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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꽃처럼 웃던 너와 멀미하듯 둥둥 떠다니며 걷던 그 좋았던 봄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리 온 걸까?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by 행복을찾아@ 202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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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소리가 좋기도 하고

이런 공기가 쓸쓸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를 기다리는 척 하면서

거리 풍경을 구경하고 있어.

 

커플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네.

껴안듯 하고 걸어가는 모습들.

 

하긴, 비가 오니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두 개의 우산을 쓰지 않으니까.

 

한 쪽 어깨를 다 적시면서도

급할 것 없다는 얼굴.

 

같은 공기 입자로 호흡을 할 것처럼 꼭 붙어

느리게 움직이는 그 연인들을 보면서

난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러게, 나는 내가.. 아니,

 나만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나는 무슨 자유가

 그렇게나 필요했을까?'

 

그럴 수 있을 때는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럴 수 없더라도

항상 반가워야 한다는 것.

나는 그런 걸 힘들어했었지.

 

숨이 막힌다고.

모든 연애가 이렇진 않은거 아니냐고.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렇게는 계속 못할 것 같다고.

 

내가 술자리에서 쉽게 했던 말들이

네 귀에 전해졌을 때

전화기 저쪽 무섭게 가라앉은 목소리의 네가

그게 다 사실이냐고 물었을 때

아니라고 한번 말해주지도 못했던 거.

 

언뜻 너 같은 뒷모습의 여자.

저 사람은 네가 아니겠지만

너도 아마 저런 모습으로 멀지 않은 어디서

아낌 없이 사랑하고 있겠지?

그 시절의 너처럼.

 

나는

나만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나는

무슨 자유가 그렇게나 필요했을까?

 

이렇게나 쓸쓸한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은 모두 봄 타령.

 

지금부터 한두 달 그놈의 봄 소리.

얼마나 지겹게 들어야 할까?

 

꽃처럼 웃던 너와

멀미하듯 둥둥 떠다니며 걷던

그 좋았던 봄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리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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