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데이트
그렇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날 밤 내가 전화를 했을 때
넌 전화를 받지 않았지.
씻고 있나,
벌써 잠이 들었나.
그런데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사흘이 지나서야 너는
짧은 답장을 보냈어.
'뭐하세요?'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
그래서 나는,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밀고 당기는 게임이구나.
그렇다면 나는 네가 미는 대로
당기는 대로 끌려 다니면 되겠다
나는 어차피 네가 좋으니까.
생각해보면 그것도 오해였지
너는 나를 애를 태울 생각도
상처를 줄 생각도 없었고
그냥 그게 너였던 거야.
그런 너한테 진심으로
익숙해지고 싶었는데..
네가 틀렸다고는 생각 안했어.
그래. 연애한다고 해서 하루 24시간
전화기가 내는 모든 소리에
득달같이 반응을 할 수는 없는 거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너를 이해한다면
나도 전화기 앞에서 죽어갈 필요는 없지
넌 거짓말도 한 적 없어
다만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뿐.
사랑이라는 말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어.
나는 너도
내가 떠날까 봐 겁을 내고,
너도 내가
애인인걸 자랑하고 싶어하고,
너도 남들이
내 나쁜 얘기를 하면
화를 내고 싸워줄 줄 알았어.
너는 나와 다른걸 알았지만
그래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으니까.
나와 있을 때
친구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친구들과 있을 땐
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이 있으면 즐거운 것.
같이 있지 않으면 그래도 괜찮은 것.
너한테 사랑은 아마도 그런 것.
하지만
네가 그토록 싫어하는
촌스러운 것들이 익숙한 나는
더 질척거리고 끈적거리는
그런 게 필요해.
질투하고 기다리고
화내고 싸우고
어이없이 화해하고.
나와 같기를 바라는 것이
너에게 강요가 된다는 걸 아는 순간
그렇지만 나도
바뀔 수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절대 놓을 수 없을 것 같던 마음을
내가 먼저 버린다.
헤어지자는 말에도
그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꼭 그래야 되냐고
덤덤히 물어보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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