그러더니 이번엔 남자가 아닌
여자친구에게 질문이 날아갔다.
"그럼 넌.
넌 , 오빠가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
너도 운명이라고 느꼈어?"
그러자 여자친구가 대답했다.
그야말로 씩- 몹시 쿨하게 웃으면서.
"아니 귀여워서.
이것 봐. 아직도 그게 우연이라고 믿고 있잖아."
이 세상에 정말
소울메이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양보할 것도 없고
딱히 노력할 것도 없이
처음부터 철커덕
끝까지 꼭 맞기만 한다면...
하지만 대부분 사랑의 운명은
최소한 한쪽의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지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나도 따라 좋아하기.
그 사람이 늘 있는 곳에
내가 먼저 우연인 듯 가 있기.
그 사람이 내 간절함에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그 사람이 나를 찾을지 모르니까
늘 근처에서 맴돌기.
우리가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그럼 계속 그렇게 믿어.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테니까.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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