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이 카페 안 창가자리에는
어두운 표정의 한 남자와
작은 등을 가진 여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나는 네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좋아해준 건 고마운데..
네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남자의 말이 다 끝나도
작은 등을 보이고 앉아있는 여자는
움직이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남자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너랑 잘 어울리는 사람 찾아.
나이도 비슷하고, 같이 있으면 재밌고,
남자친구라고 남들한테
자랑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연애는 그런 사람하고 하는 거야.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결국 여자의 작은 등이
들썩거리기 시작했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작은 등의 여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난 매일 여기 오겠다고
매일 이 자리에 앉아만 있겠다고
아무 것도 안하고 매일 그렇게 살거라고
올 때까지 그렇게 할거라고.
"그러지 마라."
남자는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도
여자는 정말로 이 곳에 나와 앉아있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꼼짝 앉고 앉아있는 여자의 작은 등을
남자는 멀리 창 밖에서
한참씩 지켜보다 돌아섰다.
그런데 오늘
남자가 다시 창 밖에서 이곳을 보았을 때
같은 자리엔 작은 여자 대신
웬 낯선 커플이 앉아있었다.
남자는 카페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고
문이 보이는 자리를 향해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녀가 아니었다.
다시 문이 열렸다. 그녀가 아니었다.
또 문이 열렸다. 그녀가 아니었다.
봄 노란 새 한 마리가 마당을 다녀갔다.
여긴 네가 쉴 곳이 아니라고
나는 남들이 모두 꺼리는 사람이라고
난 피어있는 꽃도 꺾어버릴 사람이라고
가라고 아무리 쫓아봐도
꼼짝 않고 마당 한 구석에 앉아있다.
노란 새 한 마리
오늘 슬픈 얼굴을 하고 날아갔다.
기다리면 안되지만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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