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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그냥 너라서 좋은 거. 그래도 너만 좋은 거.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by 행복을찾아@ 202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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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지난 금요일이었다.

 

남자의 후배가 커플이 됐다며

자기 애인을 이 두 사람에게 소개했을 때

남자는 인사치례로 하지만 약간의

진심도 섞어 그렇게 말했다.

 

"되게 예쁘시네요, 키도 되게 크시고."

 

그리곤 옆에 있는

자기 여자친구를 가리키며

 

"전 아직도 가끔 옆에 보면

 얘가 없는 것 같아 놀란다니깐요.

 어찌나 키가 작은지. 에이 땅꼬마."

 

그리곤 또 한 번

바보같이 하하하 웃기까지.

 

그 순간

여자의 머리엔 뿔이 돋았다.

 

남자가 평소에 땅꼬마라고 부를 땐

여자도 별로 싫지 않았다.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보호받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늘씬한 다른 여자를 앞에 세워놓고

자기를 땅꼬마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

 

그날 이후 뿔 달린 여자는 결코

곱게 말하지 않았다.

 

남자가 뭐라고 말을 하기라도 하면

예를 들어 '빨리 좀 걷자 영화 시작하겠다'

그러면 여자는 이렇게 대답하는 거였다.

 

'키가 작아서 빨리 못 걷나보지

그러게 왜, 키 큰 여자 만나지'

 

귀여운 투정도 하루 이틀.

여자의 마음은 풀릴 줄 모르고

남자도 조금씩 짜증이 나려던 오늘 저녁.

 

여자는 카페에 30분쯤 늦게 들어서자

남자는 그야말로 벌컥 화를 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전화 왜 안 받아"

 

아까 분명히 30분쯤 늦을 거라 했고

일 때문에 통화를 하느라

남자의 전화를 받지 못했던 여자.

 

남자의 난데 없는 분노에

여자도 화가 나서는

또 한 번 '키가 작아서 늦었나보지'

그렇게 못되게 말을 하려는데..

 

그때 남자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그러는 거였다.

 

"아.. 진짜 깜짝 놀랐네."

 

이상해진 여자가 물었다.

 

"뭐가? 왜 그래?"

 

"아니. 아까 이 근처에서

 앰뷸런스 소리나고 그랬거든.

 그러고 나서 여기 앉았는데

 어떤 여자 두 명이 들어오면서

 한 명이 그러는 거야."

 

"아까 그 여자애 많이 다친 것 같다고,

 근데 그러니까 다른 한 명이

 애는 아니고 키작은 어른같던데. 그러는거야.

 난 또 그래서 땅꼬마가 넌가 싶어가지고."

 

키가 작은

여자친구의 정수리를 꾹꾹 누르며..

 

"야, 어제 뉴스 봤냐? 네가 세상에서 제일 작대."

 

뽈록 나온 남자친구의 배를 슬슬 만지며

 

"자기야 이거 다 뭐야?

 TV에 나오는 남자들은 이런거 없던데?"

 

그리곤 잠시 놓았던 손을 다시 잡고

걸어가는 길.

 

그냥 너라서 좋은 거.

그래도 너만 좋은 거.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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