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 알잖아.
네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도.
네가 원해서 헤어진 게 아니라는 것도.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지.
어쩌면 나는
네가 힘들어하던 마음을
그 시간을 파고든 사람이니까.
내가 싫진 않지만
누굴 다시 만날 준비가
되어있는지 모르겠다고
네가 많이 망설였을 때
내가 그렇게 말했을거야.
누굴 만나는데 준비란 게 어딨냐고.
원래 누굴 만나서
또 누굴 잊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다들 잊은 척 하다가 잊는 거고.
괜찮다고 거짓말 하다가 괜찮아지는 거고.
다들 그러는 거라고.
내 말을 믿어보라고.
네가 가끔 갑자기
말이 없어질 때 난 초조해.
네 맘에 또 어떤 기억이 떠오른 건 아닌지.
네가 오늘은 그냥 일찍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 난 불안해.
내가 너를 충분히
즐겁게 해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화장실이라도 다녀올 때
네가 놀란 얼굴로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난 겁이나.
예전 그 사람이 불쑥 전화를 한 건 아닌지.
널 되찾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건 아닌지.
그리고 나는 좀 힘이 든 것 같기도해.
오늘 우연히 만난 네 선배한테
누가 봐도 너무 당황한 얼굴로
네가 나를 소개했을 때
'선배 여기 제 친구예요'
너한테 조금 더
시간을 줬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어.
바로 내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하는 대신
천천히 친구가 되어줬어야 하는 건지도.
내가 이렇게 소심하고
자신 없는 사람인지 몰랐어.
그리고 네가 그렇게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어.
괜찮은 척 좀 해주지.
아까 날 친구라고 소개하고 나서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말지.
그냥 원래 말이 많은 선배라서
대충 둘러댄 거라고
그렇게 거짓말이라도 좀 해주지.
그래도...
그래도 내가 애쓰면 되지 않을까?
기억 속에 누군가가 남아있다고 해서
지금 행복할 수 없는 건 아니잖아.
너한테 믿어보라고 했던 그 말
오늘은 내가 믿어야 겠다.
다들 잊은척 하다가 잊는 거고,
괜찮다고 거짓말 하다가 괜찮아지는 거고,
다들 그런거라고.
기다릴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