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보니까
월요일인데도 늦도록
카페에 사람들이 많았어.
날씨가 좋아서 그랬나 봐.
너도 그랬잖아.
이런 날 바로 집에 들어가면
그냥 뭔가에 지는 것 같다고..
날씨 탓인지 오늘은 나도
괜히 거기 앉아있고 싶더라.
잠깐 망설이긴 했지.
그냥 집에 가서
혼자 커피믹스 타먹는 게
더 외로울까 아님,
저기 사람들 틈에
나 혼자 앉아있는 게
더 쓸쓸할까 그런 생각.
겨우 용기 내서
카페 안으로 들어갔는데
결국 그냥 나왔어.
사람들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유리문을 여는 순간
누가 귀를 때리는 것 같은 기분.
내가 낄 곳이 아닌 것 같고
그렇지만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기도 뭣해서
나는 괜히 누굴 찾는 척 두리번 두리번
누가 봤으면 정말 바보 같았겠지?
문을 닫고 나오니
소음은 금방 또 멀어지고
다시 카페 안 들여다 보면
사람들 틈에 네가 보이는 것도 같다.
'너무 시끄러운데 다른 데로 안 갈래?'
내가 말하면 넌 그럴 거야
'다른데도 똑같아 그냥 적응해'
네가 그만 만나자 할 때
붙잡지 못하는 날 보고 넌 그랬었지.
너란 사람은
어떻게 포기가 쉽냐고.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살았냐고.
정말 나쁘다고.
넌 평생 그렇게 살라고.
혼자서도
아무 문제 없을 것처럼
아무한테도 매달리지 말고 잘 살라고.
하지만 나는
어리석었을 뿐이야.
너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몰랐어.
그것도 모른 채로는
붙잡으면 안될 것 같았어.
혼자 커피 한 잔 사는 것도
이렇게나 고민하고
결국 그냥 나오면서도
누가 이런 나를 볼까
두려워하는 그런 바보였을 뿐.
널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
10월의 마지막 밤이었구나.
이 좋은 계절 나는 커피도 못 산
빈손으로 걸으면서 생각해.
이렇게 바보 같은 걸 들키느니
어쩌면 나쁜 사람으로 남은 게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너무 어리석었을 뿐.
너를 좋아하지 않은 건
정말 아니었는데..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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