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다. 오늘 끊는거야.
지금 이게 마지막이야.
나랑 약속했잖아. 어?"
동동거리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일부러 담배연기를 더 크게 뿜었다.
"천천히 하자. 뭐 그렇게 급하니?"
그 말에 여자는 성질이 나 눈이 쭉 찢어지는데
남자는 그게 또 재밌다는 듯.
"아이구 무서워라. 귀신이 따로없네.
야, 귀신도 빨간휴지 파란휴지 옵션을 주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선택의 여지도 없이
당장 끊으라 그러냐."
여자는 그따위 말에
대답도 하기 싫다는 듯 입을 꾹 다문채
눈이 찢어져라 남자친구를 노려보곤
혼자서 마구 빨리 걷기 시작합니다.
"어디가 화났어? 진짜 화난거야?
그렇다고 새해 첫날부터 화를 내냐?"
여자는 정말 화가 났을 때 특유의 말투로
무섭고 차분하게 남자에게 말했다.
"어. 나 화났어.
새해 첫날부터 너가 약속 안 지켜서.
나만 너랑 오래오래 살고 싶은 것 같아서.
내가 화난게 잘못됐어?"
그 싸한 분위기에 남자는
부랴부랴 여자친구의 뒤를 따라가며...
"알았어. 끊을게.
난 음력 1월1일부터 시작하려 그랬지."
그 말에 또한번 여자의 눈빛이 발사.
"농담이야.
이거 남은 것만 다 피고 진짜 끊을게 자 약속.
왜, 이것도 안돼?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당장 그러냐?
이게... 이게 얼마나 큰일인데...
알았어. 알았어. 그만 좀 노려봐 눈 빠지겠다.
여기 담배랑 라이터 가져, 됐어?"
여자는 아직 못 믿을 마음이 가득한 얼굴로
남자가 내미는 것들을 받아들었다.
"정말이야 이번엔 진짜 끊으려 그랬어.
이번엔 정말 할 수 있을것 같아."
남자의 진지해진 말투에
여자는 그제야 만족한 웃음.
그 어이없도록 밝아진 얼굴에
남자는 곧 다가올 금연의 시련도 잊고
덩달아 웃음이 났다.
"네가 그렇게 좋아하니까
이젠 진짜 못 피겠네.
망했다 그렇게 좋아?"
남자의 말에 여자가 대답했다.
진짜 신이 난 얼굴로...
"응. 진짜 좋아.
나 모공이 막 줄어드는 기분이야."
담배를 끊으라고
운동을 좀 하라고
게임 좀 그만하라고
제발 옷 좀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그래서 나랑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살자고.
이렇게나 너를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나 간절히 바라는데
그런 말이면 한번쯤은 들어볼만 하지 않냐고
올해도 늘 내 곁에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있어달라고
나도 그러겠다고.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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