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좋아했다면서
그럼 그 사람하고는 왜 헤어진거야?"
우리가 친구였을 때
너도 나도 누군가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래서 우리가
자주 둘이 술잔을 기울였을 때.
나는 덤덤했지만
너는 가끔 눈물을 보였을 때.
그래서 내가
그렇게 물었을 때
넌 그랬지.
그걸 아직도 모르겠다고
그냥 그 사람 마음이 식은 것 같았다고
그리고 너는 씩씩하려고 하면서 그랬어.
"누가 그러더라.
내가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 됐을 거라고.
난 밀고 당기고 그런거 싫거든.
하지도 못해 그런 거.
좋아하면 그냥 막 좋아해 버리니까."
"모르겠어.
누굴 너무 지나치게 좋아할 수도 있나?
그렇다고 내가 전화를 수십 통씩 하고
하루종일 같이 있어달라고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닌데.."
너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하고 있었지만
난 가슴이 철렁했어.
네가 모른다는 그 답.
나는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네가 그때 물었었지?
난 어떻게 헤어졌는지.
나는...
나는 그냥 어느날부터 좋지가 않았어.
보고 싶지가 않았어.
더 솔직히 말하면
귀찮을 때가 있었어.
한 번 전화를 했다하면
한 시간씩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주말이면 꼬박꼬박 만나야 하는 것도.
더 솔직히 말하면 싫었어.
길을 걸을 때
매달리듯이 내 팔짱 끼는 것도.
늘 듣던 혀 짧은 소리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그건 나도 모르겠어.
네가 오늘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네가 날 좋아하는 것도 알아.
너는 밀고 당기기 할 줄 모르는 사람.
좋아하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사람.
네가 싫지 않지만
너만큼 편하고 좋은 사람
지금 내게도 너 밖에 없지만
널 안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난 무서워.
변해가는 자기 마음을 보고 있는거.
나쁜 사람이 되어가는
자기 자신을 보고 있는거.
차라리 이 친구가 날 싫어해줬으면..
그런 비겁한 기분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거.
아직도 그 기억이,
그랬던 내 마음이 무서워서
다시 시작할 순 없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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