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다음에 서른이 되면...'
그때 우리 모이면
그런 얘기 꽤 자주 했었는데.
그땐 서른이 올 것 같지가 않았으니까
다들 겁도 없이 별별 말을 다 했지
'서른 살까지 최소 1억은 벌어야지.'
'서른 전에 꼭 남미로 여행갈거야.'
'서른까지도 애인없으면,
나 진짜 너랑 결혼한다.'
어제 그때 애들 아니
친구들 거의 다 모였었거든
몇몇은 자주 보는 사이고 또 몇몇은
그나마 결혼식에서 얼굴은 봤었지만..
이렇게 다 같이 모인 건
정말이지 아마 3년도 넘었을거야.
왜 그동안 연락 자주 안했냐고
너는 또 뭐가 그렇게 바빴냐고
서로 목소리를 높인 인사들이 오가고.
그러고 나서는 그냥
우리 나이에 맞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하는일이야기. 연애이야기.
결혼이야기. 주식 펀드 그리고....
그러다 자리 없는 친구들의 안부.
누구는 엄청 잘 나간다더라.
누구는 얼굴 다 고쳤다더라.
누구는 결국 고시를 포기했다더라.
그리고 누구는 결혼을 해서 미국에서 산다더라.
그리고 바로 네 이야기.
얼마나 오랜만에
네 생각을 했는지 몰라.
그래도 몇년전까진
가끔 생각했던 것 같은데.
스무 살이나 첫사랑 그런 말들 만날때.
근데 최근엔 정말 잊고 살았나봐.
어제 네 이름을 말하는데
꼭 처음 발음하는 단어처럼 낯설고 신기했어.
친구들은 널 그렇게 기억하더라. 이뻤다고.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봣을 때
다들 찍었다고 나한텐 아까웠다고.
그래서 네가 고무신 거꾸로 신었을 때
아무도 안 놀랐다고.
나도 막 웃었어.
'그렇지 예뻤지 지금도 이쁠꺼야' 그러면서.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로부터는
멀어지기만 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어제 처음으로
꼭 그런것만은 아니구나 싶었어.
어제 내 마음은 그 시절과
좀 더 가까운 곳으로 돌아갔거든.
아니 꼭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정말 편한 얼굴로 그리운 눈으로
내 추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딱 그만큼 가까운 곳으로.
생각해보니까
우리 참 멀리 왔네.
그때 널 사랑한 건 참 잘한 일이야.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난 그 시절을
무엇으로 그리워할 수 있었을까.
사랑을 말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