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좀 그랬잖아.
텁텁하고 덥고 금방 더위가 닥칠 것 같고
맥주생각이 나서
친구들하고 저녁에 만났는데.
다들 우리 같았나.
봐 평일인데도 사람이 참 많았어.
"오늘 무슨 날이야? 오늘 그냥 화요일 맞지?"
그렇게 이상해하면서 몇 군데나 돌아봤는데
가는데 마다 그렇더라.
너도 알다시피 나 시끄러운 거 싫어하니까
그때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을 닫았어.
"야 딴 데 가자 여기 절대 안돼."
그렇게 세 번인가 네 번쯤
친구들을 끌고 돌아서는데
친구 하나가 결국 싫은 내색을 하면서 그랬어.
여기까지 왔는데 웬만하면 그냥 들어가자고.
딴 가게라고 사정이 다르겠냐고.
여기가 아니라고 저기가 답이겠냐고.
아까 갔던 데도 다 괜찮지 않았냐?
벌써 몇 번째냐고.
그러고 보니까
다른 친구들의 표정도
별로 좋지가 않았어.
순간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지.
내가 또 그러고 있구나.
너와 만나던 시절
나는 많이 급했고
주위를 둘러볼 줄 몰랐지.
내가 싫을 땐 다 싫은 거였고
한 부분이 틀리면
그건 다 틀린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나를 견디지 못한 네가
헤어지고 싶다고 말을 했을 때
나는 너무 놀랍고 무서웠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나는 다만 네가 틀렸다고 했지.
"어떻게 나하고 한번 얘기도 안 해보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어?
헤어지는 게 답이 될 것 같아? 그건 아니지.
얘기를 하면 되잖아. 내가 고치면 되니까.
너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리곤 네가 틀렸기 때문에
나는 잘못한 게 아니라고 믿었어.
집에 돌아와 너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네가 받지 않았을 때
정말 헤어졌다는 생각에 턱이 막 떨리는데도
난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리기만 했지.
"멋대로 결정한 거면 그렇게 해야지 뭐.
그게 아니면 내가 뭘 어떻게 해야돼?
나보고 이 나이에 매달리라고?'
나는 아직도 급하고
아직도 주위를 둘러볼 줄 몰라.
내가 싫으면 다 싫은 거고
한 부분이 틀리면
그건 다 틀린 거고..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결국은 떠나갔지만
그래도 한참이나 내 옆에 있어줬던
나 모르게
나 때문에 많이 울었다던..
끝까지 내게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해주었던
마음 착한 너를..
너 같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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