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비 소리가 좋기도 하고
이런 공기가 쓸쓸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를 기다리는 척 하면서
거리 풍경을 구경하고 있어.
커플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네.
껴안듯 하고 걸어가는 모습들.
하긴, 비가 오니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두 개의 우산을 쓰지 않으니까.
한 쪽 어깨를 다 적시면서도
급할 것 없다는 얼굴.
같은 공기 입자로 호흡을 할 것처럼 꼭 붙어
느리게 움직이는 그 연인들을 보면서
난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러게, 나는 내가.. 아니,
나만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나는 무슨 자유가
그렇게나 필요했을까?'
그럴 수 있을 때는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럴 수 없더라도
항상 반가워야 한다는 것.
나는 그런 걸 힘들어했었지.
숨이 막힌다고.
모든 연애가 이렇진 않은거 아니냐고.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렇게는 계속 못할 것 같다고.
내가 술자리에서 쉽게 했던 말들이
네 귀에 전해졌을 때
전화기 저쪽 무섭게 가라앉은 목소리의 네가
그게 다 사실이냐고 물었을 때
아니라고 한번 말해주지도 못했던 거.
언뜻 너 같은 뒷모습의 여자.
저 사람은 네가 아니겠지만
너도 아마 저런 모습으로 멀지 않은 어디서
아낌 없이 사랑하고 있겠지?
그 시절의 너처럼.
나는
나만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나는
무슨 자유가 그렇게나 필요했을까?
이렇게나 쓸쓸한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은 모두 봄 타령.
지금부터 한두 달 그놈의 봄 소리.
얼마나 지겹게 들어야 할까?
꽃처럼 웃던 너와
멀미하듯 둥둥 떠다니며 걷던
그 좋았던 봄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리 온 걸까?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