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도 부담스러워 하던 네가
어젠 술을 많이 마셨다고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고
조금 엄살을 부리면서도
어쩐지 행복하게 웃어 보였던 날.
그때 난 알아버렸어.
어쩌면 곧 너한테
누가 생길 수도 있겠구나.
그러다 친구들과 우리 다 함께 있던 자리.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너는
그렇게도 행복한 얼굴이 돼서는
세상에서 제일 어이없는
핑계를 만들어 냈었지.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다 버려놓고 자리를 뛰쳐나가던
네 모습을 봤떤 날 그때 난 알아버렸어.
너한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버렸구나.
'좋아? 그렇게 좋아?'
그때 난 그렇게 말했을 거야.
묻고 싶었던 건 따로 있었지.
'정말 사귀기로 한거야?
괜찮은 사람 맞아?
벌써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아직 그런 사인 아니지?'
하지만
그런걸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
난 생각했었거든.
'그럼 이제 널 자주 못 보겠구나.'
막 연애를 시작한 사람들이
다들 그런 것처럼
그래서 내가 그렇게 물었을 거야.
'애들이랑 이번 주말에 보기로 했는데
넌 주말에 바쁜가? 데이트 있어?'
근데 넌 그랬지.
'아니야 시간 괜찮아.
어쩌면 약속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마 없을 거야.'
힘 없는 목소리.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약속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네가 대답했을 때
난 알아버렸던 것 같아.
너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나는 그 사람이 너무 궁금했는데
결국 한번도 못봤어.
몇번이나 친구들에게
그 사람 데려오겠다고 말했지만
번번이 넌 혼자 나타났으니까.
'미안 그 사람이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다는 말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도 너는
늘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좀처럼 전화가 오는 일은 없었지.
그러면 핸드폰을 내려놓으면서
작게 한숨을 쉬던 너.
그러다 널 보고 있던 나를 발견하면
넌 묻지도 않았는데
변명 같은 말을 늘어놓곤 했어.
요즘 핸드폰이 가끔
멋대로 꺼지는 것 같아서 확인해봤다고.
그때
그때 나는
그때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싫었어.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싫어.
다음엔 꼭 같이 보자고
그 사람이랑 꼭 같이 오겠다고
넌 지금도 바보처럼
거짓말만 하고 있는데
이젠 친구들도 모두 널 걱정하는데
그런 너에게 내가 물어볼 수 있을까?
그 사람 안 만나면 안돼? 난 안돼?
네가 다른 사람과 행복한 건
너무 쓸쓸하다고.
네가 다른 사람 때문에 불행한 건
너무 싫다고.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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