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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사랑을 말하다] 너는 바람이 부는 곳으로 얼굴을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오늘은 바람이 참 좋다고, 그렇게 웃으면서 걸어갈 수 있기를..

by 행복을찾아@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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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정류장 긴 의자에 앉아있을 때

발 빝으로 바람이 불어왔어.

 

한참이나 발 빝을 맴돌며

낙엽들을 빙글빙글 돌리는 그 모습을

난 한참 동안 지켜봤어.

빙그르르..

 

'그래 시간을 돌린다면

너를 좋아하기 전으로 돌아가야지

아니 널 알기도 전으로 돌아가야겠어'

 

나는 버릇처럼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에

열심히 대답을 생각했고.

 

한밤중에 깨어나

고인 공기가 답답해 창문을 열면

캄캄한 밤공기를 뚫고 불어 들어온 바람

가슴은 또 이유없이 서늘해졌어.

 

 

'내가 잘할게. 그러면 되잖아'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내 목소리가

 

그런 나를 지켜봐야했던

네 한숨소리가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야'

너의 마지막 말이

 

그리고 정말로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던 네 뒷모습이

다 그 바람 속에 들어있어서

나는 서둘러 창문을 닫아야 했어.

 

 

버스가 내뿜는 탁한 바람 속에도

머리 뒤에서 사납도록 불어오는 바람 속에도

엘리베이터에 문이 닫히는 순간

문 사이로 들어오던 짧은 바람 속에도

그 속엔 늘 너.

 

버스에 매연바람 속에서

너는 버스에 뛰어오르고

뒤에서 불어오는 큰 바람에

너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모아 묶으며

나를 향해 웃어 보이고

너는 또 그 긴 한숨을 쉴까?

 

아직도 너 때문에 바람이 분다면

네가 보고 싶어서

꼭 네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만 같아서

그럴 때마다 너 때문에 바람이 분다면..

 

네 한숨이 섞인 바람은

너무 쓸쓸하고 촉촉하니까

그럼 그저 그렇게만 말해야겠다.

 

고단한 저녁

집으로 가는 너의 지친 등 뒤로

다정한 바람이 불어주기를..

 

그러면 너는

바람이 부는 곳으로 얼굴을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오늘은 바람이 참 좋다고

그렇게 웃으면서 걸어갈 수 있기를..

 

언젠가 내게

보여줬던 그 모습처럼.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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