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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사랑을 말하다] 너와 헤어지고 난 뒤 나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지겹게도 똑같은 하루하루가 너무 막막해.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어.

by 행복을찾아@ 2021.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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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던 여자는

남자의 뻔한 직장생활을 부러워했었다.

 

재미없다 시시하다 하지만

그래도 1년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이라도 짐작할 수 있지 않냐고.

 

월급을 받으면 어떤걸 살지

언제쯤 휴가를 갈지 고민하고 계획하면서

그렇게 살 수 있지 않냐고.

 

그리고 많이 불안해했었다.

나 내년 이맘때도 이러고 있을까봐 정말 겁나.

 

 

남자는 그런 여자친구가 안쓰러워

자주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그런 여자친구가 옆에 있어서 참 좋았다.

 

무엇보다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면접을 보러 갈 때면 굳이 바래다주며

문 앞에서 몇번씩 화이팅을 외쳐주는 것도

좋지 않은 결과를 대신 들어주는 것도

 

그런 날이면 같이 정말 재미없는 영화를 보고는

큰 소리로 그 영화를 흉보며

길거리를 걸어 다니던 것도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매운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도

그리곤 지하철 안에서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오글거리고 야한 메시지를 보내며

남들 몰래 키득거리는 것도

 

'네가 많이 웃게 해주고 싶어'

그것이 남자의 가장 큰

고민이고 계획이었다.

 

 

오늘 다이어리를 새로 받았는데

적어 넣을게 아무것도 없었어.

 

네 생일도 우리가 처음 만난 날도

이젠 아무 날도 아니니까

아니라야 하니까.

 

동그라미 그려 넣을 날도 없는

1년이 너무 막막하기만 했는데

그런 중에도 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고 있었어.

 

첫 월급 받으면 뭘 살건지

휴가는 언제쯤 갈건지 들뜬 얼굴로

다이어리에 깨알처럼 계획을 적고 있을

네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아서.

 

계획 많이 세웠어?

첫 월급 받으면 뭐 살건지 정했어?

너 사고싶어했던 거 참 많았잖아.

 

너와 헤어지고 난 뒤 나는

평생 살아온 이 도시에서 자주 길을 잃어.

 

몇 년째 살고 있는

우리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낯설어.

늘 너를 만나러 갔었지.

 

너와 헤어지고 난 뒤 나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지겹게도 똑같은

하루하루가 너무 막막해.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어.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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