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맘 먹고 간 어느 가수의 콘서트,
그런데 두 사람은 싸우고 말았다.
공연도중 여자가 핸드폰으로
몰래몰래 동영상을 촬영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만 좀 해.
아까 찍지말란 소리 못들었어?
그거 찍어서 뭐할라 그래."
남자가 말해도 여자는
계속 카메라를 끄지 않은 채
"쉿. 그런 말하면 어떡해.
지금 네 목소리 여기 다 들어간단 말이야."
내내 못마땅한 얼굴로 앉아있던
남자는 마지막 곡이 끝나자
앵콜이 남아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공연장 밖으로 나와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뒤따라 나온 여자는
공연의 열기에서 벗어나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들며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딱히
자랑스러운 짓은 아니었기에
또 남자친구가 그런 행동을 유난히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바로 집에 갈까?
밥 먹을래?
배는 아직 안 고픈가."
여자가 기분을 맞추려 애쓰는걸 알면서도
남자는 어지간히 짜증이 났는지
대꾸도 없이 주차장으로 걸어가기만.
차를 타고 움직이면서도
한동안 둘 사이엔 말이 없고
15분쯤 지났을까?
남자는 부글부글한 것이 가라앉자
그제야 조수석에 소리도 내지 않고 앉아있는
여자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화가 다 풀린 건 아니지만
그 기죽은 모습에 남자는
또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
"그니까 그걸 왜 그렇게 찍고 그래.
찍어서 뭐하려고... 넌 배 안고파?"
그때까지 숨만 쉬고 있던 여자는
그제야 말소리를 냈다.
"나 원래 그렇게까지는 막 그러지 않는데
오늘은 너랑 공연보는거 처음이고
나중에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남는 건 사진밖에 없으니까."
그 말에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너 우리 강원도 갔다오는 길에
하늘에 별 엄청 많았던 거 기억나?
"그때 진짜 추웠는데..
너 별 본다고 뒷자리에 있던
체크무늬 담요 덮어쓰고 차에서 내렸던 거."
"그때 너 막 입김불면서
담배피는 흉내낸거. 기억나지?"
"거봐, 야 그때 우리 사진 한장도 안 찍었는데
다 기억나잖아."
"오늘 네가 내내 핸드폰 들고 있어서
난 공연보는동안
네 손 한번도 못잡았다. 그거 알아?"
"그때 공연장에서 네가 듣고
막 울었던 그 노래 뭐였더라..
그때 우리 내내 손잡고 있었던 거 기억해?
"그때도 참 좋았지.
남는건 사진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온 마음으로 서로에게 집중했던 시간은
어떤 사진보다 오래 남는 거라고."
사랑을 말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