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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행복하다는 말 백 번 보다 더 행복한 얼굴로 커피나 한 잔 하자며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면서 두 사람은 서로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말하다 中 -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by 행복을찾아@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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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금요일

언제나처럼 평범한 데이트.

 

만나서 떡볶이를 먹고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다니고.

 

귀걸이를 고르고

사지는 않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헤어질 무렵.

 

"얼른 들어가. 집에 가서 전화할게."

 

남자가 막 돌아서려는데

여자가 갑자기 남자를 불러 세웠다.

 

"있잖아... 있잖아. 이번 주말에는

 나 말고 그냥 친구들이랑 놀아."

 

남자는 무슨 일인가 싶어

눈썹을 찡긋 거리며 물었다.

 

"왜? 너 무슨 약속 있어? 어디가?"

 

그러자 여자의 대답

 

"그게 아니라.

 요즘 우리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잖아.

 내가 좋아하는 것만 먹고

 내가 가고 싶은 데만 가고

 너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 거 좋아하는데

 친구들도 한참 못보고.."

 

"그러니까 이번 주말엔 친구들 만나서

 운동도 하고, 술도 마시고,

 신나게 놀라고 나한테 전화 안해도 돼.

 나도 일찍 들어가라고 전화 안할게.

 어때 좋지?"

 

생각지도 못한 여자의 말에

남자는 눈이 동그래져서는.

 

"그래? 어... 진짜? 그래? 그럼 그럴까?

 근데... 그래도 돼?"

 

여자는 놀라는 남자의 반응에

좀 흐뭇하기도 하고

왜 진작 그런 생각을 못했었나

미안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표정엔

또 좀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잘됐다 싶고

 

그렇게 주말동안 여자는

약속대로 전화도 하지 않았고

조금 허전한 채로 하지만

그런대로 시간을 보냈는데..

 

일요일 저녁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자는 심심했던 티를 내지 않으려

목소리도 밝게.

 

"음 어디야?

 친구들이랑 신나게 술 먹고 있는거야?

 재밌어?"

 

근데 남자는 짧게도 대답했다.

 

"나와. 집 앞이야."

 

머리 위로 물음표를 100개쯤 매달고는

집 앞으로 달려 나간 여자.

 

"왜 여기 있어?

 혹시 걱정돼서 온거야?

 말은 그렇게 해도 나 삐질까봐?

 아닌데.. 나 진짜 괜찮은데."

 

숨을 쌕쌕거리며 말하는

여자의 볼을 마구 잡아당기며

남자가 말했다.

 

"재미 없어서 왔다. 재미 없어서.

 아.. 옛날에는 분명히 재밌었는데...

 애들이 계속 술 먹고 여자얘기만 하는 거야.

 난 이제 재미 없더라구.

 그래서 너랑 놀러왔지."

 

'정말 재미 없었어? 솔직히 말해봐.

 진짜 내가 삐질까봐 온거아니야?

 그래도 나 없으니까 조금은 좋았지?'

 

여자는

묻고 싶은 말들은 살짝 접어 놓고선

그저 꼭 팔짱을 꼈다.

 

행복하다는 말 백 번 보다

더 행복한 얼굴로.

 

커피나 한 잔 하자며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면서

두 사람은 서로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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