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그냥 장난이었다.
남자는 자주
그녀가 절대 좋아할리 없는
돌쇠 타입의 친구와
그녀를 엮어대곤 했었다.
"야. 그러지 말고 만나봐. 걔 능력 있잖아.
몸도 얼마나 튼튼한데. 다리가 딴딴해."
"야. 너 언제까지 남자 키 따지고
얼굴 따지고 그럴래? 이제 나이가 있는데
한 번 만나봐. 걔는 너한테 완전 마음 있더구만."
"아이 왜 잘 어울리는데
내가 네 전화번호 준다 괜찮지?
어라 벌써 전송했네."
그때 그녀는 분명히 싫다고 했었다.
"하지 마! 싫어!
전화번호 주면 어떡해?
그리고 내가 무슨 의자 고르니?
튼튼하고 다리 딴딴하고 작게?"
"그러는 너나
반 해골 같은 여자들만 쳐다보지 말고
몸도 마음도 튼튼한 사람 좀 찾아봐라."
뻔히 싫다고 할 줄 알면서도
자꾸 그렇게 놀렸던 건
다른 남자를 질색하는 모습이
이 남자를 은근
흐뭇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렇겠지? 넌 날 좋아하니까.'
그렇게 남자도
그녀에게 마음이 없지 않았다.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가끔이지만
예쁘다 싶은 날도 있고 말도 잘 통하고
다만 굳이 고백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이미 나를 좋아하고 있으니
애가 타지도 않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뭐
더 예쁜 여자들도 많았고.
돌쇠 같은 그 친구를 빼곤 딱히 그녀를
탐내는 사람도 없는 것 같으니
당장 어디로 사라질 것 같지도 않았고.
그런데 어쩐지
연락이 뜸하다 싶었던 그녀.
어느 날 놀랍게도
돌쇠 친구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돌쇠가 화장실에 간 사이 충격으로
숟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는 남자가
버벅거리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자
여자는 그렇게 설명했다.
"그때 네가 내 전화번호 남긴 날
진짜 전화를 했더라고."
"처음엔 안 나가려고 했는데
생각할수록 네가 너무 얄미운 거야."
"내가 널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네가 자꾸 그러니까
그래서 오기로 만나봤거든
근데 그냥 이렇게 됐어."
"다 네 덕분이지 뭐.
야 너 아니었으면
이렇게 좋은 사람인 줄도 모르고
외모만 보고 싫어할 뻔했다 야."
"고마워 친구야.
너 오늘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지가 싫다 그래 놓곤.'
남자는 한동안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지만
그 질문의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남자는 어쩌면
자기 것일 수도 있었던 인연을
곱게 포장해서 아예 은쟁반에 받쳐서
돌쇠 친구에게 갖다 주었고,
돌쇠는...
돌쇠는 용감했다.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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