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우리 사귈까?
어차피 우리 매일 만나는데
매일 전화도 하고 그치'
어제 바람이 참 좋다고
이렇게 한강에만 와도 여행 온 것 같다고
아파트 위로 보이는 보름달이
유난히 크고 둥글다고.
어쩐 일인지 많이 들떠있던 네가
생각지도 못했던 그 말을 했을 때
그때가 어제 저녁 9시쯤.
그리고 오늘..
'우리 이거 사귀고 그러는 거 아무래도 안 되겠지?
너도 지금 엄청 어색하잖아 그치 그치 그치?
다행이다 나 오늘 계속 불편해서 죽을 뻔했거든
근데 딱 보니까 너도 그런 것 같더라고 역시'
커피를 마시고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내가 보일만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네 손을 잡았을 때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네가 어색한 웃음으로
네 손을 빼내며 그 말을 했을 때가 오늘 저녁 9시쯤
딱 하루였네 딱 스물 네 시간.
네가 하루 만에 나를 다시
그냥 친구로 되돌려놓으려고 했을 때
바보처럼 '어' 그렇게
말도 아닌 소리를 내고 고개를 끄덕이는 거 말고
난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어 화도 내고 싶었지.
'아니 난 싫은데 난 너랑 계속 사귈 거야
친구였다가 애인이 되는 거니까
처음엔 좀 어색한건 당연한 거잖아.
그리고 난 불편해 했던 게 아니라 떨렸던 거였어.
난 너랑 다시 친구하기 싫어'
내가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가 당분간은 아무도 만나기 싫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네가 멋대로 불쑥 고백하고
네 멋대로 취소하고
이런 게 어딨어.
그치만 내가 화를 낼 수는 없잖아.
네가 불편해 죽을 뻔했다는데
괜한 말을 해서 또 친구 하나 잃어버리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는데.
나도 같은 마음이라서 너무 다행이고 기쁘다는데
불편한 사람 되고 잃어버린 친구 되는 것보단
옆에 있는 편한 친구가 되는 게 나으니까.
그게 바람 탓인지 보름달 탓인지는 몰라도
한 번쯤 네 마음도 움직였으니
언젠가 또 그럴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시 기다릴 수 있을 거야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당분간은 어떻게 지내야 할 지 모르겠어.
잘 참고 있었던 내 마음
네가 어제 가져갔던 내 마음 돌려줘.
사랑을 말하다.
'러브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을 말하다] 너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나처럼.. (0) | 2021.04.05 |
---|---|
[사랑을 말하다] '나를 사랑해?' 그대가 물었고, '사랑해' 내가 대답했으니 그걸로 됐습니다. (0) | 2021.04.03 |
연애는 두 사람이 캐치볼 하는 것과 같아. (0) | 2021.03.18 |
[사랑] 우리 엄마를 소개합니다. (0) | 2021.03.07 |
[사랑을 말하다] 할 말이 이렇게나 많아도, 여전히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이젠 전화를 할 곳이 없다고.. (0) | 2021.03.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