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저런거 사줄까?'
내가 물어보면 넌 항상 싫다고 했지.
그냥 가방일 뿐인데
왜 그렇게 비싸야되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까지 예쁜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고 난 남자친구 졸라서
비싼 선물 받았다고 자랑하는 애들 좀 그렇더라.
뭐 서로 좋아서 그러는거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거 좀 웃기지 않아?'
이제와 생각해보면
네 대답은 그때마다
너무 길었고 너무 거침이 없었어.
마치 준비한 말처럼
그냥 '나 저거 별로야' 그렇게 짧게
대답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번쯤은 '저 구두는 좀 이쁘긴 하다' 그렇게
그래 한번쯤은 그렇게 망설일 수도 있었을텐데..
나는 그냥 네가 좋았고
그렇게 대답하는 네가 이뻤고
그래서 그냥 믿었어.
너는 그런 것들에는 관심 없는 사람.
넌 똑똑하고 당찬 사람.
너는 나만 있으면 되는 사람.
난 널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러고 싶었던거겠지.
길에서 나를 기다릴때면
유리창 안에 놓인 비싸고 예쁜 것들을
물그러미 바라보고 있던 네 눈길을
난 정말로 못본 척 하고 싶었던 건지도..
너는 나를 만나는 동안 행복했을까.
헤어지고 처음으로 그런 생각 하고 있어.
내가 본 네 모습은 어쩌면
네가 보여주려 했던 모습들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했던 모습들
그거 뿐일지도..
갖고 싶은것도 하고 싶은것도
너는 다 참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오늘 저녁 갑자기 마주쳤을 때
몇 달 만에 마주친 당황스러움은 그렇다 치고
허둥지둥 인사를 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마치 훔친 물건을 들킨 사람처럼
가방을 든 손을 뒤로 숨기는 너를 보고
네가 늘 절대로 갖고 싶지 않다고 했던
그 가방을 보고 나는
나는 오늘 내가 너무 싫다.
나는 끝까지 아무것도 못본척 했어.
너는 오늘도 내게
다 보여주려 하지 않았으니까.
너는 끝까지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랬을 거니까.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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