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하고 잠깐
어딜 좀 갔다 왔거든
멀리는 아니고 그냥
바다나 보자 그렇게 잠깐.
남자들끼리 여행은 별게 없어.
그냥 누군 운전하고
음악을 좀 이것저것 틀고
또 누군 옆에서 졸기도 하고,
배가 고파지면 내려서 뭘 좀 먹고
그리고 말도 없이 내내 걷고
저녁땐 바닷가에서
맥주를 하나씩 들고 마셨는데
내가 그랬거든..
'아 우리 못난이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우리 못난이 바다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우리끼리 왔다고 삐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안 그래도 말이 없는 친구들은
그 순간 또 조용해졌지.
너랑 헤어진걸 위로해주는 여행이었는데
내가 갑자기 그런 말을 했으니
애들은 내가 취한 줄 알았던 것 같아.
하지만 그건 아니었고
그냥 딱 그런 마음.
네가 여기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이 좋은 바다를 두고
너는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나.
생각해보니까 어이가 없어서
네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게.
취한 밤이면 난
꼭 너한테 전화를 했지.
뻔히 자고 있는 거 알면서도
난 매번 물어봤어.
'어디야?'
그럼 넌 졸린 목소리로
'집이지'
'뭐해?'
나는 또 다 알고 있는걸 물어보고
그래도 넌
꼬박꼬박 대답을 해줬어.
'음 자고 있었어'
나는 그게 너무 좋았어.
세상에서 제일 안심되는 소리 같아서
너는 지금 여기 없어도
너는 늘 내 옆에 있다.
'빨리 들어가고 내일 일어나면 전화해'
너는 언제나 그런 말로 전화를 끊었는데..
나 서울에 돌아 왔다고 바다 보고 왔다고.
시에서 본 것처럼 술은 내가 마셨는데
취하긴 바다만 취하더라고.
어디야.
뭐해.
알았어. 잘 자.
내일 전화할게.
할 말이 이렇게나 많아도
여전히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이젠 전화를 할 곳이 없다고.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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