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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사랑을 말하다] '나를 사랑해?' 그대가 물었고, '사랑해' 내가 대답했으니 그걸로 됐습니다.

by 행복을찾아@ 202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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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나올 줄 알았는데'

 

30분쯤 늦게 나타난 남자를 향해

여자가 그래도 웃으며 말합니다

 

'안 나오려고 했는데'

 

거칠한 얼굴의 남자는

웃지도 못하고 대답합니다.

 

서로의 마음이 아닌 다른 이유로

다시는 보지 말자 말했던 두 사람

하지만 한 달만에

여자는 참지 못해 전화를 걸어버렸고

겨우 몇 초의 신호음에

남자는 그 전화를 받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우린 안될텐데

또 처음부터 다시 힘들어야 되는데

너는 이래도 나는 이러면 안되는데

수 많은 생각들과 싸웠을 어젯밤을 보여주는 듯

막 만난 두 사람의 얼굴은 이미 지쳐있습니다.

 

남자가 자리에 앉은 후

한참 만에 여자가 꺼낸 말.

 

'꼭 할말이 있어서 전화했어'

 

그리고 또 짧지 않은 침묵 후

다시 여자가 말합니다.

 

'사실은 할말은 없는데 보고 싶어서'

 

너무 당연하고 너무 마음 아픈 말에

남자는 '음' 한마디 대답도 해주지 못하고

여자는 계속 담아뒀던 말들을 쏟아냅니다.

 

'우리 그냥 만나자 너도 힘들잖아.

우리가 만난다고 지금보다 더 힘들지 않을 거잖아.

너도 나 보고싶었잖아. 그래서 나온거잖아'

 

 

차마 못 볼 것과 마주 앉은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다른 곳만 보던 남자가

처음으로 여자를 봅니다.

 

'보고싶었어 그래서 나왔어

전화 받고 나라도 정신차려야지 그랬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문 앞이었어.

나는 너한테 해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마음 아프게 하는거

나쁜 소리 듣게 하는거 그런거밖에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난 가진 것도 없어 넌 상관없다고 하지만

그건 중요한거야.'

 

'난 네 인생에서 깨끗하게 사라져 주는 것도 못해줘.

왜냐면 난 외국으로 나갈수도 없고

갑자기 회사를 옮길 수도 없고

친구들을 다 바꿀수도 없으니까.

난 그냥 네 전화 안 받는거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하는거

그거밖에 해줄 수 없어 그거라도 해주고싶어.'

 

 

여자가 다시 입을 엽니다

절대로 울지않겠다는 결심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이 뒤섞인 얼굴.

 

'그럼 한번만 말해봐.

우린 어차피 안될거라는 생각도 말고

이런 말 하면 헤어지기 더 힘들거라는 생각도 말고

내가 듣고 싶어 했던 말. 그거'

 

 

사랑이 흩어지는 이유는 수천가지

그중 하나의 이유로

우리는 결국 연인이 되지 못했지만

나는 사는 동안 만난 누구보다

그대를 좋아했습니다.

 

그대를 기억하기 위해

많은 장면은 필요하지 않을겁니다.

 

단 한번이었지만

'나를 사랑해?' 그대가 물었고

'사랑해' 내가 대답했으니

그걸로 됐습니다.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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