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냄새를 풍기며 집에 돌아온 남자는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몸을 눕히고는
눈을 감습니다.
그러길 10분쯤 남자는 어떤 생각 끝에
벌떡 몸을 일으켜 코트 주머니 속에 있던
전화기를 꺼내듭니다.
금방이라도 어디로 전화를 걸 것 같던 남자는
하지만 또 어떤 생각에 멈칫 동작을 멈춥니다.
그렇게 정지된 화면처럼 전화기를 손에 쥔 채
가만히 앉아있는데 그때 전화벨이 울립니다.
조용한 방안에선 너무 시끄러운 그 벨소리에도
남자는 그저 전화기만 쳐다만 봅니다.
이제 꽤 오랫동안 울리던 벨소리가 잦아들고
화면엔 부재중 전화표시.
남자는 다시 한참동안이나 전화기에
시선을 걸쳐두고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방금 걸려왔던 번호로
짧은 문자메세지 한통을 씁니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미안하다.'
전송버튼을 누르고
몹시 피곤해진 얼굴로
남자는 다시 침대에 몸을 눕힙니다.
지금쯤
넌 내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겠지.
또 이렇게 도망가 버린다고
네가 힘들게 다시 내민 손을
잡아줄 용기도 없는 사람이라고
너는 나한테
아마 또 실망했을거야.
그런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난 정말 자신이 없어.
지난 일들은
돌아보지 않으면 된다고 했지만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자 다짐하겠지만
우린 또 다투게 될거야.
또 지난 일들 들춰내면서 상처를 주겠지.
서로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들을 하면서.
우린 서로 너무 잘 알잖아.
말 한마디로
나는 너를 울릴 수도 있고
너는 표정만으로도 나를
미치도록 화나게 만들 수 있고
우리가 어떤 오해로 헤어졌다면
우리가 서로 싫어해서 헤어졌다면
그랬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난 네가 싫은 적은 없었어.
널 오해하지도 않아 다만,
우린 서로 애인으로 지내기엔
힘든 사람들이었어.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은 사실.
그렇다면
다시 만나도 똑같지 않을까?
네가 참 보고 싶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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