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브 스토리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조차도 속이지 못하는 거짓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by 행복을찾아@ 2021. 1. 28.
728x90

"그게 뭐야?

 둘이 만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매일 통화하고, 헤어질 때 바래다주고,

 그런데 사귀는 건 아니라고?

 그게 뭔말이야?"

 

어이 없어하는 친구에게 남자는

그래도 덤덤하게 말했다.

 

"그냥 말한 그대로지 뭐. 이상할 것도 없어.

 그냥 만나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

 

친구는 화를 내고 싶지는 않지만

생각할 수록 기가 막힌다는 얼굴.

 

"아니 만날 수는 있다 쳐.

 근데 네가 좋아하는걸 걔도 안다며.

 네가 말했다며.

 그런데도 너랑 계속 만나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것도 둘이서 그러면서

 사귀기 싫다는 건 또 뭐야?

 진짜 이해가 안되네. 야, 내가 이상한 거냐?

 너 안 힘들어?"

 

아니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친구의 말에

할 말이 다 떨어지는 남자는 한참을 앉아서

술만 꾸역꾸역 마시다가.

 

"근데 난 괜찮거든. 힘든 건 글쎄..

 사람들은 누굴 좋아해서 힘들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거 누굴 좋아해서 힘든 게 아니라

 마음을 준 만큼 못 받아서 그게 싫은 건 아닐까?

 내가 진짜 좋아해보니까 난 괜찮더라고.

 그 사람이 날 좋아하건 말건 그냥 좋아.

 물론..."

 

"물론 가끔은 좀 그렇지 기분이.

 근데 그것도 참 그래.

 어떻게 생각하면 여기서 정말 괜찮기에는

 걔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너무 큰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르게 생각하면

 내 욕심을 못 참을 만큼

 내 마음이 모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냥 좋아.

 나 부담스럽다고 내치진 않으니까.

 그것도 다행이다 싶고."

 

남자의 말을 듣고 있던 친구는

난 도저히 모르겠으니 포기하겠다는 얼굴로

던지듯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넌 정말 괜찮다는 거지?"

 

남자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

 

 

나는 지금 너무 배가 고프지만

내 앞에 달콤한 크림빵이 놓여있으니까

난 이제 배불러 먹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괜찮아.

 

나는 너무 힘들어서 금방 쓰러질 것 같지만

내 앞에 푹신한 의자가 있으니까 난 이제 편안해

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조차도 속이지 못하는 거짓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